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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출장중

| 조회수 : 2,133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6-05-29 01:19:08
아이가 중2가 되던 해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집에는 우리 세 식구만 남고
출장이 잦은 아빠 때문에 집에는 아들과 나 둘만 있는 날이 많습니다.
출장 가는 날 남편은 늘 아이에게 "엄마를 잘 부탁한다." 하고 떠납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엄마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밤에는 문단속, 전기단속에 바쁘고
엄마방 걸레질 후에 이불을 깔아주는 것도 자기 몫입니다.
이런 일들은 평소 아빠 몫이었는데 아빠가 안 계시니 지가 하더군요.
(아, 원래 남편은 손끝 하나 꼼짝 않던 남자였는데 제가 고쳤지요)
아침에는 엄마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아이는 엄마 이불을 갠 후 베란다에 나가 푸성귀들에게 물을 줍니다.
물론 남편이 있을 때는 남편 몫이죠.

처음에는 아이가 이런 일을 해줄 때 제 양심이 허락질 않았는데
이것도 교육의 하나겠거니, 하며 사양하지 않게 되었지요.
물론 이런 대접(?)을 받는 것에의 고마움과 즐거움에 대한 표현은 마구마구.

헌데 아이의 지나친 간섭이 좀 귀찮기는 합니다.
혹 모임이 있어 아이를 두고 외출할 경우,
언제 들어오시냐, 어디로 가시냐, 누굴 만나느냐,...아유, 이걸 그냥....
예정시간보다 늦으면 전화를 디리릭 걸어서
지금은 어디 계시냐, 왜 아직 안오시냐,....

그러나 가끔 진정한 보호자가 되기도 합니다.
늦잠 자는 휴일 아침,
먼저 일어나 있던 아이가 할머니의 전화를 받게 될 때도 있지요.
어른들의 인사법이야 늘 밥은 먹었냐, 엄마는 뭐하느냐....

그럴 때 아이는 아까 밥 먹었어요,
엄마요? 베란다에 상추 물 주러 가셨어요, 라고 대답하기 일쑤.
---아직 애 밥도 안 먹이고 늦잠 잔다고 엄마 혼날까봐....

엄마 외출한 어느 날 저녁에 할머니 전화를 받았는데
엄마 일찍 주무시는데요, 라고 대답.
---애 혼자 놔두고 싸돌아댕긴다고 혼날까봐....

아아, 제가 나쁜 엄마 맞죠.
하지만 분명코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은 없답니다.
애가 잔머리만 느는 게 아닌가 지레 겁이 나기도 하네요.

아까까지만 해도 매실 주문자 명단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늦어야 잘 수 있겠다 했더니
먼저 잠자리에 들면서 하는 말,
지가 내일 아침 차려서 먹고 갈 테니 늦잠 주무셔도 된다고....

쓰고 나니 아들 자랑질이 끝간 데를 모르는 에미가 되어 버렸습니다만 뭐....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용이 마누라
    '06.5.29 7:13 AM

    저희 아들도 커서 꼬옥~강금희님 아들처럼 되기를~~
    ㅇ ㅏ~ 너무 아름다운 모습의 모자가 떠올라요
    어떻게 하면 남편이 걸레질해서 이부자리까지 깔게 될까요?!
    노하우를 밝혀 주세용~~~

  • 2. 강금희
    '06.5.29 10:46 AM

    한 십여 년 전에 제가 잠들기 전에 분위기 만들어 놓고 알랑방구를 꼈어요.

    "내가 전생에 이불 개는 침모였다,
    그래서 난 이생에서는 이불 펴고 개는 일은 제일 하기 싫다,
    내가 자기네 엄마 아부지 잘 모실 테니까
    그건 자기가 해주면 내 이생에서의 삶이 편안하겠다...."

    베갯머리 송사에 안 넘어갈 남편 있나요?
    그런데 가끔 안하고 그냥 갈 때 있죠.
    노하우란 게 뭐 따로 있나요?
    안하고 버티는 거죠.

    시아버지 계실 때였는데,
    남편이 퇴근해 올 때까지 이불 안 개고 그냥 둔 적 있어요.
    기함을 하더군요.
    이후부터는 얄짤없이 개고 출근합니다.
    글타고 뭐 다른 일도 척척 잘해 주느냐, 그건 당근 아니죠.

  • 3. 레드문
    '06.5.29 11:02 AM

    헉, 부럽사옵니다. 눈치 9단 아들도...... 남편도.
    우리아들(이제 9살,5살)도 저렇게 키워야지. 다짐해봅니다...언제쯤??
    .... 왜 이놈의 아들은 어찌 다 아빠편인지. 벌써부터.... 아빠랑 휴일에 둘이서 축구하고 돌아오면 별별얘길 다하고 오는 모양이예요. 난 모르는걸 일주일에 몇번 얼굴도 못보는 아빠가 왜 더 많이 알지??
    이불개는거 싫어서 저도 한동안 따로 잤답니다. 난 침대., 남편은 바닥에 이불깔고(본인이 깔고 개고)ㅋㅋ 이불개는거 절대 못한다고 했거든요... 우리애 침대사준 이유도 이불개기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전생에 이불개는 침모였나봐요......

  • 4. 아미달라
    '06.5.29 11:06 AM - 삭제된댓글

    기특한 아드님을 두셨군요.
    저희딸은 약에 뜰래도 눈치,센스 빗슷한 것 없답니다.
    할머니가 밥은 먹었니? 그럼, 엄마가 밥 안줬어요.
    한번은 택배비 4000원 달라고 하는 걸 지갑에 2000원 밖에 없어서
    지한테 1000원 빌려서 3000원 줬고만,
    택배기사 아저씨가 안된다고 하니까, 우리딸 하는말
    '엄마 지갑에 돈 있잖아요'하질 않나
    '좀전에 감자하고 고구마 사서 진짜 없다'고 그래도
    ' 있는데.. 좀전에 내가 봤는데..'
    눈치 없는 딸땜에 챙피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택배 아저씨 가시면서 하는 말
    '너 이제 엄마한테 혼났다' ㅠㅠ

  • 5. 실바람
    '06.5.29 3:44 PM

    나중에~~~
    강금희님 아드님 같은 녀석으로다 이쁜 사위를 얻게 될 날을 기다려봅니다 ㅎㅎㅎ

  • 6. 간장종지
    '06.5.30 10:26 AM - 삭제된댓글

    아미달라님.
    따님도 무지 귀엽네요.

  • 7. 퀼트요정
    '06.5.30 9:51 PM

    그런데 이 명품 상추, 쑥갓, 열무는 누구 작품인가요?? (속으루는 언제쯤 먹는건가요??)
    전 정말 믿을수 없는건... 이렇게 사랑스럽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아들들이 어릴때는 다 엄마편이거든요... 사춘기 지나구 슬슬 아빠닮아간다는 사실이 ... 그러다 장가가면 며늘아가편이 된다는... 슬픈전설이 있답니다.

  • 8. 강금희
    '06.5.31 12:06 AM

    요정님, 요것들은요,
    거의 매일 뜯어먹구 있답니다.
    상추는 남편 오는 날에 쌈싸먹고
    쑥갓은 열무와 함께 뜯어서 바특하게 끓인 강된장 넣고 양푼에 밥 비벼 먹어요.
    사진엔 없지만 깻잎도 몇 포기 있고 부추도 있는걸요.
    오이는 벌써 조롱조롱 맺혀 있어요. 고만해야징~

  • 9. 라일락향기
    '06.6.1 4:50 PM

    강금희님 저 중2짜리 예쁜 딸 있어요.
    아드님이 몇 학년인가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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