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얘긴데 짧게 하도록 노력해 볼게요 ㅎ
(실패했어요, 다 쓰고 보니 깁니다.
긴 글 싫으신 분들, 뭐라 하지 마시고 지나가 주세요ㅠ)
답답해서 써 봅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어떤 일을 하게 됐어요. 봉사 성격의 일이라고 말하면 될까요.
이 일은 어떤 구역을 맡아서 하는 건데… 제가 1구역을 맡으면서, 2구역 맡은 분을 알게 됐어요. 봉사 성격인 일의 특성상, 은퇴자들, 즉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많이 하십니다.
부모님 세대가 많아요.
이 분도 저희 엄마보단 약간 어리지만 어쨌든 저보다 많은 분이었어요.
저도 그 분도 개인적인 친분 쌓을 건 없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몇 년간 꾸준히 마주치며 지내 온 거죠.
그런데 중간중간 답답한 일들이 좀 있네요.
제가 지금보다 좀더 어리고 착할 때는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 줬을 수 있지만, 저도 그렇게 순진한 시절은 이미 지나온지라… 수가 뻔히 보이니 좀 짜증나고, 참으로 답답하네요. ㅎ
일 시작 초반에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저희 구역 내에 어떤 일을 홍보하고, 참가할 사람을 모집할 일이요.
자기 구역은 각자 자기가 알아서 모집하는 겁니다.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모집을 하든지 간에. 모집만 하면 끝.
저는 궁리 끝에 벽보를 붙이기로 하고 관리 주체에 말해서 허락을 받았어요. 그리고 문구를 작성하고 보기 좋게 편집을 해서 관리 주체에 갖다 줬죠. 붙이는 건 그 사람들이 한다고 해서요.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건, 이 2구역 여사님이 관리 주체한테 제 벽보를 달라고 해서 복사해서 자기도 썼다는 거예요. 저한테 말도 안 하고.
아니,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저에게 피해가 오는 건 없지만요… 남이 일하는 방식을 고대로 따라하면서 남이 작업해 놓은 걸 갖다 쓰고 싶으면, 최소한 ‘나 이거 써도 되냐’고 물어는 봐야 하는 거잖아요. 좀 어이가 없었는데 그 다음에 절 만났을 때 하는 말이
수고했어요~ 잘 썼더라고, 응… 수고했어.
이러더라고요.
저는 여사님의 비서인가요? ㅎㅎ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사후보다 사전에 하는 게 맞고, 마치 상사가 부하 직원 치하하듯이 말할 게 아니라 덕분에 잘 썼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기분이 썩 즐겁지는 않았지만, 넘어갔어요.
그 후,
매년 행사처럼 해야 하는 일이 있어요. 이것도 홍보가 중요한 일인데, 초반 몇 년은 제가 적극 나서서 홍보하고 안내를 했어요. 안내라는 건… 안내 문구를 작성하고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모두 보내는 건데, 이게 구역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서 제가 만약 나서서 하면 2구역도 함께 홍보가 돼요. 그 여사님은 편했겠죠.
이걸 매년 하다가 올해는 현타가 와서 안 하고 있었어요. 아무리 홍보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미적지근하고… 늘상 숟가락 얹는 여사님도 좀 짜증나고 해서, 될 대로 돼라 하고 그냥 손 놓고 있었더니 여사님에게서 연락이 오더군요.
올해는 홍보 안 하냐고.
그래서 제가, 바쁘기도 하고 아무리 홍보해도 호응이 별로니까 힘이 빠진다, 지금은 일단 안 하고 있다…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라고만 답했더니 알았다고 하더군요.
홍보 기간이 끝나 가니 연락이 다시 왔어요. 안내 문구를 제가 아무리 작성 잘 해도, 최종 발송은 관리 주체가 해 줘야 하거든요.
그걸 관리 주체에다 말하러 가기 좀 그러면 같이 가 주겠대요.
그동안 저에게 묻어갔는데 제가 안 하고 있으니 속이 좀 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올해는 여사님이 해 보시면 어떻겠냐고요.
그랬더니 한참 있다 답이 와서는, 알았다고, 관리 주체에다 대신 해 달라고 부탁을 해 보겠대요.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고, 관리 주체에 가서 ‘이것 좀 해 줘요’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시… 어, 그렇게 모든 걸 다 부탁하기보다는 그래도 이쪽에서 뭐라도 초안을 만들어 가서 부탁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했더니 갑자기
자기는 부탁을 되도록이면 안 하고 싶대요(음?),
이게 홍보가 덜 돼서 사람들에게 일일이 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 때가 되면, 그것도 괜찮은 것 같대요(진짜?)
그리고 갑자기 하는 말이
지난 번에 관리 주체 건너건너서 들었는데 사람들이 안 좋은 얘기를 해서 마음이 안 좋았다, 고 하는 거예요.
이게 무슨 얘기로 보이세요? ㅎㅎㅎㅎ
2구역 본인에 대한 얘기를 남들이 안 좋게 했다, 는 걸로 보이시나요?
이 여사님이 보낸 문자 자체는 그냥 저렇게, 나쁜 소릴 얻어먹은(?) 대상이 누군지 얼른 알아볼 수 없게 애매하게 돼 있었지만, 저는 바로 알았어요. 아, 이거 ‘누가 너한테 나쁜 얘기 했어~’ 하는 얘기를 꺼내는 거구나.
이 사람, 아주 가끔, 이런 소리 했거든요.
누가 00씨에 대해 나쁜 얘기 했어~ 그런데 내가, 그럴 사람 아니라고 했어…
뭐, 어쩌면 일부, 실제로 있었던 일일 수도 있지요. 저희 구역 봉사 대상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있어서, 자기한테 엄청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라고, 본인이 오라면 (제가) 오고, 가라면 가길 바라시거든요. 하지만 전 그렇게까지 하진 않죠.
그러니 투덜투덜할 수도 있어요, 어쩌면.
하지만 그보다 제 눈에 더 잘 보이는 건, 이 여사님이 이런 얘길 꺼냄으로써 저를 조종하고 싶어한다는 거예요.
초등, 중학교 여학생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자주 쓰는 수법이죠.
야, ㅇㅇ가 너한테 나쁜 얘기 했어~(하면서 흔들기), 귀가 쫑긋해진 상대방이 흔들리는 걸 의도함, 그 얘기가 갑자기 왜 나왔는가 하는 논리적 개연성 그딴 건 다 필요없고 뭔가 약간이라도 주도권을 본인이 쥘 수 있기를 의도하는 것.
상대방이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누가 무슨 얘길 한 건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하면 싶어할수록 이런 종류의 얘기를 꺼낸 사람은 도도해집니다. 그거 아시죠? ㅎㅎ 말을 먼저 꺼내 놓고 ‘아, 근데 이런 얘기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아니, 누가 그랬는지까지 말하는 건 좀 그렇고…’ 하면서 뒤로 발 빼는 거, 갑자기 입이 무거워지며 자기 포지션을 누리는 거요.
아오 진짜…
그런 얘기를 꺼낸 정확한 의도를 예리하게 진술할 순 없어요.
뜨끔한 제가, 나쁜 평판을 상쇄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적극성을 발휘해 ‘이 홍보 일은 제가 전처럼 도맡아 할게요!’ 하길 바란 건지,
아니면 뒷담화에 흔들린 제가, 좀 쭈그러지면서 ‘누가 그랬냐, 내용이 뭐냐, 어떻게 들었냐’를 꼬치꼬치 캐묻길(그럼으로써 자기가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 포지션으로 주도권을 쥐길) 바란 건지…
아마 그건 본인도 잘 모를 거예요.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ㅎ
그런데 저는 이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상대방의 의도가 너무 잘 보인단 말입니다… 그렇잖아요, 저는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아닌 걸요ㅠ
갑자기 저기서 왜 냅다 ‘누가 너 뒷담화 하더라, 넌 몰랐지? 난 아는데…’를 꺼내냐구요.
그래서 대답했죠.
‘잘못이 없는데 뒤에서 얘기를 했다면 그건 그 사람 잘못이다. 저는 확실히 잘못한 게 없으니 그 말한 사람이 이상한 걸 거다.
하지만 어쨌든 내용이 뭔지 관리 주체한테 확인은 해 보겠다.’
그랬더니 답하더군요. 아니 나도 관리 주체한테 직접 들은 건 아니고~ 그걸 옆에서 들었다는 사람이 또 딴 데 가서 얘기를 했더라~ 나도 그걸 들은 거고…
작년부터 계속 그랬다, 들으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얘기해 주는 거다…
알았다고, 어르신들 원래 소리 잘 지르고 저한테도 소리 막 지르고 그런 사람 있었던 거 알지 않느냐, 그런 사람들이 민원 넣는 거라서 관리 주체에서도 저한테 전달 안 한 거 아니겠느냐,
전 단 한 번도 전해 들은 적도 없다, 중요한 일이 아니니 전해 주지도 않은 걸 텐데
그러니까 여사님도 신경 쓰지 마시라~
그리고 홍보는… 부탁을 안 하고 싶어하는지 몰랐다,
그럼 제가 나서서 했던 그런 홍보도 별로셨던 거 아니냐, 몰랐다
대략 이렇게 보냈더니 답이 오기를
-홍보에 대한 생각은 서로 생각이 다른 것 같구요
어쩌고 저쩌고
저 생각해서 말해 준 거다
이러더라고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피곤함을 전해 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ㅠ)
저는요…정말 이런 비논리적인 대화가 너무 피곤합니다.
그냥, 속이 너무 뻔하고 수가 빤히 보여요.
손 안 대고 코 풀고 싶고, 본인 뜻대로 제가 안 움직이니 본인 깜냥 안에서 할 수 있는 이 말, 저 말 해 보면서 저를 조종해 보려고 노력하는 거요.
이 분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앞뒤가 잘 안 맞아요. 이 얘길 하다가 저 얘기가 왜 나왔지? 싶은 얘기도 잘 하고요. 이유는 하나예요, 본인이 지금 그 얘길 해야겠으니까 하는 거.
본인이 관심 없는 얘기를, 그런데 필요해서 제가 꺼내면, 응응 하며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그리고 다시 본인이 하고 싶은 쪽으로 얘기를 끌고 가요.
개인적인 수다를 말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저에게서 얻어내고 싶거나, 구역별로 할당된 일이 혹시나 자기보다 저에게 적지 않은지 알고 싶거나… 이런 것들.
만약 이 사람이 제 친구나 형제자매나, 어쨌든 그런 주변인이었거나 최소한 제 말을 알아들을 것 같은 사람이면, 저는 그 논리적인 허점을 정확하게 찔러 줬을 거예요.
너의 이러이러한 말은 매우 말이 안 된다,
너는 내가 귀찮은 일을 담당한다고 했을 때는 같이 하자고 하다가, 너의 몫을 나누어 가라고 하자 갑자기 본인은 그런 걸 되도록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 다음에 꺼낸 얘기는 왜 나온 거냐, 여기서 그 얘기가 나오는 건 아주 이상하며, 그건 내용과 상관없이 너의 의도를 보여 준다,
너는 사실 이런 걸 바라는 거다.
그런데 이 분은…
일단 저보다 나이가 많으니 어느 정도는 존중해 드려야 하는데
그걸 차치하고라도, 제 말을 알아들을 사람이 아니에요!
알아들을 사람 같으면 저런 얕은 수를 쓰지도 않겠죠… 그냥 저는 헛웃음이 납니다. 사람을 뭘로 보고.
아니, 이 사람이 의도적으로 저를 낮추어 보는 게 아니라 그게 이 사람의 한계라서 그런 거겠지만요.
답답해요.
너무 답답해서, 글로 풀어내면 누군가 저의 답답함을 알아 주시려나 싶어서 써 봤습니다.
아오 진짜… 내가 여길 떠나면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