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아닌 이야기예요.
얼마전 글 올린 것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차를 바꾸려고 하는데 G80을 살 것인가 GV80을 살 것인가 고민하던 글이요. 아내인 저는 세단파고 남편은 SUV 파라 뭘 살까 하다, 제가 SUV보다 세단이 좋다는 마음이 한 30 정도면 남편은 SUV를 타고싶다는 마음이 한 7-80쯤 되어 보이는지라 그냥 제가 양보했어요.
제가 양보했다고 썼지만, 사실 저희 G80계약서까지 썼었거든요. (견적 받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계약서요.) 영업사원이 내일 은행, 카드사 영업시간에 전화하면 카드 열어서 결제해 주세요, 까지 진행하고 나왔는데, 남편이 자꾸 한숨을 쉬더니 아무래도 G80은 아닌 것 같다는 거죠.
저야 뭐 간절히 차를 바꾸고 싶은 그런 상태는 아니었으니, 그러냐고, 그럼 좀 더 생각해 봐, 그 계약 캔슬하고. 했어요.
그리고 며칠동안 남편이 아무래도 GV80이 좋은 것 같다고, 눈 앞에 차가 어른거린다고, 회사앞 영업점에 진열해 둔거 봤는데 진짜 예쁘다고... 그러길래,
니가 그렇게 GV80이 타고싶으면 그걸로 사자고, 나는 니가 GV80을 타고 싶어하는 만큼 G80이 타고싶은 게 아니라고. 좀 더 간절한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이런건.
하고 GV80을 계약했습니다. ^^ 빠르면 이번주 토요일에 차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남편은 그 차를 계약하고부터 보이지 않는 꼬리를 붕붕 휘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나 신나하는지 옆에서 보기에 덩달아 신날 정도예요.
그래서 물었죠. 너 GV80이 그렇게 좋은데, 그날은 왜 G80 계약서를 썼느냐고.
그랬더니...
니가 G80이 좋다면서. 니가 그걸로 탄다니까 그랬지................
그럼 계약 취소는 왜 했어? 니가 취소해도 된다고 하니까....
저는 진짜, 제 남편이 SUV를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몰랐습니다. 제가 그래도 G80을 고집했다면 아마도 G80을 샀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짠하고, 한편으론 미안하고, 결론적으론 다행이다 싶어요.
남편이 GV80을 사게 되어 느끼는 기쁨이 100이라면 저는 G80을 사도 한 10쯤 기뻐하고 말았을테니까요.
그냥 그렇단 얘깁니다.
연애기간을 포함하면 한 30년째 알고 지내는 사람인데
이렇게 뭔갈 좋아하는 건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신기해서 글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