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원에서 수강생으로 만난지 6년 된 지인이 있어요.
저보다 10살 많아서 그분은 50대 중후반입니다.
저는 물론 다른 수강생들도 그 언니 얘기하면
다들 우아하다고 해요.
그분을 통해서 느낀 우아함은 이런거예요.
일단 재력이 엄청 좋거나 날씬한 동안 미인은 아니세요.
젊었을때 꽤 예뻤을 얼굴인데
키는 큰 편이고 나이들어 과체중이세요.
여자들이 많다보니 늘 다이어트나 위고비, 각종 시술
같은 얘기하며 언니도 같이 맞을래요? 물어보면
자기는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보기로 했다고 웃으며
거절하시고 실제로 화장품도 올리브영이나 코스트코에서
대충 사서 쓰세요.
그런데 안목이 세련되어서 흔한 스타일이 아니고
같은 연배분들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아주 잘 하세요.
알고보니 미대 졸업하셨더라구요.
일단 외모는 대략 이런 스타일인데
정작 우아하다고 느끼는건 그분 에티튜드예요
6년간 매주 한번 수업 듣고 카페도 가는데
그분이 한번도 신발 벗은걸 본 적이 없어요.
다른 분들은 수업 시간에 뒤에서 보면
대부분 신발 반쯤 벗고 있거나 카페 가면 소파에서
양반다리하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이 분은 단 한번도 그런 식의 흐트러짐이 없어요.
제가 코스트코 회원이 아니어서 이 분 따라서
장보러 간 적이 한번 있었는데
마트매너라는 것도 있구나 그날 처음 알았어요.
카트 밀고 다니다 물건 구경할게 생기면
일단 카트를 사람들 통행에 방해 안되는 곳을 찾아
세워놓으시더라구요
카트 밀다가 통로 한가운데 버려두고 구경하는 사람이
천지인데 그런 배려 신선했어요
사람들 틈을 헤집고 지나가야하는 상황에서도
그냥 카트 밀고 통과하는데 아니라
"좀 지나갈게요" " 죄송합니다"
단정한 목소리로 일일이 양해 구하시는데
몸에 밴거더라구요.
물건 위치 알려준 직원에겐 꼭 감사합니다 인사하시고
판촉하는 직원분들이 손님 이거 한번 시식해보세요
잡아세울때마다 웃으며 가볍게 일일히 목례해주시고
지나가는데 그동안 판촉사원들 투명인간 취급했던
제가 조금 부끄러웠어요 ㅎ
어딜가도 문 잡아주는 매너가 몸에 밴 분인건
알고 있었지만 일상적인 매너도 완벽하더라구요.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경계가 매우 분명해서
좀처럼 그 선을 안 넘다보니 그 흔한 남편, 시댁 얘기 같은거
잘 안 하시고 특히 남 뒷담화 하는거 한번도 본 적 없어요.
나이에 대한 언급이나 왕언니 대접 같은거
질색하시고 매우 수평적으로 대하세요.
늘 우리 수업과 관련된 자료와 트렌드 등에 대해
얘기하시는데 시류를 꿰뚫어 보는 감각이 매우 젊고
외국 생활도 오래 하신 분이라
외국 자료 제일 잘 찾으시고 해석해서 다 알려주세요.
30대 젊은 분들도 대부분의 자료는 이분께 요청해요.
박람회에 한번 같이 갔는데 외국인 부스에서
영어로 상담하시는거 보고 저 반성하고 왔어요 ㅜㅜ
가끔 82에서 우아한 말투와 자세가 어떤거냐
묻는 질문이 올라오는데 제가 옆에서 본 우아함은
낮고 부드러운 말투는 당연하고
평소 가치관, 취향, 지적능력 심지어 유머와 위트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굳이 지인의 얘기를 이리 길게 자세히 쓴 이유는
제가 그분처럼 50대 중후반이 되었을때
퍼질러져서 우아고 나발이고 다 잊고 살까봐
나중에 꺼내보려고 기록 삼아 적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