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키톡에 글 올리고 많은 분들과 엄마에 대한 추억과 애틋한 정을 나누다
보니 엄마 생각도 더 나고, 또 댓글과 쪽지 덕에 힘도 더 나고, 그래서 앞으로 더 잘해먹고
살자 싶어 그동안 숙제였던 냉장고 청소를 끝내고, 가을로 접어 듭니다~
(저희 집 냉장고는 두 식구 살림이라 단촐해서 그나마 정리가 쉬운 거예요. 뭐가 있어야
낑겨 놓고 그러죠. 그냥 깨끗 깨끗.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하루 세끼 만드시는 주부님들, 괜히
자책하심 안돼요~~~ )

결혼할 때 혼수 준비를 하며 엄마가 가장 아쉬워했던 게 냉장고와 오븐이었어요. 집에 베란다가
없어 홈바 있는 600리터 이상대 냉장고는 어떻게 해도 들어갈 방법이 없었고, 싱크대도 너무 작아
오븐이 들어가지 않아 엄마가 사둔 걸 모두 취소 할 수 밖에 없었죠. 얼른 집 넓혀서 이사 가라고,
그때는 꼭 냉장고, 오븐 바꿔주겠다고, 그때는 마다하지 말라며, 작은 걸 고집하는 내게 눈물
글썽이던 엄마... 작년에 이사하면서 오븐은 빌트인 돼있어, 냉장고만 새로 샀거든요.
나중에라도 김치 냉장고 살 계획은 없기 때문에 네칸으로 분리되어 작은 김치냉장고칸이 있는 지*
콰트로예요. 콰트로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긴 한데 전 아주 만족스럽게 쓰고 있어요.
전 사기 전에는 굉장히 고심하는데, 사고 나면 무조건적으로 제가 선택한 것들에 관대한지라... ^^;

먼저 풀샷. 아, 아니 저 아래 두칸 잘라 먹은 상반신샷. 상반신이 넘 길죠? ㅋ
수납의 여왕 파워블로거들께서 이렇게 사진 찍어 올리시길래 흉내함 내봤어요. 냉장고 정리하며
오래된 고기, 잡곡 등을 버리고, 나니 왼쪽 아래 칸은 아예 텅텅 비었어요. 육수 보관 전용 공간으로
쓸 예정이구요, 오른 쪽 아래는 김치 저장칸. 김치통 두개가 들어가고, 그 위에 협소하나마 야채칸이
또 있어 두 식구 살림에는 안성 맞춤이에요.

냉동실 맨 위 두개의 프리저락에는 Fish, 두번째는 Meat 재료들. 라벨 붙이기 놀이에 푹 빠져 라벨을
부쳐놨는데,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네요. 두번 째 칸은 조리한 음식들 냉동시켜 놓은 것. 지금은 부침개,
불고기 양념 재운 것, 당면 불린 것, 만두, 떡국떡이 들어 있어요. 모두 1회에 먹을 만큼 따로 나눠
넣어놔야 해동 시킬 때 편해요. 생선도 하나씩, 고기류도 모두 1회 먹을 만큼 나눠서 보관하구요.
세번째 칸은 각종 음식 재료들과 1인분씩 얼린 밥, 카레, 국 전용 칸.
네번 째 칸은 지금은 육수들이 들어 있는데, 육수 양이 많아지면 아래 냉동 전용 칸으로 이동시키고,
여긴 부피가 커서 프리저락에 안 들어가는 녀석 들을 보관할 예정이에요
냉동 도어 맨 윗칸은 잡곡들. 역시 1회 분량 만큼 지퍼백에 넣어 나란히 나란히. 그리고 두번째는
콩가루와 찹쌀가루. 밀가루는 박력분, 중력분, 강력분 등으로 골고루 구비되어 있어야 하므로
따로 냉장고 옆에 보관중이에요. 빌트인 냉장고를 그냥 수납 공간으로 쓰거든요.
그리고, 도어에는 깊은 음식 맛의 비법, 육수 내기 친구들. 말린 홍합, 멸치, 다시마, 말린 표고
버섯, 대파 뿌리, 새우, 황태포. 가다랭이가 빠졌네요. 이쁜 것들. ^^

그리고, 이것은 무엇일까요? 저의 냉동실에는 이런 정체 불명의 것들이 꽤나 많아요.
이건 생크림 얼린 것. 항상 휘핑 크림 하나 사서 생크림 내먹고 나면 유통 기한이 지나 버리기
일쑤인데, 이렇게 얼려놓음 두고 두고 먹을 수 있죠. 상온에 두면 금방 녹아요.
열무 김치 국물도 저렇게 얼음틀에 넣어 얼려 여름에 열무 국수 해서 동동 띄워 주면 다 먹을
때까지 시원한 국물을 먹을 수 있어요. 음,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것도 헤치워야겠네요.
이번엔 냉장실. 자주 여닫는 곳이고, 또 음식이 상할 여지가 많은 곳이라 냉장실 정리가
냉동실 보다 훨 까다로와요. 쉽게 꺼내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유통 기한 지난 음식이 안보이는
곳에 숨어 자리 차지하는 걸 방지해야 하죠.

맨 윗칸은 소스통들. 고추장과 된장은 자꾸 여닫으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작은 통에 덜어놔요.
장은 자꾸 덜면 안 좋다지만, 큰 통에 자주 공기가 들어가는 것 보다는 나을 듯 해서요.
큰 통들은 뒤에 숨겨 놨어요. 저장 반찬들과 함께.
두번째 칸은 반찬들. 배추김치, 총각 김치도 한통씩 썰어 글라스락에 넣어두구요. 김치 냉장고
칸은 자주 열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각종 밑반찬들은 모두 이 칸에 두어 꺼내기 쉽고, 바닥이
보일 경우 버리거나 먹어치울 수 있도록 해요.
오른 쪽은 올해 마지막 수박. 올해 수박 10통도 넘게 썬 것 같아요. 헥헥. 이제 그만~
세번째 칸은 자주 쓰는 요리 재료들. 네번째 칸은 자주 안쓰는 요리 재료들.

육수와 함께 제 요리 친구들. 이쁘게 붙여둔 라벨 보이죠? 흐뭇~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케첩소스(미트볼, 소세지 등등 조릴 때), 타르타르 소스, 쌈장, 된장, 만능양념장(매콤한 요리는
모두 이걸 기본으로 해요.), 고추장, 소고기볶음고추장, 겨자 소스. 된장과 고추장만 빼고 모두
직접 만든 것들이에요.
이렇게 미리 소스를 만들어 두면 음식할 때도 훨 편하고, 소스가 숙성되어 맛도 더 나고,
밥상에 항상 비슷한 종류의 음식들이 올라오는 걸 피할 수 있거든요. 식상한 반찬, 소스로 돌려 막기.

저처럼 자주 밥을 해먹지 않아 먹을 때마다 매끼니 밑반찬을 만들고,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자주 쓰는 요리 재료들을 어떻게 보관하느냐가 냉장고 정리의 관건이에요.
여긴 파, 달걀, 햄, 어묵 등등 금방 금방 꺼내어 썰거나 볶아 내는 재료들이에요. 오른쪽은 생수병을
잘라 만든 건데, 햄도 한번 개봉하고 나면 지퍼락에 넣어 밀봉 후 저렇게 보관해요. 김밥 자주 싸는
저에겐 너무 유용한 공간이다. 길쭉한 음식 재료는 모두 지퍼락에 밀봉해 차곡 차곡 쌓아 보관해요.

냉장 도어 아래칸. 수납의 여왕님들 따라하기. 페트 병을 잘라 저렇게 넣어 놓으면 작은 병들도
안 쓰러지고, 공간도 덜 차지하고 넘 편하죠. 이것도 저의 소스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맛간장, 초밥 or 김밥 할때 밥간하는 촛물, 레몬즙, 새우젓. 그리고, 클로렐라와 비타민.
클로렐라 통이 너무 커 다른 비타민 통에 넣어 놨어요. 꼭 냉장 보관할 필요는 없지만, 물 마시면서
잊지 말고 먹으려고 냉장고에 보관. 그리고, 냉장고의 필수품, mil~~~~~~~~~k!
냉장고 정리 하고 나니까 이제 눈이 옆으로 돌아가요. 이번 주말에는 수납장 및 그릇 정리 도전.
그릇 정리하고 수납장이 시원해지면, 잠시 올려 보냈던 프라이팬 지름신이 다시 강림하실텐데...
어쩌죠? 스뎅 스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