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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 "니 할배 저승밥인데 ..."

| 조회수 : 3,369 | 추천수 : 4
작성일 : 2006-10-12 13:41:40
  어릴적 소아마비로 인해 왼쪽 팔을 전혀 못 쓰시던 저희 할아버지
하나 뿐인 동생을 6.25때 잃으시고 한이 맺히셨는지 아들만 5형제를 두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맏아들, 전 맏손녀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채식만 드십니다. 젊은 시절에는 생선도 드셨는데 그마저 속이 불편하다며 풀만 잡수시지요.
풀요리 끝내주십니다. 애호박을 뽁더라도 음력 8월꺼는 물이 많으니까 그냥 뽁고 음력 9월꺼는 뽁다가 물한숟가락을 둘러야 맛있다 하시지요.  
  반면 할아버지는 고기를 좋아하셨어요.  당신이 안드시면서도 고기반찬을 얼마나 맛있게 하시던지.
갈치 토막내어 돌에 싹싹 문질러 비늘 없에고 석쇠에 올려 가마솥 군불에 노릇노릇 구워내시던 정성이며 칼국수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위해 홍두깨로 미시다 연세들어 힘에 부치시니 반죽을 작은 바게트모양으로 만들어 솥에 도마를 걸친채 칼로 썰어 넣는 신기한 신제품개발까지 하셨죠.
  할아버지께서 10년전 뇌종양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평소 "날만 새면 내돈이다 "(날이새면 무당이 돈을 받고 가니까요.) 라고 놀리시며 정초 안택굿 하던걸 못마땅하게 여기시던 아버지께서 손수 용한 박수무당을 불러 할아버지 좋은곳 가시게 큰굿을 벌이셨어요.  작은 할아버진 밤새 숨죽여 우시구요.
  이승에서의 마지막 설날, 식구들이 모여 친적이 보내온 광어회를 먹고 있는데 저한테 물으셨죠.
"윗채에는 뭐하노" "광어회 먹어요" "저그 아버지는 안주고 "
윗채에 올라가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말라 얘기했노 할아버지 자시면 해로운데......   갖다 드리거라 잡수고 싶은거라도 드시게"
"할아버지 맛있어요?"  "그걸 말이라꼬" 참 맛나게 드셨습니다.
그걸 끝으로 20여일 음식을 못드시다 동네 잔치집에서 가져온 메밀묵을  몇점 드시고는 증조할머니 제사날 당신 어머니와 함께 머나먼 길을 떠나셨어요.
  올 봄 할머니께서 남동생 결혼준비로 2말에 가까운 메밀묵을 쑤시며 얼마나 정성을 들이시는지 ...
"니 할배 저승밥 (저승갈때 배고프지 말라고 이승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 인데  하시며 눈물을 훔치시고는 젖고 젖고 또 저으셨습니다. 그 정성으로 쑨 메밀묵은 손님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할머니는 먼곳을 바라보고 계셨죠 .
  어제 잠깐 산에 갔더니 메밀꽃이 눈송이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네요. 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오냐~  순아~~~ 잘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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