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

Anonymous 조회수 : 1,539
작성일 : 2011-02-13 12:03:26
젊은 시절에 한국을 떠난지 20년도 더 되어 3년만의 한국방문.
강산이 두번도 더 바뀐 세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것 감안하고도 남지만 뭐 그런 서운함이 아닙니다.

1.
친구가 사는 지역의 호텔 라운지에서 만나 부페 먹는데
만나자마자부터 끝없이 걸려 오는 친구의 전화로 대화가 끊기기만...
친구의 전화통은 끝없이 이어지고...나는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먹는데만 집중합니다.

그렇게 좀 있다가 자리를 옮기자고 해서 그 호텔내에 있는 비스트로에서 술자리...
이번엔 웬 남자가 와서 합석.
이 호텔 윗층에 있는 회원제 헬쓰클럽에서 운동 마치고 왔다는 친구라네요.
대체 그 시각에 내친구와 술자리하는 이 남자 (당연 유부남)는 뭐야? 하고 있었다는.
무슨 소개팅도 아니고 초면에 웬 신상조사를 ??? 그렇게 끝없는 이야기가 오고 가고...
저쪽 무대에서는 필리핀 그룹 가수들이 말도 안되는  가창력으로 팝송을 부르고 있는데
그 노래는 완전 소음이었네요.
이래 저래 짜증이 몰려오는걸 참고만 있었어요.

럭셔리한 호텔 바같은 분위기도 너무 싫었고  필리핀 그룹가수들의 시끄러운 공연도 정말 싫었고
친구의 친구라는 저 남자도 완전 느끼하고...진짜 거지같은 기분이었네요.
친구는 날 즐겁게 해준답시고 저러는데 완전 자기 취향...
우리 젊었을때는 소박하지만 독특한 포장마차집에, 소박하지만 분위기 있는 카페에 데려갔었지요.   

오랫만에 만난 친구, 늦은 나이에 교수 임용되어서 상당히 당당해진 친구,
아이들은 유학 보내고 결혼 초반부터 애정없는 남편과 너 따로 나따로 이러면서 그럭 저럭 살아가는 친구고
원래 좀 정신없이 사는 타입에 워낙 독특하게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긴 하지만
이렇게 만나고나니 정신 쭉 빠지고 늦은 밤, 택시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마음이 공허해지고  
두번 또 만나기 싫어지네요.
날 많이 챙겨주는 이 친구가 가진 모든 좋은 점들이 저런걸로 인하여 다 묻어지는.
대화가 통하는 친구도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때부터 많은 시간을 나눴던 정이 많은 친구였는데...


2.
어제는 독신 친구를 만났는데 내가 아는곳이 없는지라 백화점 정문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친구는 차가 밀린다는 이유로 30분 늦어서
저는 혼잡한 주말의 백화점안을 빙글 빙글 돌아야만 했고 만나자마자
일때문에 그 현대 백화점 꼭대기층에 있는 가구를 봐야 한다면서 10분만 거기 보러 가자고 해서
거기서  30분 지체.
그리곤 주차때문에 백화점 식당가에서 저녁 먹자고 해서 식당가에서 저녁 먹는데
그때 걸려온 친구의 친구 전화 통화가 또 30분...
나는 친구앞에 앉아 함께 밥을 먹고 있지만 친구는 통화에만 열중...
아, 외로워. 이런게 바로 함께 있지만 혼자라는 기분이구나 !

밖으로 나와 (이 친구는 약골인데다가 술은 안마시는 친구라)
이 친구 차를 타고 조용한 카페 찾아 들어가니 10시에 폐점한다는 종업원 아가씨의 말에
알았다고 하고 자리에 앉아 커피와 케익 먹으며
이제서 뭔가 서로간의 살아온 얘길 하기 시작. 그새에 또 친구의 전화 두통.
어느덧 10시가 지나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갈 시간.
친구의 배려로 집까지 차로 바래다 주었는데 집앞에서 차를 정차시켜 놓고 한 30분 더 이런 저런 이야기...

이 친구는 유학시절 친구인데 만날때마다 매번 늘 그러죠.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거기와는 달리 다들 마음의 여유가 없지?
다들 그렇게 빡세게 산단다...

열심히 사는건 잘 알겠다만, 지금 그 문제가 아니잖나?
아, 정말 오랫만에 친구 만나도 너무 재미 없어요.
내가 이래서 친구 만나는것보다 82에서 노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집에 돌아오니 저쪽에 있는 나의 외국 친구들의 메일이 3개...
내가 빨리 돌아오길 기다리는 친구들...
저 한국친구들은 과연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나 있었을까?
만나보니까 그런것 같지 않은데...나만 혼자 그리워 했었네.
이 거지같은 기분이란.

어젯밤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신탓이기도 했지만
새벽 3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씁쓸한 생각에 밤새 뒤척 뒤척거렸네요.

나도 정 많은 한국사람인지라 이놈의 정때문에...
과연 앞으로도 20-30년지기 친구들과의 관계가 유지될런지 모르겠어요.
매번 우리나라에 올때마다 메마름을 느끼고 실망만 잔뜩 더해가고
내 마음은 자꾸 떠나가고 있는데.
  


IP : 221.151.xxx.16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쓸개코
    '11.2.13 12:22 PM (122.36.xxx.13)

    원글님 글 100% 공감해요.
    쓸쓸하기 그지없는 그 기분.
    말하기도 치사스러움.
    가슴에 휭~하고 바람한줄기 지나가더라구요..

  • 2. .
    '11.2.13 12:26 PM (124.216.xxx.23)

    참 기분 거시기하셨겠네요.
    저도 제 주위사람들이 점점 님친구들처럼 변해가서 만나는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관계자체를 끊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웃기는게 지네들에게 이용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찌나 몰입하고 충실히 하는지....
    그러다가 속내의 괴로움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면 저에게 연락옵니다. 그런짓을 몇십년
    하다 보니 피곤하고 짜증나서 " 나는 너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평소 어울리고 잘 챙긴 사람들에게 너의 괴로움도 말해라 하고 연락 끊고 있는 중입니다. 참 서글픈 일이지요.

  • 3. 소홀함
    '11.2.13 12:29 PM (124.55.xxx.141)

    친구라기 보다는 그냥...지인에 가까운 관계같아요.
    3자와 함께 만나기. 자기 볼일보는데 데리고 다니기. 통화로 시간 낭비하기.
    이건 아니지 않나요? 차라리 약속을 하지나 말지...
    살기 바빠서는 이유가 아닌 것 같구요. 님을 가볍게 여기거나 야박한 사람들인거죠.
    마음 비우셔야할 것 같아요. 과거는 흘러갔고 추억만 남은 관계인 듯 싶어요.

  • 4. Anonymous
    '11.2.13 1:27 PM (221.151.xxx.168)

    굳이 대화가 통하고 깊이 있는 친구가 아니라는 점에선 A급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 맞구요.
    첫번째 친구 원래 좀 가볍고 엄청 사교적이고 산만한 친구긴 한데
    그래도 나에게 맛 있는거 사준다고 챙겨주고 남에게 못 터는 자기 속얘기도 하고 그러죠.
    두번째 친구는 나름 스스로 남에 대한 배려심 많고 친절하다고 꽝 믿던데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 친절함은 고마웠지만 (내 성격에 남자라고 해도 집까지 바래다 주는거 거절하거든요) 오랫만에 만난 친구앞에서 30분씩의 긴 통화하는게 무매너라는걸 미처 모르는듯해요. 우리나라에선 저런게 당연한건가 했네요.

    윗님 말씀대로 과거는 흘러갔고 사람은 변했고 남은건 추억뿐인것 같군요.
    그럼에도 웬지 20-30년 쌓은 우정이라는 성이 무너지는 허무함이...

  • 5. 내가
    '11.2.13 1:41 PM (180.64.xxx.147)

    떠나간 시간만큼 그 친구의 시간이 흘렀더라구요.
    원글님은 아마 저랑 오프에서 만나신다면 좋은 친구가 되실 것 같아요.
    가끔 저와 의견이 다른 댓글들을 다실 때도 있지만
    기본적인 성향이 저랑 참 비슷하신 분 같거든요.

  • 6. Anonymous
    '11.2.13 2:41 PM (221.151.xxx.168)

    살면서 많은 친구들과 가슴 아프게 절연한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저 친구들은 평생 친구라고 믿었는데...비록 멀리 떨어져 살지만요.
    저는 모질면서도 또 한번 정 주면 배신하지 않는한 끝까지 그 우정을 지속하는 타입인데
    변하지 않은건 나뿐인가봐요?
    윗님. 저와 기본적인 성향이 비슷하다니 반갑습니다.

  • 7. 친구들이
    '11.2.14 4:14 AM (121.134.xxx.44)

    정말 바쁘신 분들인가봐요..
    직장을 다닌다거나,,,아직 좀 나이대가 바쁜 시기(30대~40초반은 정말 친구만날 시간도 없을만큼 사는게 바빠요..) 아닌가 싶네요..
    나이가 더 들어 상대적으로 더 여유있고,,일이 없는 사람인데도 그런다면 모르지만,,
    그래도 그정도로 시간 쪼개서 친구 만나는거 괜찮은 관계인 것 같은데요..

    저도 외국에서 사는 친구들 많지만,,
    그 친구들이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서,,늘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예요.

    일단,,외국에서 온 친구의 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다보니,,
    내가 한가해서 친구랑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를 놓치게 되고(둘다 한가한 시간을 맞추기 힘들더군요),,바쁜 날(친구는 한가한 날이죠^^) 시간 쪼개서,,만나다보니,,,친구입장에선 다소 서운해도,,,그게 최대한의 배려가 될 때도 있어요..

    외국에서 한국 들어오는 친구들 대부분이,,,
    들어올때,,며칠부터 며칠까진,친정,시댁,여행등등,,, 자기 일정 다 짜놓고는,,,그 사이사이에(비는 시간에) 한국 사는 친구가 만사 제쳐놓고 자기를 위해 만나길 바라더라구요...
    저는 전업인데도,,그 친구가 정해놓은 시간에 맞추려면,,(다른 날이라면, 엄청 한가해서 하루 종일 친구랑 놀아줄수도 있는데도) 제 일과 겹치는 경우가 많고,,,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친구라면 나도 바쁘니,,둘 다 한가한 시간으로 맞춰서 다음에 보자라고 할텐데,,그럴 수도 없고,,,
    진짜,, 친구 생각해서 없는 시간 쪼개서 만나게되요,,..

    만남중에,,정말 사소한 통화를 오래 하는거라면 그건 예의 없는거지만,,
    의외로,, "친구 만나느라 통화 어렵다,다음에 통화하자"고 얘기하기 어려울 상대일수도 있는거구요..

    외국에서 살때,,저도 참 여유롭고 한가하게 살았어요.
    얽힐 관계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한국에선,,,서로 쓸데없이 얽힌 관계가 많아,,,더 바쁜 건 사실이예요,,,
    특히,,30~40대의 나이는,,직장생활도 바쁘고,,아이 키우는 것도 한창 힘들고 매여있을 때이고,,시부모나 친정부모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는 시기이고,,,,
    그러다가 50대가 되어,,어느정도 자식도 크고,어른들도 간섭 덜하고,,직장에서도 어느정도 위치에 오르고,또는 퇴직하고,,하면,,,시간이 많아져서,,
    예전에 시간많던 20대처럼 다시 친구간에,,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답니다..

    한국에선,,,
    여자가 해야 할 쓸데없는 역할이 정말 많거든요...외국에서 볼땐 아무것도 아닌 그런게요,,,

    아주 못되게 행동한 거 아니면,,
    여유있으신 원글님이 어느정도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 8. Anonymous
    '11.2.14 9:25 AM (221.151.xxx.168)

    30-40대때는 아무래도 친구들이 아이들이 어린지라 친구 집으로 가서 만나거나
    아니면 친구가 아이 끌고 나와 아이땜에 정신 좍 빠진 기억이 있네요.
    지금은 50대고, 제 친구들중엔 전업주부는 없구요,
    다 들 일땜에 바쁜거 맞지만 적어도 저 친구들가사일엔 거의 신경 안써요.
    첫번째 친구는 아이 둘 유학 보냈고 두번째 친구는 독신이니까요.
    .
    지난 10년간은 한국에 와도 일주일, 길어야 두주일 있다 갔는데, 이번엔 치료, 집안일 등등
    체류가 길어져서 한국에 온지 석달이 다 되어 가요.
    워낙들 바빠서 만날 날을 정했다가 두어번 무산되고 하다가 저 두 친구들은 아주 힘들게 만난거였지요.
    저도 거기선 숨도 못쉴만큼 늘 바쁘게 살았지요.
    여유없는거 제가 왜 이해를 못하겠어요?
    서운한것은, 그 힘든 만남의 시간에 저 친구들의 전화가 북새통이었던것이었어요.
    제가 사는 나라에서는 친구 만날때 걸려오는 통화를 바이브레이션으로 해놓고 전화 받으면
    몇시쯤에 내가 전화하겠다고만 말하고 끊지요. 이게 예의 아닌가요?
    한국에선 서로 쓸데없이 얽힌 관계가 많아,,,더 바쁜 건 사실이라는 말씀엔 저도 공감합니다만.

  • 9. 친구들이
    '11.2.15 7:12 PM (121.134.xxx.44)

    원글님 댓글 보니,,,
    원글님 심정 이해가네요..
    제 주위 50대 분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어 보이고(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찾고,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던데,,,
    원글님의 친구들은 50대가 되어서도 그러하다니,,,
    섭섭하시겠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221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5,837
682220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3,039
682219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3,350
682218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20,936
682217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2,732
682216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2,710
682215 꼬꼬면 1 /// 2011/08/21 28,433
682214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5,908
682213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6,251
682212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5,738
682211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981
682210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4,324
682209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7,615
682208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8,640
682207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9,275
682206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7,808
682205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6,055
682204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5,408
682203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2,363
682202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5,237
682201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4,224
682200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4,442
682199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7,142
682198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4,511
682197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20,643
682196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2,760
682195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4,604
682194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2,679
682193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9,315
682192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2,76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