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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에 파업할까 해요.

맘 떠난 시집 조회수 : 746
작성일 : 2011-01-28 16:47:43
몸져 누워야 할 정도의 큰병은 아닌데 원인불명에 난치성에 온갖 병을 오랜시간 겪다 보니 심신이 많이 지쳤어요.
우울증도 동반된 상태이구요.
근래엔 약부작용으로 위장이 많이 상해 한달 넘게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기력조차 바닥인 상태에요.
집안살림은 물론 제 몸 씻는 것조차 엉망이에요.
아이는 없고 남편은 다행히도 주욱 야근이라 죽과 맨밥으로 연명하고 있네요.

이런 상황에서 설이 다가오니 빨리 추스려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급기야는 꾹꾹 눌러놓았던 내가 시집에 왜 노동력제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냐는 반발심 내지 회의감까지 밀려옵니다.

시집은 명절에 아주버님 생모 되시는 분 차례를 새벽가치 지내고 시큰댁으로 차례 지내러 가요.  
때문에 시집에선 음식 먹을 일도 없고 간단히 차례만 지내면 되는데, 맛있게 먹지도 않고 각자 집에 냉동실로 들어갈 전을 몇 시간을 쭈구려 앉아 부쳐야 하는지 힘들다기 보단 지긋지긋해요.
명절 당일날 새벽가치 움직여야 하는 것도, 큰댁에 가서 음식 못한 죄로 제기에 30인분 식기 설거지 독박 쓰는 것도, 친지들 신경전도 지긋지긋하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아닌 며느리란 이름으로 대우받고 행세해야 하는 것이 너무 싫네요.

남편은 몸이 불편하면 친정행도 쉬이 쉬어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전전긍긍해야 하는지 바보 같다는 생각에 서글퍼집니다.  
그래서 어제 남편에게 구구절절 얘기 없이 설에 안가겠다고 한마디 했어요.
남편 시크하게 그러라고 하네요.
자신은 어떡할지 이제 생각해 보겠다네요.
자신도 지쳐 쉬고 싶답니다.
시집이 같은 도시라 걸리지만, 그냥 눈감고 귀닫고 생각도 멈출까 해요.
당일 인사차 잠시 다녀오면 좋겠지만, 그렇게 관대하신 분들이 아니라 말로는 표현도 못할 눈빛과 찬바람, 일장연설을 마주하느니 아예 안가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에피를 풀어보자면,

우선 시부모님 성향이 남편이 피곤에 쩔어도 이해해 주지 않고 대접 받길만을 원하시는 시부모시라는 점이에요.

몇 년전에는 제가 목디스크로 숟가락도 놓치던 때가 있어 남편이 야근에 집안살림에 아주 힘들어 했더랬죠.
명절 음식하는 날 저는 어떻게든 가려고 준비했는데 남편이 일어나질 못하더라구요.
안스러워서 좀 더 자게 놔두고 제가 몸이 불편해서 느릿느릿 준비한 후 남편을 깨워 원래 항상 제수마련 시작하는 시간에서 한 시간 늦어지겠다고 시댁에 전화를 드리게 했는데,
시아버님이 형네는 벌써 와 있는데 니넨 뭐하냐면서 노발대발하시더라구요.
제가 아프면 너(남편)라도 일찍 와야지 하면서 꼬장꼬장 사람 피말리게 하는데, 남편 입이 꾹 다물려지면서  얼굴빛은 흑빛이 되는데 억장이 무너지더라구요.
시어머니 병간호 하다 더 악화된 것도 아시는진 모르겠으나 며느리 아픈 것도 아시니 한 시간 늦어지는 것, 여느때완 달리 너그럽게 넘어갈 줄 알았던 제가 바보죠.

기준도 없어요. 저흰 제 시간에 가도 형네가 더 일찍 오면 뭐라뭐라... 형네가 늦으면 일이 이러이러해서 당연...
모든 일이 이런식이에요.
자식을 낳아보지 않아 아무리 아픈 손가락,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 하지만 저 정도의 편애 이해하기 힘들어요.
성장기에서 현재진행형인 편애와 야박함으로 남편은 아이도 갖지 않겠다고 해요.

저땐 저도 터져버려서 남편도 못가게 하고 저도 안 갔어요. 명절당일도요.
자신 생모 제수 마련하는데 밤 한톨 안 치는 아주버님인데 제 남편이 혼자 일찍 가서 뭐하라고 일찍 와야한다고 난리를 부리는지...
남편이 저 집안에서 유일하게 가부장적이지 않아 결혼 후 전도 같이 부치고 설거지도 하고 하니 우습게 보였는지...
시집에 심하게 시달리고 살던 시절이었는데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보이는 게 없더라구요.
그 이후론 살짝 잠잠해지셨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IP : 210.216.xxx.19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28 4:56 PM (218.232.xxx.13)

    푹 쉬세요.
    원글님 몸이 그리 안 좋은데 우선 몸부터 추스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남편분이 동의(?)해 주신다니 더더욱 맘 편히 쉬셔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잘 쉬시고 빨리 건강해지시길...

  • 2. ..
    '11.1.28 5:32 PM (211.202.xxx.113)

    생각잘하셨슴다..
    모든일이 나하나 아니여도 잘돌아갑니다.

  • 3. ..
    '11.1.28 5:42 PM (121.182.xxx.182)

    제가 처음 결혼했을 때 생각한건데, 이 집은 내가 시집오기 전엔 어떻게 살아왔지,,였습니다.
    위 님 말씀대로 나 없어도 시집 잘 돌아갑니다. 할거 다하고 먹을거 다 먹고 웃고 합니다.
    남편이 그러라고 했으니 푹 쉬세요. 아프면 제일 서럽습니다. 건강챙기시고 연휴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영화도 한편 보세요.

  • 4. 남편분이
    '11.1.29 12:25 AM (220.86.xxx.164)

    든든한데 뭐가걱정입니까 자기부모차례상에 밤한톨 안깍으면서 말로만 큰소리 치는 인간들.. 한심하네요. 님 설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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