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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이제 이 고추가루를 다 어쩐다?

보리수네집 조회수 : 697
작성일 : 2011-01-09 00:27:20
이른 아침부터 어머니가 목욕재계를 하시고 서두르신다.


"어머니, 어디 가세요?"

"고추방아 찧으러 간다."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한가마니씩 방아찧으려고 놔두었는데

더 놔두면 벌레가 나서 안된다고

어머니께서 이른 아침부터 길 나설 채비를 하신다.


"약을 치고 싸게 팔아야 사지.

약 안치고 비싸게 팔면 누가 사나?"

어머니께서는 계속 지으시던 남들하는대로 짓던 관행농법을

아들 며느리가 힘든 일로 바꿔하니 내심 못마땅하셔서

계속  투덜투덜 하신다.

아무리 못팔아도 다섯가마니 반인데

그거 못팔겠냐 생각하고

어머니한테 올해안에 내가 다 팔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호언장담을 한 생각을 하니 머쓱할 따름이다.


주구장창 약치고 농사지은 고추가루 한가마니 30만원 주고는 사도

약 한번 안치고 풀메고 목초액 뿌려지은 고추가루 한가마니 36만원에는

비싸다고 혀를 내두르니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올해 우리는 고추를 두가마니도 못팔았다.


어머니께서는 지금 고추 빻으러 가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잘난척하고 혼자 남다른 농사짓다 고추도 못판것이 남사스럽다고

고추 위에 뭘 덮어 가리고 가자고 하신다. ㅜㅜ



어머니, 우리 제발 다름사람들 눈은 이제 고만 생각합시다.

아들의 한마디!!



어쨌거나 남은 고추를 빻으러 건너마을로 간다.

쿵덕방아가 아니면 가까운 곳에도 방아를 찧을 곳이 있지만

가루로 갈아주는 방앗간에서 고추가루를 갈면 쇳가루가 나온다는 소리가 있어

쿵덕방아집을 일부로 찾아갔다.

나무로 만들어진 디딜방아를 생각하고 갔는데

그런방아는 만나기가 어렵고 그나마 쇳덩이로 되었어도

쿵덕방아가 되는 곳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고추와 고추씨를 분리해야 쿵덕방아로 찧을 수 있다고

일단 고추씨와 고추를 분리하고

그다음 고추를 쿵덕방아에 넣어서 가루로 곱게 낸다.



기계화된 쿵덕방아를 보면서

예전에 나무로 된 디딜방아로 가루를 낸다면

좀 느리긴 하겠지만

작업이 고요하면서도 리드미컬하고

그 맛과 멋이 한층 더 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추가루 내는 냄새가 무척 매웠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방아 가까이 바짝 다가앉아서

계속 고추가루가 더 잘 빻아지라고

나무주걱으로 튀어나온 고추가루를 계속 쓸어넣으시며

눈한번 꿈쩍거리지 않으신다.



방앗간 아저씨는 가루를 쓸어넣지 말고

방아가 알아서 하는데로 그냥 놔두시는 편이 훨씬 잘 빻아지니

가만 계시라고 하지만

어머니의 의견은 그렇지가 않다.

아저씨가 뭐라 하건 말건 계속 고추가루를 쓸어넣으신다.



장장 3시간에 걸려

빛깔 좋고 맛있는 고추가루가 완성!!



근데, 가루를 낸 그 날

네이버 까페에 판매글을 올려놓았는데

다른 고추농사하시는 분이 고추가루는 소분업판매에 걸리니

잘 알아보고 판매하지 않으면 봉변당하니 잘 생각하고 올리라고

언지를 주셨다.



아. 이게 무슨 말인가.



고추를 파는건 괜찮은데

고추가루는 가공된 것이어서

가공식품 생산설비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팔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가공식품 생산설비시설이란

우리와 관계가 없는 조건이었다.



방이 네개 정도로 있는 특수공간으로

제조와 포장이 모두 별도의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식품위생법에 따라 독립된 별도의 건물이어야 한다는 것,

방아및 포장시설이 건물안에 비치되어 있어야 할 것,

그 외에도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었지만



자격조건이 안되기에 그냥 페이지를 접어버렸다.



다음날, 홈페이지에서 고추가루 판매를 내렸다.

세상에, 무서운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 까다로움이 납득이 되기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엔 세상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에잇.



내년엔 우리먹을 고추만 농사짓자고 신랑이 말한다.

먹고사는 일이 복잡하구나. 생각했다.


아. 그런데, 이제 이 고추가루를 다 어쩐다?
IP : 121.187.xxx.1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매리야~
    '11.1.9 12:28 AM (118.36.xxx.10)

    장터에 올려보세요^^

  • 2. ㅠㅠ
    '11.1.9 12:30 AM (121.164.xxx.189)

    헉 속상하네요 ㅠㅠ 그런데 여기 장터에도 고춧가루 파시는분 많은데 정말 가공업인가 뭔가 허가가 있어야 하는걸까요?
    그나저나 글을 참 구수하게 쓰십니다요

  • 3. 장터에
    '11.1.9 1:18 AM (125.177.xxx.79)

    올리심이...ㅎㅎ

  • 4. ...
    '11.1.9 12:16 PM (183.98.xxx.10)

    저도 장터에 올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5. ,
    '11.1.9 1:11 PM (112.72.xxx.216)

    저도 더필요한데 살펴보고있는중이에요 김장한번더하면 양념이 모자랄거같아요
    장터에 올리세요

  • 6. 보리수네집
    '11.1.9 1:31 PM (121.187.xxx.19)

    와. 이렇게 댓글을 많이 주시다니 너무 고맙습니다.
    저희 가게에 고추가루 품절로 해놓은건, 그, 소분업 때문에요...
    그래서....
    저도 네이버 까페나 82cook이런데다 올려볼까 했는데
    그것도, 어차피......허가가 안난것을 판매하는 것이니.

    어찌해야 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ㅠㅠ

    혹시 몰라 연락처 남깁니다.
    010-9736-2358

    모두 맘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 7. .
    '11.1.9 2:03 PM (175.119.xxx.69)

    800g에 24,000원이면 상당히 비싸네요.
    태양초라 그런가?

  • 8. 보리수네집
    '11.1.11 12:14 AM (121.187.xxx.44)

    100% 무농약이구요. 태양초여요. 비싸다 하시면 드릴 말씀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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