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며느리로 늦게 시집온 데다 아직 어린 남매 키우다 보니
일주일에 한번 찾아가 저녁 차려드리고 앉아 놀다 오는게 근래 전부였어요.
차가 있으니 볼일 있으시다 하면 모시고 한두번 왔다갔다 하는 정도구요.
아버님께서으로 아주 많이 위중하십니다.
친정도움으로 서울 큰병원으로 급하게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친정아버님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한으로 남았는데
이렇게 나마 아버님께 도움을 드릴수 있어 참 기쁘게 여겼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검사를 받으시고 집근처 대학병원으로 옮기셨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치료차 병원 가시고 형님집에 머무르십니다.
아침에 8,5살 남매 챙겨 실어 보내고 집에 와 잠시 정리하고 형님댁으로 갑니다.
어머님도 무슨 발진같은 게 생겼는데 몸이 힘드시니 쉬이 낫질않아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가십니다.
그럼 어머님 모시고 병원 다녀오고, 비워놓은 아버님댁에 가서 챙겨올 것 챙겨오고,
이런저런 병구완에 필요한 물품들 사다 나르는게 제 일입니다.
또 아버님 모시고 계신 형님 힘들실테니 한끼라도 제가 챙기고 거들어 식사하고 뒷정리합니다.
전 그렇게 하고 오후에 애들 때문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르면 3,4시 늦으면 9,10시...
그나마 전 집에 와 잠이라도 자고싶을때 자지만 형님은 아마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겠지요.
아버님 식사에, 챙겨야할 약에, 음식에... 매번 찾아드는 손님에.. 몸이 남아나질 않겠지요.
오늘은 아버님이 화장실에서 쓰러지시더니 정신을 놓으셨습니다.
뭔가 하는 소리에 뛰어가 형님과 저와 어머니님 그리고 조카까지 해서 아버님을 안아 방에 뉘여드렸습니다.
촛점이 없으신, 동공이 풀려가는 게 느껴져 정신없이 소릴 질렀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저 보이세요. 아버님, 막내, 저 여우라 하셨잖아요. 저 보이세요.
아버님 저 좀 보세요. 저랑 눈 마주쳐 보세요. 아버님 저 좀 보세요.
한참만에 나즈막히 그래.. 보인다..라며 말씀하시며 아버님은 제게 눈을 맞추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아버님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했습니다.
제 나이 37살. 막내였고 막내며느리인 제가 아버님을 챙겨드리는 날이 올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친구가 너네 무슨 재벌집 며느리들이니, 직접 손으로 다 챙겨 수발들게. 라는 말에도 그냥 그랬습니다.
저역시 평상시에 시어른들 편찮으시면 간병인 써야지, 어떻게 그걸 가족이 다 챙겨 이렇게 생각하곤 했거든요.
헌데 닥치니 그냥 제 맘이 이렇게 하라고 시키네요.
아버님 가시는 길 이렇게 거들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하루하루 저를 찾아주시는 아버님께 감사드리게 됩니다.
경상도 어른이세요. 해서 무조건 며느리가 해야하고 며느리가 것도 않하면 뭐할꺼냐 하고.
매번 큰소리로 호통치시듯 말씀하셔서 제가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구요.
둘째 가졌을 때 이번에도 딸이면 아들 낳을때까지 낳아야 한다고도 하셨죠. 흐흐흐흐.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시아버님 이셨어요.
속으로 맘은 안그러시면서도 겉으론 괜히 소리치시고 호통치시고
어쩌다 가면 뭐 가져갈라고 왔냐고.. ㅠ.ㅜ 그러시곤 나중엔 다 잘 챙겼냐고 물어보시고
첨에 시집왔을 때 무지 싫었어요.
내가 서울 계속 살았으면 이런 고생 않해도 되는데 원망도 하고
친구들은 다들 니가 그러고 살줄 몰랐다 하고 조선시대냐 이런 소리도 듣고
한 3년은 스스로 참 힘들었어요. 제 생각과 제 현실의 괴리때문에
헌데 이젠 좋은쪽으로 생각하다보니,
내가 그런 시간을 견뎠으니 아버님을 내 가족으로 여겼지.
그런 시간들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아버님을 보살피며 챙겨드리진 못할것 같아요.
아버님,
우리 봄이 오면 벚꽃놀이 가자했잖아요. 꽃구경 가야지요.
바삐 가지 마시구, 조금만 더 버텨 주세요. 조금만 더 힘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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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막내며느리 조회수 : 764
작성일 : 2010-12-13 17:31:32
IP : 58.148.xxx.13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이고
'10.12.13 5:34 PM (122.46.xxx.33)마음이 짜안~ 하네요
시댁어른들 땜에 힘들다 어쩐다.. 하는 얘기만 듣다가
이런 얘기 읽으니 정말 마음이 짠합니다.
얼른 쾌유하시기를 바랄께요~~2. 웃음조각*^^*
'10.12.13 5:40 PM (125.252.xxx.182)원글님.. 원글님의 정성으로 시아버님께서 편안해하실 것 같아요.
원글님의 안타깝고 아버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하늘이 꼭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원글님 아버님~~ 기운내세요.3. ..
'10.12.13 5:43 PM (121.190.xxx.113)복이 많으신 어르신 들이시네요.
4. .
'10.12.13 7:42 PM (211.215.xxx.75)착하신 분이시네요. 아버님이 복이 많으세요 정말
미워하던 친정아버지 암 재발로 6개월~1년 선고 받았는데
한달도 안되어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미워서 아프다 소리 듣고도 살갑게 못 챙겨드렸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마음이 아리네요
힘들어도 계실때 잘 해 드리세요5. ..
'10.12.13 8:32 PM (122.35.xxx.106)어른이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봅니다.
요즘세상에 보기힘든 귀한 심성을 가진분같습니다.
글 읽는 제가 다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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