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KBS<추적60분>PD가 KBS 사내통신망(KOBIS) 게시판에 올렸다가 삭제됐던 글 전문

KBS 조회수 : 456
작성일 : 2010-12-10 09:37:37

다음은 김범수 KBS <추적60분>PD가 KBS 사내통신망(KOBIS) 게시판에 올렸다가 삭제됐던 글 전문입니다.


----------------------------------------------------------------------------------------
김인규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추적60분>에 있는 34기 김범수피디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배님을 선배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선배님께 공개 편지를 쓰는 것은 어제 있었던 <추적60분> 불방 때문입니다.

어제 <추적60분> '4대강' 편은 결국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혀 예고되지 않은 자연 다큐멘터리가 나갔습니다. 입사 이래 저는 KBS에서 반상식적인 일을 참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어제의 불방은 일련의 반상식적인 일들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어떤 것이었습니다. 선배님에게는 그냥 단순히 한 프로그램의 불방이었는지 몰라도, 저에게는 참으로 아프고 참담한 불방이었습니다.

저희 팀이 처음 방송보류니 연기니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난 월요일입니다. 방송 불가가 아니라 연기였습니다. 방송을 낼 것이라면 굳이 한 주를 연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국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여당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대비해 야당 의원들이 국회 중앙홀을 점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방송 당일. 국회에서는 날치기가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4대강 예산안과 ‘친수법(친수구역 특별 법안)’입니다. 친수법은 4대강 사업의 설거지를 위한 법안입니다. 자본금이 2조에 불과한 수자원공사에 8조짜리 4대강 공사 사업을 억지로 떠넘기면서 정부가 수공에 약속한 수변 구역 개발법안입니다. 수공은 이 법안을 바탕으로 수변에 리조트도 짓고, 카지노도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래야 손해난 8조 중 다만 얼마라도 건질 수 있다는 것이 수공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식수오염과 환경 문제 때문에 이 친수법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여당의 입장에서는 4대강 사업을 위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했다는 이번 국회 날치기도 결국 4대강 예산과 친수법 통과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정치적 상황은 저보다 선배님이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대강 예산안과 친수법이 날치기로 통과되던 바로 그날, 선배님은 <추적60분> ‘4대강’ 편을 불방시켰습니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변명에 불과합니다. 재판에 관한 사항이 얼마나 많이 보도되는 지는 저도 알고 기자였던 선배님도 압니다. 선배님이 걱정했던 것은 아마도 여당에 대한 비판여론이었을 겁니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친수법을, 그것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는 사실. 그 역풍을 걱정했을 겁니다. <추적60분>의 4대강 방송이 혹시 여당과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을까 그게 걱정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선배님, 선배님은 아직도 헛갈리는 듯합니다. 선배님은 공영방송 사장입니다. 누구의 특보도 아니고 어느 당의 당원도 아닙니다. 비판여론에 대한 걱정은 여당의 몫입니다. 공영방송의 사장이 고민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선배님은 불방 결정을 내렸습니다. 너무나 정치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덕분에 제작진과 시청자의 약속은 미처 예고할 틈도 없이 깨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추적60분> 제작진은 영문도 모른 채 여당 날치기 통과의 공범이 되었습니다. 참담합니다.

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일련의 과정입니다. 이화섭 국장을 통해 불방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월요일입니다. 그런데 월요일까지는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날치기를 우려해 국회 로텐더홀을 점령한 것도 화요일 밤입니다. 그 어떤 언론도 몰랐고, 심지어 민주당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일을 선배님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여당과 일정을 논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선배님은 정말 결백하십니까?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김인규 선배님, 그만 KBS에서 나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제 생각에 선배님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습니다.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습니다. 그만 물러나 주십시오.

<여기에서 단호하게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제가 KBS를 장악하러 왔다고 주장합니다. 아닙니다. 결단코 아닙니다. 저는 양심을 걸고 말합니다. 저는 KBS를 지키려고 왔습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자본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왔습니다.

제가 대선캠프에 있었다고 해서 현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정부 입맛에 맞게 방송을 마음대로 만들고 방송을 좌지우지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저와 함께 현장에서 뛰었던 후배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런 일이 지금 가능하기나 합니까? 공영방송을 위해 투쟁해온 우리 자랑스러운 KBS후배들의 눈동자가 이렇게 저를 지켜보고 있는데 제가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선배님의 취임사입니다. 물러나 주십시오.


---------------------------------------------------------------------------------------

관련한 기사입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562

IP : 218.38.xxx.20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합니다
    '10.12.10 10:50 AM (203.247.xxx.210)

    잘 읽었습니다...............................

  • 2. ...
    '10.12.10 11:11 AM (221.147.xxx.14)

    김비서방송이라고 KBS를 외면하고 살았는데~~
    이 와중에도 양심의 소리는 살아있군요.
    작년 노조위원장 선거에 그나마 남아있던 KBS의 기대는 접었는데
    소리없이 공영방송을 위해서 일하는 직원이 있다는 데에 감사하고 싶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221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5,835
682220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3,036
682219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3,349
682218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20,935
682217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2,731
682216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2,709
682215 꼬꼬면 1 /// 2011/08/21 28,431
682214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5,907
682213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6,248
682212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5,737
682211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980
682210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4,323
682209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7,613
682208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8,638
682207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9,274
682206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7,807
682205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6,053
682204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5,407
682203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2,362
682202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5,236
682201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4,223
682200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4,440
682199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7,141
682198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4,510
682197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20,642
682196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2,758
682195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4,603
682194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2,678
682193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9,313
682192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2,76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