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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빠 자격이 없는것 같아"

자식 조회수 : 641
작성일 : 2010-10-11 17:35:53
어젯밤 우리집 장남이 한 말입니다.
그 장남이 이제 일곱살이예요.

엄마인 저의 주간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최상의 아빠는 아니지만
아주 나쁜 아빠는 아닌데...
아들이 그런 말을 하네요.

전후 사정은 제가 욕실에서 둘째를 씻기는 중이라 몰랐는데
혼나는 줄 몰랐는데
욕실에 있는 저한테 와서 쪼르르 하는 말이 "아빠는 아빠 자격이 없는것 같아" 입니다.
나중에 애 아빠한테 자초지종을 들으니
거실을 어질러 놔서 치우는 중 읽은 책은 꽂으라고 가르치는 도중에
왜 자기에게 동생이 빼놓은 책까지 정리하라고 하느냐고... 애 아빠는 형이니까 같이 정리해야 한다고...
이러다가 흥분해서
저한테 와서 한 말이랍니다.

오늘 게시글에 취학 연령쯤 되는 아이들의 당돌한 말이 많이 올라왔는데
정말... 이런 말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혼을 내야 할지... 이해를 시켜야 할지.
그런데 남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꼭 아이를 이해시키려고 한 노력들이 가끔 내가 내 발등을 찍고 있구나 하는걸 생각하게 한답니다.




IP : 210.102.xxx.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10.11 5:57 PM (72.213.xxx.138)

    조심스럽게 대답을 해 봅니다. 저두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자랐던 세대인지라
    부모의 태도에 불만을 가졌으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고 때로는 큰애라서 모범을 보여라는
    소리도 참 많이 들었구요. 그런데, 현재 외국에 살다보니 같은 상황을 대할때
    이곳 사람들은 다르게 반응한다는 걸 많이 보게 되었어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당한 사실을 지적하는 거라서 아이의 입장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는 많이 드네요.
    여기서는 이렇게 반응하더라구요 ' 그래? 미안하다. 아빠가 그건 몰랐다"
    "그럼, 아빠랑 함께 동생꺼도 같이 치우자" 또는 " 그럼, 그 책들은 동생한테 치우라고 해야 겠구나"

    지금, 원글님의 입장에서 아이한테 그 얘길 들었다면
    그 들었던 느낌을 아이한테 전해줄 거 같습니다.
    '네가 아빠를 그렇게 생각했다니 놀랍고 그런 말을 하는 네가 엄마는 좀 실망스럽다.'
    이렇게 부모로서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같이 얘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를 내거나 어른한테 버릇없다고 꾸짖어서 요즘 아이들을 혼내기만 할 수는 없는 거 같아서요.

  • 2. 끝까지 노력하세요.
    '10.10.11 6:18 PM (210.121.xxx.67)

    발등을 찍기는요, 어설프게 하다 마니 문제가 생기는 거지..

    아이 말에 나름의 논리성이 있잖아요. 그걸 무시하고 혼내면, 더 큰 부작용이 생깁니다.

    인문학이 그래서 힘든 거지요. 사람이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데요. 효율적으로, 부모가 시키는대로 무조건 따르게 하려면, 처음부터 그러셨어야죠. 이미 시작하신 거, 끝까지 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도 함께 커나가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거 명심하시고요.

    아이가 말한, 아빠 자격이 무엇인지부터 물어보세요. 놀아주는 거? 그래도 엄마를 믿으니 얘기했겠지요. 당황하셔서 혼내지도 못하신 거겠지만, 차라리 다행이네요.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세요. 사춘기가 되면, 묻는 말에도 대답 안 할 날이 오죠.

    동생 책을 형인 너한테 치우라고 한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세요.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것 같네요.

    지금보다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아이들에게만 시키기보다 아빠가 모범을 보여 정리하는 모습도 보여주세요.

    형의 역할이 무엇인지, 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모님과는 어떤 관계인지, 가족 전체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의 어떤지 생각해보자고 하세요.

    가족이 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역할뿐 아니라, 성격도 중요해요. 아빠는 꼭 돈만 벌고, 엄마는 밥만 하고, 형이라고 무조건 양보하고는 아니니까요.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불만은 무엇인지, 함께 얘기해보세요.

  • 3. 자식
    '10.10.12 2:43 PM (210.102.xxx.9)

    두 분 답변 참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우리 아이와 우리 가족을 걱정해 주시는 마음이 읽어집니다.

    둘째라 터울이 커서
    오랫동안 첫째를 외동처럼 키웠던지라 아이 말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다 듣고 대답해주고
    윽박지르지 않고 말로 이해시키며 키웠는데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첫째를 그렇게 키웠던 게 너무 힘듭니다.
    이 아이는 혼내는 것보다 말로 이해시키는 것에 이미 적응한지라
    분명히 아이의 잘못인데도 혼을 내면 그 중간 생략한 부분을 다 말로 들으려고 해요.
    아... 정말 힘에 부칩니다.
    하지만 제가 아이를 그렇게 키웠으니
    끝까지 책임을 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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