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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과 아이양육은 병행할수 있는것인가

예쁜아가들 조회수 : 813
작성일 : 2010-08-05 17:33:59
TV나 신문에서 성공한 여성을 봅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저 사람의 자녀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성공이라는 기준은 보통 사람이 이루기 어려운 부단한 자기개발과 시간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그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인정받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여성은 결혼해서 자녀가 있고 특별히 엄마역할을 해줄만큼 대체인력이 없는 경우로 제한하지요.

성공한 남성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육아에 대한 짐이 덜하거나 거의 없어서 마음만 먹는다면 온전히 모든 시간을 자신을 위해 투자할수 있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여성과 비할바가 아니지요. 그래서 성공한 남성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가 여성을 보면 이러한 궁금증이 동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한 여성뒤에는 친정엄마의 도움이 반드시 있었구요. 아님 아주 드물게 남편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성공하고 싶은 꿈이 있었고, 꿈을 향해 조금씩 다가갔습니다. 주중엔 일과 공부를 병행했고 주말엔 운동과 자기개발등으로 모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계속했다면 이런 성공한 여성중 한명이 될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는 아침 잠깐, 밤에 잠깐 얼굴보는 것이 다였습니다. 남편도 거의 그런 패턴으로 살고 있었구요.
아이들은 모든걸 스스로 알아서 해야한다고, 할것이라고 그리 믿었습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많이 도와주셨고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어느날 아이의 모습에서 다른 아이들과 다른 그 무엇인가를 봤습니다. 외톨이, 자신감부족, 혼자있기를 즐겨하고 말이 없었습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으로 보기에는 아닌듯한 콕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부족한 그 무엇이 아이에게 있었습니다.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어 혼내거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준적이 없어서인지 잘 웃고, 긍정적인 아이지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엄마와의 교감이나 엄마와 지내면서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엄마와 엄마 친구들 아이들과 같이 노는 즐거움 이런 것들을 경험하지 못했던데서 오는 서툰 감정표현들…양적인 시간보다는 질적인 시간이 훨씬 중요하다는 무모한 믿음이 무참히 깨졌습니다. 아이와는 절대적으로 함께해야 하는 양적인 시간이 더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육아와 관련된 무수한 책들을 읽었고 아이를 위해 기꺼이 제꿈을 접었습니다. 친정엄마도 도와주는 남편도 없는 상황에서 제꿈만 보고 가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들이 아이에게 많은 결핍을 주었으니까요.
뒤늦게 깨달은 아이의 애정결핍상태는 완전히 제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보완해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처음엔 내 일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고 엄마인 내게만 주어진 것 같아 남편까지 미웠습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서툴러 많은 시행착오의 시간(3년정도)을 보내고 이제 안정된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때 일 그만두기를 참 잘했다, 정말 잘했다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 제 분야로 돌아가기엔 3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리고 막 안정된 아이들을 두고 또 그 생활로 가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9-6시 출퇴근이 가능한 일을 알아보니 거의 없네요. 이런것이 경력의 단절로 인한 여성인력의 낭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무슨일이든 할수 있다는 자신감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좀더 크면 무슨일이든 해야겠지요.
결론적으로 여성의 성공과 자녀양육은 병행하기가 정말 힘들며 선택해야 한다면 아이를 위해 나를 잠시 접어야 하는 것이 맞다라는 저만의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이런 결론을 내게 해준, 제 곁에 아주 성공한 여성이 있습니다.
언니 개인만 두고 보면 많은 연봉과 부유함, 쟁쟁한 인맥들…
이제는 현역에서 물러나 여유롭고 고상하게 노후(아직 노후라고 하기엔 젊지만)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녀에겐 두아들이 있습니다. 큰아이는 결혼했고 아기까지 있습니다. 둘째아이는 노총각입니다. 저와 똑 같은 패턴으로 직장생활을 하였고 아이들의 시간은 대부분이 도우미아줌마나 이모나 고모와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부모와의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지요. 그러다가 아빠와의 불화로 둘째는 초등학교때 유학을 보냈습니다. 그 어린아이를 어찌 혼자 보낼수 있었을까요. 언니성공에 방해가 되니 보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큰애는 지방에 있는 작은 대학을 겨우겨우 졸업했어요. 결국 남편과는 이혼을 했어요. 아주 보수적인 남자면서 비겁한 남자였어요. 언니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벌어오는 돈은 제돈처럼쓰고 아이들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런 남자였지요.

제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제 주변의 일하는 여성들의 아이들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이 언니의 아이들도 다시 살펴보니 마음속 어딘가에 공허함과 애정을 갈구하는듯한 모습이 느껴지더군요. 어느날 노총각 둘째와 술한잔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늘 외로웠고 지금도 외롭고 애인을 만나도 떠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항상 먼저 든다고 했어요. 이 직장 저직장 돌아다니며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제 수입보다 항상 많은 지출을 합니다. 엄마가 카드를 아예 줬더군요. 매우 착한 아이인데 서른 다섯이 넘어서 인생의 목표도 방향도 모릅니다. 큰아이는 결혼하고 아이도 있으면서 지금가지 변변한 직장이 없습니다. 항상 부족하면 엄마에게 손을 벌리고 삽니다.

그 언니는 그럽니다. 자기가 그때 일을 그만뒀다고 아이들이 지금과 달라졌을거라는 믿음이 안든다구요. 참 많은 면에서 박식하고 교양있고 유연한 생각을 가졌으면서도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이해가 안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믿어요. 언니가 아이게게 자기의 시간을 조금만 양보했다면 두아이가 덜 자란 어른이 되지는 않았을꺼라고 말입니다. 그외 다른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도 이러한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중 아빠가 가정적인 집은 조금 나았습니다.

정시출퇴근 직장에 조금만 부지런한 마음만 있다면 일하면서도 아이를 제대로 키울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전업주부님들 본인이 얼마나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훗날 이세상을 살아갈 자신감을 주고 있는건지 그 가치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서로 안가본 길에 대한 동경심이 있으나 두길을 다 가본 저로서는 전업으로 집에 계시는 엄마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사회적분위기가 정말 아쉬워요. 저도 이런 경험을 해보기 전에는 약간의 우월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아이의 인생의 토대가 되는 마음 깊은곳의 안정된 정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이게 결핍되면 완전한 성인이 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적어도 초등까지는 부모가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아동심리학자들이 써놓은 글들과 제가 실제로 경험한것들에 비추어봤을 때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문득 저의 이런 깨달음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일이냐 아이냐로 고민하는 많은 분들이 판단하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추가: 처음에는 내가 한가지를 포기해야만 하는 이 현실이 억울함으로 다가와서 남편과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남편보다 제가 훨씬 더 벌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경력단절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할만큼  제게 너무나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하게 갖게 해주었고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기회였습니다.  계속일할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아닌채로 열심히 살아보는것도 좋은 기회인것 같습니다.
IP : 175.117.xxx.235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0.8.5 5:41 PM (218.38.xxx.130)

    저 자신이 오남매의 맏이로 자라면서
    위의 셋은 엄마가 옆구리에 끼고 키운 딸들
    밑에 둘은 엄마가 본격적으로 사회생활하며 할머니 손에 키운 딸과 아들
    너무 차이가 납니다. 성정에, 성적에, 성품에..

    현재 임신 중이면서 7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어째야 할 지 고민이 많지만
    무엇보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최소 3년은 내 손으로 온전히 키우겠다는 생각입니다..

    남편은 수많은 대화와 다툼 토론 끝에 저의 이런 의견을 존중하지만 (본인 삼남매는 전업 엄마 밑에서 충실히 자랐음)
    정작 저희 부모님이 딸의 능력을 아까워하시네요.
    저도 돌아갈 길이 쉽지 않음을 압니다.
    애 둘만 낳아도 6-7년. 태교에 안 좋으니 낳고 생각하자고 미뤄뒀지만..사실 답이 없어요.
    말씀하신 여성 노동력의 낭비가 정확한 표현이죠. 사회적 손실이고,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그러나 가정의 면에서만 본다면 낭비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도 저는 퇴직-전업의 길을 걸을 것 같습니다.
    육아를 이유로 3년의 휴직을 인정하는 회사가 아니기에... (교대를 갈 것을..ㅠ_ㅠ)

    원글님의 문제의식에 너무나 공감하고
    갑갑한 현실을 돌파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네요.
    7년의 공백을 지낸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 2. 완전 동감해요
    '10.8.5 5:43 PM (147.46.xxx.76)

    저도 아이 낳기 전까지는 체감하지 못했어요.
    그냥 자식은 복불복이란 생각을 했고, 주변에 잘 큰 친구들 중에 엄마가 교수나 의사인 분들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무리 퀄리티 타임이 중요하다고 해도
    엄마와 아이 사이의 절대적인 시간이 필수라는 걸 느끼겠더라구요.
    제가 회사일로 너무 바빠서 아이를 시부모님께 오래 부탁한 시기와
    제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정시퇴근하며 저녁을 오롯이 아이와 보낸 시기의 아이의 차이는 확실히 있더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 일을 포기할 수는 없고, 장기적으로 보면 제 일을 유지하고 있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다만 원글님 말씀대로 정시출퇴근 직장에 좀 부지런해야겠죠.

    원글님 말씀처럼 이러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사회 분위기가 저도 참 마음에 안 들어요.
    주부와 엄마로서 가정과 아이를 지킨다는 게 참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요즘은 그러한 가치를 최소평가하는 분위기에요.
    직장맘 하면서도 애들도 다 잘 키울 수 있다는...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원글님의 깨달음에 완전 공감합니다.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 3. 그런 점에서
    '10.8.5 5:44 PM (147.46.xxx.76)

    며칠 전 올라온 김성주 회장의 강연 내용에 분노가 생기더라구요.
    물론 그 분의 취지는 이해하긴 하지만, 여자가 집에 있는 게 비생산적이라는 그 사고방식이 참 문제에요.
    정작 본인도 가정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셨으면서...

  • 4. 맞아요
    '10.8.5 5:49 PM (124.243.xxx.160)

    전 직장이 거의 8-7:30 에다가 출퇴근시간만 왕복 3시간 걸려요 그러니 잘때 나와서 잘때 들어가죠 내 아이는 할머니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구요 전 그날 일어난 일을 그날 밤에 들어요 오늘은 어느쪽 이가 낫더라 오늘은 무릎으로 기었다 오늘은 무슨말을 했다 등등등
    연봉도 많고 직장도 대기업이라 그만둔다 하면 다들 배부른 소리 말라고 버틸때까지 버티라고들 해요 저도 아마 제 친구가 그랬으면 그렇게 말했을지 몰라요
    그런데 전 제 아이 크는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장이라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애기한테는 할머니의 공간 엄마의 공간 아빠의 공간이 따로 있는거 같애요 물론 지금까지는 그다지 별 문제 없이 크고 있는거 같이 보이지만 그래도 전업주부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네요
    그만두면 돌아갈곳이 없다는거 알죠.. 어린이집 가기 전 3년동안 돌보고 나면 둘째 낳음 5년~7년까지 늘어나겠지만.. 돌아갈곳이 있더라도 지금에 비해 턱도 없이 낮은 연봉에 직장이겠지만
    그것보다 전 제 아가의 정서적 만족감을 다 충족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싶네요

  • 5. 우리
    '10.8.5 5:49 PM (119.65.xxx.22)

    친정아버지께서 늘상 해주는 말.. 가정주부가..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들고 가장 무거운 자리라고요.. 주부가 어떻게 가정을 이끌어가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인성과 아이들의 장래.. 그 가정의 문화가 어떻게 자리잡는지 알수 있다고요.. 그래서 늘.. 여자가 더 많이 배워야 가정이건 나라건 훌룡하게 된다고..말씀하면서 아직도 저에게 책을 더 많이 읽고 아이를 통해서 더 많이 배우라고 합니다 ㅠ,ㅠ 힘들어요... 부모라는 공부는 영영 끝나지 않을테지요..

  • 6. 결국
    '10.8.5 6:04 PM (218.186.xxx.234)

    결국 여자는 커리어든 자식이든 둘 중 하나밖에는 선택이 어려운 것이군요. 아이에게 양적인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면서 남자만큼의 성공을 거두려면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힘든 일일테니까요.
    그런데 아이러니는, 아이들의 교육을 택한 전업주부의 삶이건 본인 삶의 성취를 택한 커리어 우먼의 삶이건 이상하게 결핍이 있다는 거에요.

    커리어를 버리고 아이 교육을 택하고 나서 나중에 내 인생에 대한 후회가 1%도 없을까요? 아니겠지요.
    반대로 아이보다 나의 성취를 택하고서 후회는? 당연히 하지요.

    절대 가질 수 없는 두가지를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한가지에 치중하는 삶이 나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이는 정말 아이에게 올인할 수 있을 때 낳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아이는 낳아야지" 정도의 어줍잖은 생각으로 아이 낳아 인생을 두가지 선택 사이에서 갈팡 질팡 하며 살기보다는. 아이 낳는게 적극적인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고. 힘들겠죠..

    주변에서 결혼한지 1년만 되어도 아이는? 이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는 세상이니까요.
    자기 커리어 때문에 아이 못낳는다 하면 누가 안비웃겠습니까.

    원글님 말씀이 맞긴 하지만, 그래도 씁쓸합니다.
    결국 아이 낳아 키울려면 엄마가 키워야 하고 그럼 이 세상 모든 엄마는 커리어를 버려야 할 테니까요

  • 7. 동감
    '10.8.5 6:25 PM (121.141.xxx.55)

    원글님 글 잘 쓰시네요. ^^

    저도 "아이키우는데 양보다 질이다"...이걸 자기최면으로 걸면서 직장생활을 했던것 같아요.
    직장엄마에 대한 비판은 날 힘들게 하기때문에 무시하고 귀를 막으면서 지냈고요.
    그런데 백지연이 그런말을 했다죠. 아이키우는데 최소한의 양이 있어야 질이 보장되는거라고.
    그런데 우리나라...남자도 직장에서 그렇게 우려먹고, 여자도 다를것없죠. 시간보장 안됩니다.
    시간보장되는거면 나의 커리어와 맞지 않고요.
    저도 바득바득 주장해가면서 제 커리어에서 반일근무를 해봤지만,
    노동집중도와 강도가 두배가 되면서 그 스트레스가 애한테로 가더군요.
    엄마가 심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사회생활하면서 그게 잘 안되더군요.

    그냥 아이옆에 있어주는 엄마, 존재만으로도... 항상 날 믿어주고 봐주는 엄마가 있다는거...
    그게 인성에 있어서 얼마나 큰것인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된것 같아요.
    나와 저만치 멀어져있던 아이와 가까와지기까지 몇년을 노력했는지...

    경제논리, 효율성...이런거에 여성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인성의 기초를 닦는 전업엄마의 자리를 은근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내가 아이를 키울 권리를 교묘히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아이는 누가 키워주고 자신은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여성...이젠 부럽진 않아요.
    80, 90 년대만 해도 그걸 성공이라 했는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확실히 아닌것 같아요.
    사회도 조금씩 바뀌겠죠.

  • 8.
    '10.8.5 7:33 PM (121.151.xxx.155)

    어떤 교육서보다도 어떤 수필보다도 더 감동적입니다
    그냥 눈물이 나와서 몇자적고갑니다
    이런기분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9. 루피
    '10.8.5 7:36 PM (118.222.xxx.229)

    아기를 낳는 모든 엄마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당합니다.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온전히 아이랑만 살 것이냐,
    아이는 제3자에게 80-90%를 분담시키고 하던 일을 계속 할 것이냐...
    결국 노동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 국가적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이면서 피해자인 직장엄마, 전업엄마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네요.

    육아로 인해 일하는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끔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하여
    10-4시, 12-6시 등 일일6시간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 10. 남편
    '10.8.6 7:36 AM (71.202.xxx.78)

    커리어를 버리지 않으면서 아이도 놓치지 않을 수 있으려면 꼭 한가지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남편의 외조이지요.
    집안일과 육아를 부당하다는 생각 없이 일관성있게 꾸준히 도와주는 남편이 있는 가정에서만 아내도 바깥일을 하면서 아이들도 비뚤어지지 않더군요.
    한국 남편들이 이런 면이 참 많이 부족하다보니 원글님 글도 일리가 있습니다.
    사회제도 면에서도 한국이 많이 변화되어야 할 부분인 것같고요.
    저 자신은 외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20년이 넘게 살아오다 보니 똑똑한 젊은 엄마들이 남편의 몰이해로 자기 일을 포기하는 게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조금만 바뀌어주면 서로 윈윈인데 말이죠.
    한 일 이십 년 정도 지나면 나아질까요.

  • 11. 이십년전에
    '10.8.6 7:56 AM (125.185.xxx.67)

    들었어요.
    성공한 여자뒤에는 반드시 다른 여자의 희생이 있다라고요.
    보통은 친정 엄마인 경우가 많았지요. 그 자리를 아이 아빠가 들어가야 하는 데 말예요.

    저도 잘나지는 못한 아들 네살 때 결국 직장 접었어요.
    지금 아이는 스물한살, 잘 나지 못했기에 결국 잘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 손으로 키우지 않았다면, 너무나 희생적이었던 아이 할머니에게 원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싶거든요. 할머니가 잘못키워서 내 잘난 새끼가 저리 못나게 된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을 듯해요.

    결론적으로 이 세상의 아버지들이 변화하지 않는 한은 , 안타깝게도 원글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제가 딸이 없지만, 저는 아직도 이 땅의 딸들이 억울해요. 남의 딸을 위해서라도 울 집 아들들 잘 키워야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할 몫을 장모에게 엄마에게 떠미루지 않는 잘난 남자로 키우고 싶어요.

  • 12. 저도
    '10.8.6 8:07 AM (114.206.xxx.253)

    제 얘기 듣는 것 같아서 눈물나네요.

    한국에서 엄마와 직장인 두가지 지위의 양립이 너무 어려워요.
    저도 아이 6개월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 그만두고 근무시간 확실한 곳으로 이직했습니다.
    할머니에게 아기를 맡겼는데 제가 올 때까지(새벅 2시든 3시든) 아기가 잠을 안자더군요.
    제가 집에 일찍 오니 확실히 잠 자는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지는 않지만, 제 이직으로 경제적 풍요로움은 많이 사라졌고, 한동안은 잘나가는 남편에 대한 원망도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학교, 같은 직종에 있는 남편은 자기 커리어 하나도 포기 안하고 집안 걱정 없이 회사일에만 몰두하면 되는데, 저는 철철이 아이 옷걱정, 먹을거리 걱정 등에 시달리니까요.

    제 선택이었으니 지금은 제 상황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제가 끝에 가서 후회를 할지 만족을 할지...

  • 13. 공주들맘
    '10.8.6 11:44 AM (175.124.xxx.155)

    커리어를 버리지 않으면서 아이도 놓치지 않을 수 있으려면 꼭 한가지 요소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남편의 외조이지요. 2222
    완전 공감.. 애 둘의 엄마인 저는 육아와 가사 회사일에 지쳐. 나날이 힘들기만 합니다.
    이런 와중에 신랑은. 본인 하고 싶은 운동에. 뭐에 다하고 돌아다니네요...

    님 글에 아침부터 눈물이 닙니다.

  • 14. 이해가..
    '10.8.6 3:58 PM (124.136.xxx.35)

    이해가 갑니다. 저는 더 힘든게, 싱글 맘입니다. 모든 일을 제가 해야 합니다. 친정 엄마가 도와주시지만, 제 아이는 오후 6시까지 어린이집에 있습니다. (엄마가 노는 걸 좋아하십니다. -_-) 모든 경제적인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월급여 280만원으로는 모자라, 과외까지 해서 간신히 450만원 정도 법니다.

    우리 예쁜 아이, 제가 제 손으로 못키워서 슬픕니다. 저도 집에서 살림만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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