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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추억.....

삐루엄마 조회수 : 797
작성일 : 2010-06-29 18:42:45
일단 "고양이" 와의 추억을 주절거리는 겁니다.  "고양이"에게 "그"라는 호칭이나 "엄마"라는 호칭이 불편하신분,
고양이가 싫으신 분은 부디 "뒤로" 눌러주세요. 82 하면서 어떤 댓글이라도 환영했지만, 오늘만큼은 아픈댓글
사절하고 싶어요.

그와 내가 처음만난건 2001년 여름. 한창 놀러다니기 바쁠때였어요.

외할아버지댁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미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나요.

다른 새끼들도 모두 죽고 한마리 남았는데 그놈이라도 살려보라고 엄마한테 들려보내셨어요.

그때본 그 고양이는......... 주먹만하게 작고, 영양실조로 털이 듬성듬성 빠지고, 눈이랑 *꼬가 툭 튀어나온..

난민 고양이였어요. 삐썩 마른게 털 색은 시커멓고 (턱시도 고양인데 그땐 때타서 꼬잘꼬잘했지요) 어찌나 못났던지..

6개월이 다된놈이 글쎄 600g도 안나갔었다니까요? 나중엔 9.5kg까지 쪄버렸지만........

그런놈이 살아보겠다고, 안죽는다고 *사를 찍찍해대면서도 밥을 먹더라구요.

그 모습이 왠지 가슴을 쳤달까요.. 아니면 오래전 죽은 내 강아지 늘보가 생각났기 때문일까요?

전날밤 늘보가 와서 안기는 꿈을 꿨거든요. 늘보는 개고 삐루는 고양인데....... 왜 삐루에게서 늘보를 봤는지..

암튼 그 "비루먹은 고양이"는 삐루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우리집에서 살게 됐어요.

한참 돈없던 그 시절, 한주를 만원으로 차비와 식비를 모두 해결하던 그때, 난 수십만원을 들여 삐루 병원비를

대고, 삐루 사료와 모래를 샀었죠.

한참 늦은 사춘기로 부모님과 미친듯 싸우며 집에 안들어가고 밖으로만 돌던 저는 삐루가 집에 오면서

엄마아빠와도 할 얘기가 생기고, 삐루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되더군요.

삐루는 정말 순하고, 착하고, 이쁜애였어요.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이쁜 고양이에요.

제가 밥을 주면 제 다리사이에서 온몸을 비비며 밥 한입먹고 저 한번 보고, 밥 한입먹고 저한번 보고 그랬어요.

컴퓨터를 오래하면 뚱뗑이 모니터 위에 올라 앉아서 저를 내려다 보거나 그만하라고 손이나 꼬리를 내려

가리기도 했구요, 마우스 오래잡아 차가워진 손에 지 발을 올려주거나 뱃살로 따듯하게 해주기도 했어요.

잘때도 꼭 제 옆에서 잤고, 제가 속상한 일이 있거나 아플때면 꼭 옆에와서 온몸으로 비비닥거리고 골골거리며

위로해줬어요. 마치 "엄마, 아프지마. 엄마 속상해 하지마, 내가 있쟎아" 하고 말하는것 같았어요.

그 에메랄드빛 초록 눈으로 저를 웃는것처럼 봤어요. 한없는 사랑과 신뢰를 품고 언제나 제 옆에 있었어요.

삐루 눈은 고양이 10마리중 8마리가 갖는 초록 눈이었지만, 달랐어요.

기분이 좋을땐 레몬색에 가깝게 기분이 나쁠땐 깊은 짙은 초록색을 띄었죠.

삐루는 아주 과묵해서 말이 없었어요. 야옹 하고 우는게 아니라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로 "어옥~" 하고 울었는데

목소리 듣는날이 별로 없었어요. 기분이 아주 좋을땐 "야~~" 하고 가늘고 길게 울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주 억울할때나 약오를때 화날때 "어옥~" 하고 우는게 전부였어요.

가끔 잘땐 입도 벌리고 잤구요, 맨날 아빠의자를 탐내서 아빠 의자에서 둘이 자리싸움하면서 뭉개고 있었어요.

아무리 괴롭히고, 목욕을 시켜도 발톱한번 세운적 없어요. 아.. 이빨은 댔어요.

정말 송곳니 끝만 살짝 댔어요. 잇자국 한번 난적도 없어요.

여름에 털이 너무 빠져서 털을 밀어줄때도, 고양이는 털이 자존심이라 밀면 정말 싫어한다는데

나 편하자고 지 털을 박박 밀어대도 "어옥~" 하고 몇번 울고 말았어요.

살이 너무 쪄서 맛없는 다이어트 사료 먹여도,  때맞춰 사료를 못사서 개사료를 줬을때도 (하루 먹었어요)

삐루는 투정한번 없었어요.

개념없는 돌쟁이 우리 아들이 좋다고 매달릴때도 삐루만은 털끝을 만지게 해줬어요.

오히려 우리 아들을 이뻐라 했던것도 같아요. 단 한번도 하악~하거나 야옹 하거나, 입을 댄적도 없었어요.

그런 삐루가 지난 금요일, 제 발밑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밥먹는데 토하는 소리? 같은게 나서 이늠시키 밥먹는데 헤어볼 토하냐ㅡ,.ㅡ 하고 툭툭 두들겨주고는

그래 토해라. 내 다먹고 치워주마 하고는 밥을 먹었는데.. 밥 먹고나니 애가 숨을 안쉬더군요.

비만인것 빼고는 너무나 건강했던 아이, 앞으로 나랑 10년은 더 살줄 알았던 아이..

나중에 우리 아들이 삐루랑 같이 산다고 우리 집으로 데려가자고 조르면 어쩌나 걱정했던 아이인데..
(삐루는 친정에 삽니다.)

그냥 그렇게 맥없이 가버렸어요........

처음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아프고 아파서 아무것도 할수없었는데, 오늘이 되니 조금 마음이 안정이 되요.

나에게 온 그 순간부터 가는 그 순간까지, 내가 줄수있는 모든 사랑을 줬고,

나는 못먹고 못입었어도 이놈만큼은 최고 좋은 사료를 먹었고 최고 좋은 모래를 썼고,

마지막까지 호사스럽게 추모제에 개별장례까지 치뤄줬거든요.

근데 이놈과의 추억을 저와 우리 가족만 알고있기가 아까워서 주절대요.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착하던 순한 고양이 삐루가 정말 순하게 살다가 순하게 아프지않게 이쁘게 갔다고.

이제 사람으로 태어나 더 큰 사랑 받고 큰 세상에서 큰 일 할 일만 남았다고......

제가 삐루 맘 편하게 놓아줄 일만 남은거 같아요..

삐루....삐루....삐루.... 내사랑 삐루..... 겨우 열살먹은 내 고양이 삐루.... 순하고 이뻤던 내 삐루......

널 만나 너무나 행복했고, 니가 내게 와줘서 너무나 고마웠어.....

이젠 안녕...................  
IP : 121.168.xxx.9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10.6.29 6:51 PM (222.232.xxx.216)

    ㅠㅡㅠ 삐루 안녕







    ``````

  • 2. 아쉬움
    '10.6.29 7:10 PM (203.232.xxx.45)

    아쉬움 없이 원 없이 사랑해주셔서 아쉬움이 덜하실 것 같아요.

    삐루 안녕!

  • 3. 삐루엄마
    '10.6.29 8:02 PM (121.168.xxx.96)

    거울을 보다...... 언젠가 열감기로 3박 4일을 끙끙 앓았던때 삐루가 힘내라고 옆에서 핥아줬는데 그때 너무 열심히 핥아줬는지 조금 까져서 왼쪽 눈썹이 조금 듬성?하게 된 자국이 눈에 들어왔어요.. 아주 조그마한 자국이라 말 안하면 모르는데, 삐루의 마음이 다시한번 느껴져서 마음이 아리네요.

  • 4. 별사탕
    '10.6.29 8:12 PM (110.10.xxx.216)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말 이 말로 밖에 위로할 수 뿐 없네요

    저도 고3 때 까지 키우던 강아지...
    지금 아이들이 아무리 졸라도 더 이상 안키웁니다
    밖에 나가면 강아지를 참 이뻐라 하면서도요...

    조금씩 감정이 무뎌지고..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겠죠
    삐루도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했을거에요

  • 5. 아흑....
    '10.6.29 8:27 PM (110.13.xxx.248)

    울리지마세요....ㅠㅠ
    지금 우리 강쥐 한살됐는데...상상만 해도...감정이입이 돼서...가슴이 아프네요.
    그래두, 삐루가 님때문에 행복했고 님도 행복했으니...삐루가 좋은 곳으로 잘 갔을거예요.
    가슴에 묻어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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