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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보낸 메일..

아내 조회수 : 1,434
작성일 : 2010-05-01 14:51:01
남편과 구체적으로 이혼을 생각중에 있습니다.
서로 지쳐 협의 이혼을 하게 됐는데 다음주에 법원에 같이 갈거에요.
하지만 미성년 자녀가 있어 숙려기간이 있으니 혹시나 그 사이에
우리 사이가 좀 더 나아질까 하는 마지막 기대로 남편에게 메일을 썼어요.
부부사이의 이런 사소한 내용까지 이런 곳에 털어놓다니 저도 참 어이가 없지만
가까이 통하는 친구도 없고 가족들과도 상의할 수가 없어 익명을 빌어 이렇게나마 털어놔봅니다..

제 솔직한 마음은 이혼이 겁이 나지만
지금껏 반복된 남편의 주사와 폭언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또 그 암담함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사는 것보다는
이혼을 하고 겪을 힘든 상황들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구요.
이래저래 마음이 참 아프고 힘드네요..

================================================================================

서류를 내더라도 석달은 있어야 결론이 난다니 그 사이에 잘 되는 방향으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긴 말은 필요치 않을테니 그저 내가 원하는 것들.. 지금 생각나는대로만 그냥 적어봅니다.


부부간에 존대를 했으면 좋겠어요.
밤 12시 퇴근 아침 9시 이전 기상 시간이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일주일에 한번쯤 늦게 들어오더라도 새벽 3시 전에는 들어와 주면 좋겠어요.
최소 2주일에 한번은 시댁에 들러 부모님 모시고 점심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우리 세식구 함께 산책이나 외출을 했으면 좋겠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아이랑 당신이랑 둘이서만 잠깐이라도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행동에 앞서서 말하기에 앞서서 한박자 쉬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면 운동도 일주일에 세번 한번에 30분 정도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부부관계도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의무적으로라도 가져야겠지요.
그 밖에.. 아마 시시콜콜한 것들 앞으로도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사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빈 맥주캔을 보고 닫힌 방문을 보고 외출했다 돌아와 라면 냄새를 맡고
적잖이 실망했어요. 아주 조금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도 되지 않나요.
설령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되더라도 우리 아이의 아빠인건 변하지 않을테니까요.
아이한테, 밤중에 답답해서 술을 마시고 빈속에 일어나 아침식사부터 라면을 먹는 아빠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겠지요.


어쩌면 이게 마지막 선택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곰곰히 내 말 생각해보고 수긍하면 답장주세요. 구체적인 바람이 있다면 알려주면 좋겠네요.


나 지금껏 무조건 내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제일 버겁고 싫었어요.
그건 곧 모든게 내 책임이 된다는 소리와 같으니까요.
내 생각이 꼬여서 그런것일지 몰라도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함께' 뭔가를 했다는 기분이 들기를 더 원했던 것 같네요.


==============================================================================

이렇게 보냈어요.
제가 왜 이 글을 쓰는지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네요.
조언을 바라는지, 위로를 바라는지, 그저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었는지..
그렇네요..
IP : 121.147.xxx.21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은
    '10.5.1 3:13 PM (61.85.xxx.240)

    이혼 하실 준비가 되지 않았네요
    마음에 벌써 미련일지 바램일지 암튼 가능성이 보이는 편지네요
    이혼할 시점은 보통 체념 어떠한 증오도 애증도 미련도 남아 있지 않을 때 하죠
    님은 아직 이혼하지 싫고 그래도 뭔가 변화 된다면 하는 심정이 있네요

  • 2. ...
    '10.5.1 3:31 PM (61.79.xxx.45)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 묻어납니다.
    해도 해도 안되서..이혼협의까지 나온거같습니다.
    남편분이 님의 편지 읽고 좀 변화햇으면 좋겠는데..
    행복하시면 좋겠어요~

  • 3. 마음이
    '10.5.1 3:32 PM (118.223.xxx.230)

    남편이 개선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님은 받아줄 마음이 있으시네요.
    남편분이 좀 노력하시면 좋을텐데...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아이도 있고....
    뭐라 감히 조언해 드릴말은 없고, 기운내시길...

  • 4. 이런메일을
    '10.5.1 3:41 PM (112.149.xxx.70)

    보낸
    원글님의 진정을 이해하는, 남편이라면,
    이혼은 잠시 보류되겠네요.

    그런데,원글님은 이혼을, 그냥 현재의 방편으로
    여기고,탈출구를 찾으시려고 하면서도
    글속엔 절절한 이혼만은 말았으면 하는 거부가 있어요.

    제발 남편분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수 있는 분이시길 바래봅니다.
    기운내시구요.

  • 5. ...
    '10.5.1 3:49 PM (110.13.xxx.168)

    사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연애때부터 뭔가 부탁할 말이 있으면 편지를 많이 썼었어요
    지금 남편한테요...

    근데 나중에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편지속에 요구사항만 잔뜩 있으니까 기분이 별로더라구...
    결혼하고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님 글을 보니 이혼하기 망설여지시는거 같은데요...
    님 멜에 요구사항말고 남편분을 생각하는 마음을 적어 보내심이 어떨런지요..
    님 마음 이해는 가지만 남편분이 멜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주길 바라신다면..
    요구사항을 적어 보내시는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목한 가정을 원한다는 그런 님의 마음과 남편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어셔서 보내시는게 어떨런지요....

    안타깝습니다. 님의 마음을 남편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혼하지 마시고 님이 원하시는 화목한 가정 이어가시길 바래요
    힘내세요

  • 6. 남편의 마음을 먼저
    '10.5.1 4:04 PM (210.224.xxx.177)

    저도 점세개 님이랑 같은 의견입니다.

    이혼까지 생각하신다니 참 많이 힘드실것 같네요.
    하지만, 님의 글을 읽어보니...
    요구사항이 가득한 느낌이 들어...마음이 더 무거워지네요.

    남자들 의외로 자존심이 있어
    여자들 말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도 많고
    지는게 이기는 거라고

    저도 남편을 사랑하는 감정을 써 보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 7. ...
    '10.5.2 7:54 PM (125.139.xxx.10)

    제가 이혼 준비중인 남편이라면 '어? 또 뭐야??? 제길 자기가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없고 잔소리만 늘어놨군' 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번 30분~일주일에 한번 산책, 2주일에 한번....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일 들것 같아요
    원글님 그냥 이런 부분은 나도 노력하겠다, 미안하다, 당신도 노력하고 변화해 보자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해보셔요. 혹시 ME라는 프로그램 아시면 마지막으로 참석 한번 해보셔요. 남편분이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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