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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거짓 행복보다는 리얼한 페이소스

깍뚜기 조회수 : 1,848
작성일 : 2010-03-08 23:52:35
저번 주에 띄엄띄엄봐서 요사이 좀 흐름을 놓치긴 했는데요.
오늘 결혼식 보니 가관이더군요 ^^;;;
뒷글 작렬한 그 교감샘의 부적이 진정 영험했던 것인지 ㅋㅋ
순재옹 부도 위기, 자옥아짐의 왕 뾰루지, 때마침 광수의 토사곽란, 줄리엔 고환드립;;;,
결혼반지는 없어지고, 주례는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지며
아무리 좋은 날이라 해도 현경은 정음을 반길 수 없지요
결혼식장은 사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의생존 투쟁장과 뒤섞이고 급기야 야외 결혼식에 비가 오지요.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결혼식 장면은
그간의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그야말로 행복한 피날레잖아요.
신부 대기실에서 행복한 신부를 보면서 흐뭇해하는 신랑,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흥성스런 분위기,
그 절정인 신랑 신부의 행진과 하늘에서 나리는 반짝이들, 환희의 팡파레
자, 이제 그간 맘 졸이던 것 다 잊고
앞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삽시다... 라고 우리를 안심시켜 줍니다.

전 우선 기존의 그 진부한 해피엔딩에 대한 강박을 깼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어요.
무조건 반골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시트콤임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인생이 꼭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느냐' 라는 진리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공감이 가더군요.
글쎄요, 내일 쯤 정말로 순재네 회사가 망할런지 아직은 알 수 없고
세경이가 이날 아무리 예쁘게 차려입었다고 해도 케잌집 파티시에에게 말한대로 현실에선 '하우스키퍼'지요
정음이가 언제쯤 번듯한 회사에 취직할지 알 수 없고
보석은 여전히 '적정선을 넘으며' 오바질을 하겠지요.

그렇지만 전 그간 이 가족들이 겪은 변화를 생각해본다면
인생이 갑자기 행복해지는 로또는 아닐지언정
함께 부딪치며 성숙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려따위는 모르던 냉혈의사는 이제 세경 맘도 헤아릴줄 알고, 사랑도 합니다.
현실에서라면 82에 진상어린이 베스트일법한 해리에게도 이제 친구가 생겼고
그 친구와 아이스크림쯤은 나눠먹게 되구요.
현경도 교감샘에게 조금씩 맘을 열게 되지요.
개무시 당하던 보석이 그렇다고 왕존경으로 변신한 건 아닐지라도 식구들이 이제 그의 외로움도 알게 되더군요.

오늘 준혁이가 세경에게 나중에 꼭 벚꽃 구경가자고 했는데
어쩌면 꽃피는 봄이 오면 세경이는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될 것만 같았아요.

하지만 그건 하이킥이 끝나는 이번주는 아니라는 것
오늘 결혼식의 클리셰를 가장 과장되게 비틀었던 것처럼
오늘의 인생이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비극이어도
어제의 우리와 오늘의 우리는 조금 달라졌다는 점
그리고 오늘이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내일이 꼭 불행하리라는 법도 없다는 것
판타지를 기대하며 드라마를 보는 관객들에게
하이킥을 날리는 그 건방진 태도.
암튼 김병욱은 거짓 행복보다는 차라리 리얼한 페이소스를 택한 것 같네요.

(근데, 뭐 낼 에피부터 갑자기 해피엔딩으로 흘러가면, 이 글은 짜게 식는 거겠죠? ㅋㅋ)
사실 전 준세 지지자거든요 ㅠㅠㅠㅠ
IP : 122.46.xxx.13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이미
    '10.3.9 12:37 AM (116.123.xxx.228)

    공감공감.. 글 너무 잘 쓰시네요~
    오늘쯤 뭔가 비틀기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오늘의 인생이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비극이어도
    어제의 우리와 오늘의 우리는 조금 달라졌다는 점
    그리고 오늘이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내일이 꼭 불행하리라는 법도 없다는 것
    판타지를 기대하며 드라마를 보는 관객들에게
    하이킥을 날리는 그 건방진 태도.
    암튼 김병욱은 거짓 행복보다는 차라리 리얼한 페이소스를 택한 것 같네요. 2222

  • 2. 지킥갤러?
    '10.3.9 1:10 AM (79.207.xxx.194)

    뭔 글을 이리 잘 씀? 흐흐..

  • 3. 하이킥을
    '10.3.9 1:18 AM (125.177.xxx.48)

    안보지만 꼬오옥~ 전문리뷰처럼 쓰셨습니다. 다른 게시판이라면 스크랩하고 싶군요.

  • 4. 공감^^
    '10.3.9 1:22 AM (125.142.xxx.70)

    저두 원글님 글에 공감해요.
    아쉽지만 현실은 마냥 좋기만 하지 않아서요.
    원글님 글 정말 잘 쓰십니다^^

  • 5. 김 치
    '10.3.9 2:52 AM (121.130.xxx.42)

    동감 백만 스물 한 표 날립니다.
    40을 진작에 넘기고 중반에 치달은 아짐으로서
    세상에 이해 안될 것도 없고 세상에 이것만이 진리라는 것도 없더이다.
    그런 마음으로 원글님의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지며
    오늘도 난 재미있었소.

  • 6. 저도
    '10.3.9 2:58 AM (220.117.xxx.153)

    드라마에 너무 몰입한게 아닌가 싶어서 글은 안썼지만요 ㅎㅎ
    하이킥 스탕일의 글이 82에 올ㄹ오면..하고 생각은 해봤어요

    동생이 서울대 나온 의사인데 학력 속이고 명품사치하다 카드빚 왕창 진 아가씨랑 사귀는거 같아요,,게다가 저는 속아서 아들 과외도 시켰네요 ..뭐 이런식...

    부사장은 징징이고 사장은 뿡뿡이에요,,정말 회사가 돌아가는게 신기하고 부사장파는 숙청도 당해요

    도우미 나가는데요,,그집딸이 말끝마다 빵꾸똥꾸 하면서 욕하고 발로 차고 물총도 쏴요,,
    그 집 아들은 음흉한 눈으로 쳐다봐요,지가 월급 잘못 줘 놓고 돌려달라는 사람이 주인아줌마에요

    우리애 학교에 노처녀 교감이 있는데요,,자꾸 남자애들 젖꼭지를 꼬집는대요,게다가 체육선생이라는 여자는 거시기를 발로 차서 입원도 시켰어요,교육청에 신고해야 하나요??]저 불이익 받을까요??

    기타등등,,,
    이 드라마는 아무리 시트콤 이지만 언해피엔딩이 정답입니다.

  • 7. 김 치
    '10.3.9 3:00 AM (121.130.xxx.42)

    ㅋㅋㅋ 위의 저도님 넘 잼나요,
    정말 하이킥의 82자게 버전이네요.

  • 8. 우와...
    '10.3.9 8:58 AM (112.148.xxx.153)

    글이 정말 청산유수네요..^^
    잘 읽었습니다.

  • 9. 글게요
    '10.3.9 9:37 AM (119.196.xxx.57)

    갈수록 재미없네, 결혼식 에피는 망했네.. 하는데 저는 엥? 했어요.
    너무 재미있게 봤거든요.
    전 작품에서 동시에 짝짝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장면 (coincidence) 너무 좋아해요. 러브 액츄얼리 뒷부분에서 환희를 느낄 정도로 ㅎㅎ.
    어제 결혼식 장면은 진짜 작품이었네요.

  • 10. 와우~
    '10.3.9 10:07 AM (112.162.xxx.223)

    글 너무너무 잘쓰세요^^
    인생은 어차피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김감독님의 결말은 그래서 더 제 입장에선 좋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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