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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메달 밖의 사람들...
(서프라이즈 / 강남 아줌마 / 2010-02-18)
끈기, 의지, 몰입보다는 우유부단, 의지박약, 대충, 설렁 쪽에 더 관계있는 성격이 내 인생을 흐리멍텅하게 만든 건
내 책임이고, 반면에 속 끓이지 않고 매사 편하게 살아가는 것도 내 성격 덕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에 있어선 과연 긍정적이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어릴 적 스포츠 센터 다닐 때 몇 년을 먼저 다녔고 뛰어난 기량으로 유명했던 남자아이(후에 이 남자아이는 철인 3종경기 대표선수가 됐다)를 월등하게 앞서...선생님들과 학부모를 경악케 하며, 선천적으로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딸아이를 스케이트 강습에 데리고 다니는 중에... 그만 우리 애의 소질을 키워줄 자신을 잃어버렸다.
같은 시간대에 어느 피겨 스케이트팀이 훈련을 하는 중에, 코치란 사람이 학부모들 앞에서도 선수들에게 거친 욕으로 수치심을 유발하고 모욕을 주는데, 상관없는 내가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한국에서 운동선수가 되려면 육체적인 훈련보다 명령, 복종, 모욕감, 체벌 등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될 것 같고,
그렇게 해서 국가대표가 된들 행복할까...하는 생각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자식을 세계적인 예술가나 운동선수로 키운 부모를 보면 격려와 채찍질을 하며 아이의 고통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역할을 잘 해냈다는 점에서 존경심이 절반, 독하다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데는 개인의 능력과 성격, 투지, 주변의 뒷받침이 중요하지만, 하는 일을 얼마나 즐겁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딸 아이를 즐겁게 할 수 없는 길에 들어서게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합리화하지만, 부모로서 옳은 판단이었나...에는 자신이 없다.
작년 가을쯤에 김연아 특집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 김연아의 평소 생활과 연습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성적에 있어서 연아로 부터 멀찌감치 떨어졌지만, 당시 경쟁자였던 아사다 마오의 연습장면도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김연아와 마오의 코치들의 훈련방법이었다.
김연아의 코치가 민주적이고, 김연아의 장점을 이끌어내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하게 한다면
마오의 코치는 무조건 까라면 까! 라고 하는 권위적 스타일에 팔짱 끼고 무겁게 지켜보는 공산당 간부 같은 표정,
마오가 가장 못 하는 걸 고집스럽게 시키면, 마오는 뭐가 뭔지 모르고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그래서 연습하는 두 선수, 김연아는 환하고 부드럽고 마오는 어둡고, 굳어 있는 상반된 표정이었다.
스파르타식, 엄한 훈육이 교육의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어떤 게 옳으냐 시비하고 싶진 않지만,
그 다큐를 보고 느낀 점은 마오는 코치 없이는 잘할 수 없는 수동적인 선수가 될 거라는 생각과
계속 잘하기 어려울 것이고, 만일 세계 1위가 되어도 끝까지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역시나 계속 뒤처지는 마오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결과적으로 올 겨울 김연아가 모든 대회를 석권했지만,
만일 김연아가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1위를 하지 못하더라도
김연아는 크게 절망하지 않고 다시 피겨를 즐기며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힘이 있을 것이다.
즐기면서, 즐거워서, 재미있어서, 좋아서 하는 일은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없다.
그러나 억지로, 강제로,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어찌어찌 이뤄 내더라도 언제나 초조하고... 행복하다 느끼는 것은 잠시이고, 착각이기도 하다.
티비 시청료가 두 배로 올라도 즐겁고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대가로 기꺼이 오천원 아닌, 만원이라도 낼 수 있다. 칼같이 뜯어가는 세금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부과되고, 정의로운 일에 쓰인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선수를 키우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코치의 힘이라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대통령의 힘이고 의무이다.
매사 대통령에게 속은 기분, 기만당하고 무시당하는 느낌,
어느 산인지 가르쳐 주지 않고 무조건 따르라 하고 나서 '이 산이 아닌개벼' 생각되면 산의 이름을 바꾸고 박박 우겨대는 사기꾼같은 모습에 용맹함보다는 비열함만 보인다.
엄한 부모, 코치가 선수의 소질을 어느 한계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승자는 즐기면서 하는 자이다.
즐기면서 하려면 부모도 코치도 선수의 마음이 되어야 하고,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진심 어린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승자에게만 환호할 게 아니라, 그만큼의 고통을 함께했던 다른 선수들에게 아픈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사회의 승자들에게만 계속 손을 들어주고, 앞으로 대를 이어 승자가 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 선수층은 얇아질 것이고, 귀족들의 유흥으로 외면당할 것이다.
모태범, 이상화의 금메달이 값지고 기쁘지만, 오랜 시간 열심히 했던 이규혁의 탈락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역시나... 우리의 대통령은 승자에게만 메시지를 보냈다.
이상화는 우리의 보배?
이상화뿐만 아니라 죽어라 뛰어 준 선수 모두에게 격려를 보내는 것이 자식 키우는 사람, 보통의 감정을 가진 사람의 태도이다.
메달을 딴 사람보다는 메달 밖의 사람이 훨씬 많고, 세상엔 그들이 정한 기준에서... 승자보다 패자가 대다수이다.
승리의 깃발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 타인의 도전과 성장을 미리 꺾어버리겠다는 야심으로
법을 왜곡해서, 자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치인을 탄압하고, 민노당을 수색하고
전교조를 뿌리 뽑고, 언론을 접수하고, 친일파에 힘을 주고 경제 사범을 석방하고,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 경쟁하게 만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국민을 양성하고, 내부 고발자를 단속하는 짓거리가 페어플레이가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선수가 기계가 아니듯, 국민은 기계가 아니다.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자부심이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선수와 국민은 그만큼 수명이 짧다.
마흔까지 마라톤을 계속한 이봉주 선수에게 진심 어린 존경심을 바치지만,
운동이 지긋지긋하다고 메달 하나로 선수생활을 그만 둔 김동성이나, 황영조 선수를 이해한다.
분명 성격, 성정 차이가 있겠지만, 그들은 더 이상 힘든 훈련을 이겨낼 정도로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수는 운동을 그만두는 걸로 의사표현을 하지만, 국민은 선거 때 표로 의사표현을 한다.
패자들이 승자가 되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패자가 힘을 가지는 날, 승자의 자리에서 권력이라는 걸 갖게 되는 날,
그날엔 이런 문구를 남겨줄 것이다.
'페어플레이하지 않는 우승은 기만일 뿐이고 행복하지 않은 승리는 또 다시 넘어야 할 산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승자와 패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정의 없는 권력은 폭력이고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소림사 권법에 있는 말이란다.....
강남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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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많이 땃는데도 왜 꿀꿀할까?(펌글)
강남아줌마 조회수 : 1,177
작성일 : 2010-02-22 22:58:14
IP : 119.71.xxx.7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살로만
'10.2.22 10:59 PM (119.71.xxx.78)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114697&table=seoprise_12&mode=sear... 아줌마
좋은글 함께 읽고 싶어서 옮김니다.2. 감동이네요
'10.2.22 11:06 PM (125.131.xxx.199)옳소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글이네요.
네..우리 아이들 행복한 국민이 되게 만들어줘야죠..3. 와닿네요
'10.2.22 11:07 PM (59.4.xxx.63)긴 글이라 지루할 것 같아 그냥 넘기려다 정독하고 가슴깊이 새기고 갑니다...
4. 이분
'10.2.22 11:47 PM (221.149.xxx.25)글 참 잘쓰죠.. 어떤 사안에 연관짓는 솜씨도 뛰어나고.
이멜다 언니에게란 글 보고 탄복을 금치 못했네요
읽다보면 발꼬락이 자연 연상되죠
서프라이즈에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요 그 글이...5. phua
'10.2.23 1:11 PM (110.15.xxx.22)'이 산이 아닌개벼'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나타날 미지의 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절로 바닥으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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