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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좋아하는 울신랑..

꽃보다 TV 조회수 : 458
작성일 : 2010-02-22 18:32:52
아래 TV 좋아하는 신랑님 글 읽다보니 저도 생각나네요.
울 남편도 TV너무 좋아합니다. 나와 따로 자는 이유가 TV때문이라는 것 정말 화났었답니다.
남편에게 나와 아이가 TV보다 못하다고 느껴질때의 우울함...결혼한지 8년인데, 8년동안 각방 썼어요.
처음엔 옆에서 자는 척 하다가 제가 잠들면 몰래 TV보러 나가더니, 나중엔 아예 TV앞에서 잠을 자기 시작하더군요. 나름 남편과 함께 해보려고 TV를 같이 보기도 하고 옆에서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만, 일단 TV앞에서면 남편은 주위의 모든 것을 잊어 버리더군요. 옆에 사람이  없어져도 몰라요.
또 자면서도 꼭 TV를 켜놓습니다.
백일, 돌쟁이 아기가 집이 떠나라 울어도 꼼짝않고 자면서, TV를 끄면 자동으로 눈 번쩍 뜨고 리모콘 찾아 TV켭니다.  큰애가 아기때 정말 미칠듯이 울어서 같이 확 베란다에서 뛰어내릴까 생각해보고, 그런 생각했다는게 미안해서 또 같이 울다가 리모콘을 두손에 꼭 쥔채 편안하게 자고 있는 신랑을 보고 정말 죽이고 싶단 생각도 했었어요.

TV없으면 죽고 못사는 사람인줄 알고선 처음 몇달은 혼자 떠드는 TV앞에서 신랑과 함께 자기도 했지만, 몸이 너무 안좋아지고 머리가 웅웅거리고 회사에 출근해서도 머리에서 TV소리가 들리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침대에서 같이 자자고 했더니, 저 잠들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어나  TV보다가 제가 깰 시간쯤 몰래 옆에 오기를 몇번 그 후는 쭉 혼자 거실에서 TV보다가 자더군요. 휴일은 당연히 TV보면서 쉬는날, 퇴근후에 당연히 TV보고...
아픈아이, 아픈 와이프 전혀 안중에도 없구요.
감기로 몸이 너무 아픈데 아기보느라 낮에 약사지를 못해서 저녁 식사후 약좀 사달랬더니, 보고 있던 TV 마저 보고 나가야 한다더니 기어이 약국 문닫을 때까지 TV보다가 약 못사구요...

TV랑 결혼하지 왜 나랑 결혼했나로도 많이 싸우고, 2년 정도는 제가 정말 외롭고 우울함이 심해서 힘들었고 우울한 동안은 신랑과 말도 안섞었던것 같아요. 우울한 이유가 물론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으로 돌아서며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난 사람과 말을 하고 싶은데, 집에만 오면 TV에 푹 빠지는 신랑은 저와 말할 시간이 없는 거죠. TV를 봐야되고 그 대사들을 한자도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하니까....옆에서 말한마디라도 하고 싶어하는 제가 방해가 되는 거죠. 그리고 정말  우울했던것은 신랑에게 내가 TV보다도 못하단 생각이 드는 거에요.
외로워서 죽을것 같다란 말이 실감되던 때였어요. 이렇게 사느니 이혼하는게 낳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 결혼한지 8년인데 8년째 각방이란 얘기를 동생에게 했더니...기함하더군요...ㅎㅎ 물론 부부관계 없구요.....ㅎ

그런데, 큰아이 때문에 신랑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네요.
큰애가 이제 제법 반항을 시작하는 8살이 되었어요. 2주쯤 전 아빠를 노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길래 둘 사이의 대화를 들어봤어요. "아빠는 테레비나 봐..."  
"내가 왜 아빠랑 해야되? 싫어, 테레비나 봐"
아빠가 이제야 아이와 뭐좀 함께 하려고 하는데, 아이가 도와주지 않아요.
아빠가 아이와 놀고 싶어도  가소롭단 얼굴과 표정과 말투로 " 아빠는 테레비나 봐~!!!" 합니다.
아이를 무지 혼내고, 아빠가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엄마가 맛난것도 해주고, 책도사주는 거라고 이야기 해주고, 아빠한테 잘못했어요. 라고 말하라 시켰더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아빠를 노려보고 있더군요. 몇번을 시켰더니 싫다면서 그냥 울어버리고....아이가 아빠한테 그런 자존심을 갖는게 참...

그 눈빛이 다 말하고 있었어요.
아빠가 뭔데, 아빠가 뭘해줬는데 하는 눈빛.... 참 슬프더라구요.
애 아빠도 못느꼈을리 없고...

생각해보니 아이에게는 아빠가 가족이 아닌 것 같은 거에요.
신랑이 아이에게 물한잔만(원래 그런일 저한테도 안시키는데, 말이라도 시켜보고 싶었는지...) 이렇게 부탁해도 들은척 만척하다가, 제가 옆에서 "엄마도 물한잔 먹고싶네..."하면 쪼르르 달려가 딱 저 먹을만큼만 가져다 주네요.

아이 재워놓고, 신랑한테 말했네요.
애가 잘못한거 아니다. 너랑 내가 우리애를 이렇게 만들었다.  애 크는 동안 TV에만 푹 빠졌던 너때문에 그런거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라...
신랑은 아무말도 안하더니, TV 없애도 된다고 그러네요...나름 충격이었는지...

요즘은 아이 책도 읽어주고 (제가 의무적으로 하루에 한권이라고 정해놓긴 했지만요...전에는 아무리 시켜도 안읽어 주더니....) 함께나가 공도 차고, 주말엔 둘이 함께 나가 영화도 보내요. 영화야 제가 예매해놓고 보라고 한 거지만, 전같으면 밤에 나가거나 하면 술마시고 늦고 하며 신경도 안쓰더니, 다음날 아들이랑 영화보러 가야된다고 술자리 거절하는 모습을 보니, 나름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구요.
또 아이끼리 재우고 우리부부도 함께 자고하면서 사이좋은 엄마아빠 모습 보여주려고 노력도 해요. 실제로 사이좋아질려고 노력도 하구요. 신랑이 TV부분 양보하니, 저도 그만큼 맞춰줘야 겠단 생각도 하구요...8년만에 함께 자려니 얼마나 쑥쓰럽던지.....

쓰다보니 이야기가 점점..길어졌네요.
좋아하고 취미로 TV가 나쁘진 않지만, 우리집같이 극단적인 경우엔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었네요.
뭐 낚시가 취미인 것보다는 괜찮다는 여러 지인들의 충고도 들어봤지만, 저에겐 도움이 되진 않더라구요^^
어느정도 선을 지키는 것이 항상 중요한 것같아요.
뭐 결론은....TV좋아하는 신랑님들.... 우리집 이야기를 계기로 너무 푹 빠지지는 마시라구요...^^
IP : 61.253.xxx.8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2.22 6:35 PM (61.38.xxx.69)

    아이말에 충격받아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분이라면
    원래 좋은 분이신 거지요. 앞으로 더욱 더 행복하세용.

  • 2.
    '10.2.22 7:20 PM (125.181.xxx.215)

    tv도 문제지만.. 담배나 도박도 마찬가지예요. 예전에 82에 자기도 담배피면서 아들이 담배피는거 보고 뺨을 때렸다는 남자분이 글올리신적 있었죠. 취미니까 인정하라구요? 자기 아들이 담배피고 마카오 도박을 가도 '취미 생활 하는구나' 이렇게 인정할런지요.

  • 3. ...
    '10.2.23 12:21 PM (71.202.xxx.60)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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