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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했던 학생들

퍼왔어요 조회수 : 641
작성일 : 2009-11-19 00:57:43
[펌] DC에서 만났던 한국 어느 과학고 학생들

2주 전쯤, DC 자연사박물관에 갔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 아이와 구내 카페테리아에 갔습니다.

한창 사람 북적댈 시간, 이리저리 음식 몇가지 픽업해서 계산대로 가는데 중간에 한 무리 한국 남학생들이 모여있더군요. 약간 우왕좌왕하는 품과 들리는 말들로 미뤄보건데 한국에서 관광이나 견학을 온 학생들 같았어요.  "이거 어디서 계산하지?" "저기 사람들 줄 선다, 저기로 가자" 뭐 이런 말들.

저는 먼저 계산하고 앉아서 아이 스낵을 먹이고 있는데, 마침 그 학생들이 제가 앉은 식탁으로 오더군요. 다른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마 익숙한 동양계 얼굴의 모자가 앉아있으니 뭔가 끌렸나 봅니다. ^^ 저는 그냥 신경 안 쓰고 아이 먹이는데 열중하고 있었는데 제 옆과 앞까지 꽉 차게 자리잡은 학생들, 밥먹으면서 하는 대화들을 안 들을 수가 없더군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냥 넌 뭐 집어왔냐, 이건 치킨롤이다, 이건 야채만 있는 걸 보니 베지테리안 용인 모양이다, 맞아, 여긴 베지테리안이 많다고 들었어, 이게 몇달러니까 지금 환율로하면 한국돈 얼마어치네, 생각보다 비싸구나, 맛은 어때? 뭐 이런 정말 평범하기 짝이없는 이야기들. 그것도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딱 서로 들릴 정도로만 조용조용한 톤으로.

그런데 제 관심을 끌었던 건,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이 젊은 아이들이 열 명 가까이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고 밥을 먹는데, 정말 그 흔한 비속어 한번 안 섞어 쓰더라는 겁니다. 한국에서 남학생아이들 우르르 몰려타는 버스나 지하철 한번 타 보신 분들은 아실 꺼에요. 고 나이때 아이들, 정말 조사 빼면 다 비속어일 정도로 일상적으로 그런 말을 쓰지요. 별 의미도 없이요. 혼자일때는 얌전하고 집에서는 모범생인 아이들도 친구들과 여럿 어울리면 더더욱 분위기에 휩쓸려 그렇게 말하구요. 마치 거친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push over로 여겨질까 걱정하는 듯, 서로 경쟁하듯 듣기싫은 비속어들을 섞어서 큰 목소리로 떠들고들 그러지요.

근데 이 학생들은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 톤까지도 너무나 얌전하고 정석인 거에요. 제가 옆에 있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마침 그때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고 있었거든요 (한국말을 더 많이 쓰지만 그때 써야할 말이 아이가 영어로만 알아듣는 말이라 그랬습니다). 제가 외국인인줄 알았던지 그 학생들은 너무나 편하게들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도 어디 한군데 흠잡을 곳이 없게 반듯하게 말들을 하더군요. 그제서야 슬쩍 앉아서 밥먹는 매무새들을 훑어보니 머리나 꾸밈새들도 어찌 그리 학생들 같이 단정하고 순수해보이는지. 소다대신 우유들을 집어와서 먹는 모양까지 귀엽더군요. 그래서 "한국분들이신가봐요" 인사를 건넸더니 다들 화들짝, 놀라더니만 곧이어서 "네, 저희는 XX 과학고등학교에서 견학 온 1학년 생들입니다" 이런 모범답안같은 대답까지 ㅎㅎㅎㅎ 신설이라 인터넷 같은 데서 이름만 보던 학교인데 학년 전체가 미국으로 견학을 왔나봐요. 며칠동안 왔는지, 어디를 봤는지, 간단한 대화만 건네고 잘 지내다 가라고 인사하고 먼저 일어서는데 다 같이 밥먹다 말고 저에게 고개숙여 안녕히 가시라 인사까지 ㅎㅎㅎㅎ

학생들이 참 단정하고 겸손하고 예의바르고 그러면서도 꾸밈없이 순수해 보이고...외국이라 익숙치 않아하는 모습이었지만, 주눅들거나 intimidated되지 않는 침착함까지. 그래서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참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한국에서 무리져 관광와서는 말 알아듣는 사람 없는 줄 알고 온통 욕지꺼리에 눈살지푸리게 하는 행동을 보이는 젊은 애들을 본 적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학생들과의 만남은 참 신선했습니다.그 학교 게시판에 학생들이 외국에서도 단정한 품행을 보이고 다녀 보기좋더라는 말을 남기고 싶었으나 외부인에게 개방된 게시판이 없길래 여기다 주절주절 써 봅니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도 저렇게 좋은 모습의 틴에이저로 자라났으면 좋겠더라구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 물론 여기도 착하고 단정한 교포학생들 많죠. 전 미국에 잠시 다니러 온 한국학생들의 좋지않은 모습들을 몇번 봐왔던 터라 더 이번 경험이 감명깊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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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학고학생들이라 하네요.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IP : 173.35.xxx.6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칭찬
    '09.11.19 1:14 AM (88.233.xxx.23)

    칭찬해 주고 싶네요...
    요새 애들 말이 너무 험해요....생각해보면 저 학교 다닐때도 그런 애들 있었지만
    단어가 더 세졌다고 해야되나...말에 보면 인격이 나타나는데 말이에요

  • 2. 이런 걸
    '09.11.19 1:23 AM (114.207.xxx.169)

    기품이라고 하지요. 잘자란 아이들의 특징. 요즘은 중간이 없어요. 잘자란 아이들은 팔방미인에 생각하는 것까지 버릴게 없단 생각이 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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