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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초대하는 세상(펌)

복불복 조회수 : 3,065
작성일 : 2009-10-14 13:43:31
이명박이 초대하는 세상
(서프라이즈 / 내과의사 / 2009-10-13)


‘버라이어티 정신’으로 일요일 저녁 오락 프로그램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는 ‘1박 2일’이 사람들에게 유행시킨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복불복(福不福)’이다. 위키백과로 검색해 보면 “사람의 운수를 일컫는 말이다. 벌칙자를 선발하거나 식사, 상품 등에서 제외시킬 때 사용된다.”라고 나와 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복골복, 복걸복, 복꼴복 등으로 발음하곤 했는데 모두 복불복의 와전된 발음이라고 한다.

‘1박 2일’의 제작진은 출연자들에게 밥이나, 잠자리, 용돈 등을 걸고 ‘복불복 게임’을 시키는데 승자의 상품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출연자들은 승자끼리 다시 ‘복불복 게임’을 진행해서 한사람에게 모든 경품을 몰아주는 식으로 상황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시스템이다. 무엇일까? 다름 아닌 ‘로또 복권’이다.

‘인생역전’에 대한 소망은 나라고 예외일 수 없다. 로또 복권이 처음 이 땅에 소개되었을 때, 나도 반은 재미삼아, 반은 돈벼락에 대한 기대심리로(솔직한 심정으로 후자가 100% 진심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만 되면 로또 복권을 구입하곤 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작은 형이 한마디 했다. ‘ 로또는 일확천금에 눈이 먼 수백만명이 미친 듯 돈을 던져서 한 놈에게 몰아주는 멍청한 짓거리야.’라고, 나는 ‘재미로 하는 건데 뭐 어때.’라고 대답했지만 여섯 개 숫자 중 세 개 이상을 절대로 맞춘 적이 없던 나는 ‘몸빵’ 아니면 돈을 벌 팔자가 결코 아닌 듯 하여 마침내 ‘로또 전선’에서 전격 철수를 단행하고야 말았다.

운명의 신에게 모든 것을 맡겨 한 사람에게 복을 몰아준다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1박 2일의 복불복 게임과 로또 복권은 공통점을 갖는다. 사람들이 1박 2일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버라이어티 정신 하나로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네 삶과 교감되는 단면을 발견하게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로또복권과 복불복 게임은 단순히 등치시켜 볼 수만은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복불복 게임은 노는데 프로인 연예인들이 보는 사람 재미있으라고 벌이는 유희에 불과하다. 그러나 로또 복권은 현찰이 오가는 진검승부이다. 확률이야 마른 하늘 아래 벼락 맞을 정도라지만 당첨되면 인생이 정말로 역전된다. 대한민국의 불가촉천민에서 이명박과 배꼽을 맞추는 ‘강부자’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확률에 가진 돈 모두 올인하다가 스스로 세상을 버린 사람들도 있지 않았던가.

전과 14범을 자랑하는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첨된 사상초유의 사태의 의미를 나는 대한민국 주권자들이 대한민국 전체를 로또 복권판, 아니, 국가 권력이 판돈을 고리로 빌려 주는 도박판으로 만드는 데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부동산 투기는 가장 당첨 확률이 높으면서 동시에 출전비가 가장 비싼 도박판이다. 그리고 정선 카지노장에도 슬롯머신뿐 아니라 주사위, 룰렛, 포커, 블랙잭 등 여러 종목들이 구비되어 있는 것처럼, 이명박이 주인장인 대한민국 도박판에도 꾼들의 구미에 맞게 여러 가지 종목이 손님을 맞고 있다.

예컨대, 부동산 종목에 뛰어들 재주나 현찰이 없다면 주식이나 펀드판으로 가면 된다. 잔인하게 말하자면 사교육이 지배하는,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우리네 교육도 일종의 돈 놓고 돈 먹는 도박판이다. 고스톱의 대가도 좋은 패를 들지 못하면 잘해야 나가리 판 만드는 게 고작이다. 나의 자녀가 좋은 머리와 열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더라도 현찰로 중무장한 강부자집 자제들과는 어려운 한판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이 땅의 교육현실이다.

로또복권은 제로 확률의 게임이지만 부동산은 이야기가 다르다. 예전에‘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한나라당의 ‘아브라카다브라’였다면 오늘날엔 ‘부동산 폭락!!’한마디가 한나라당을 수호하는 마법주문이 되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은 그들이 설계하고 온 국민을 초대하여 성사시킨 국가공인 도박판 구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있을 뿐이다.

날 새워 고스톱 치다 보면 결국 딴 놈과 잃은 놈이 갈린다. 최후까지 복불복 시스템으로 가자면 딴 놈 하나를 제외하면 거덜 난 놈만 남는다. 이런 현상을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빈부 격차의 극대화’라고 표현한다.

모두가 겉으로는 빈부격차가 심해져서 문제라고 탄식하지만 사람들의 진심은 그렇지 않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심각해지는 빈부격차의 상황에서 행여 내가 가난뱅이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신념의 고삐는 더더욱 탄탄히 조인다. “ 그래도 부동산 거품은 앞으로도 쭈욱~~ 이어져야 한다. 언젠가 내가 대박 터뜨릴 때까지.”

초등학교 동창 하나와 사촌 동생 하나가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다. 둘의 공통점은 그곳에서‘마나님’으로 살고 있다는 거다. 둘 다 해외 지사 파견 나간 남편 따라간 상황인데 국가 간 경제력의 차이가 우리나라에선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낼 사람들이 집안에 하인 열 명 가까이 부리면서 대 저택에 기거하는 귀족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해준단다. 둘 다 귀국할 생각은 아예 접은 모양이다.(나라도 그러겠다...)

내가 어릴 때에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 있다. 중산층 가정이었던 우리 집에는 나의 초등학교 시절까지 ‘가정부 누나’가 함께 기거하면서 가사 일을 돌보아 주었다. 모두 할아버지께서 사시던 시골에서 상경한 가난한 집안 출신 누나들이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 사람값은 우리집 같은 중산층 가정에도 가정부를 둘만큼 사람값이 저렴했다.

2009년 전문직인 나의 수입은 1970년대 당시 국영기업체 간부 직원이셨던 아버지의 수입과 비교하면 결코 작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집 형편에 도우미를 두고 아내의 가사노동을 분담시키는 상황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자녀도 한 명이 적은데 말이다. 교육비나 주거비용도 문제이지만 인건비 자체가 많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1970년대에 비하면 확실히 사람값은 올라갔다. 선진국으로 가는 경제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부동산 거품이 터질지 말지 사람들의 분석은 각양각색이다. 나는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부동산 불패론자들도, 거품붕괴 필연론자들도 모두 자신이 바라보고 판단하고 믿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지향점이 부동산 불패로 굳어진다면 그것은 거대한 복불복 게임의 승자가 갈리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부동산을 가진 자 귀족이 될 것이요, 그렇지 못한 자 불가촉천민이 된다는 말이다.

아파트 한 채 가격이 웬만한 직장인 평생 월급의 몇 곱절이 되는 세상, 그리고 그러한 아파트 가치가 실제의 구매력으로 유지되며 계속 가치가 상승하는 세상이라면 결국 사람값이 1970년대 아니, 일제시대 식민지 수준으로 떨어진 세상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세상에서 아파트 한 채도 없는 인생이라면, 머리 좋은 놈은 부동산 가진 놈의 집사노릇을 할 것이요, 힘 좋은 놈은 부동산 가진 놈의 마당쇠 노릇을, 예쁘고 잘빠진 종자들은 부동산 가진 놈의 노리개 짓이나 하면서 저렴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복불복 게임의 결과가 결국 그런 것 아니겠는가.

쉽게 말해서 스리랑카나 인도네시아의 마나님 생활을 부동산질만 잘하면 이 땅에서도 쉽게 실현할 수 있다는 거다. 이명박이 설계하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세상의 모습의 참모습이다. 그들이 집착하는 그들만의 이상향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이명박이 초대하는 세상에 열광하거나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다. 왜? 복불복 게임 시작할 때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고 덤비는 바보는 없다. 어차피 판은 벌어졌다. 인생 뭐 벌 거 있는가. 터지면 장땡, 망해도 처음부터 저렴한 인생이니 본전이다. 이거야 말로 대한민국 국민 정서의 진심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에는 단 두부류의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지금 부동산 도박판에서 선수로 뛰는 사람과 언젠가 출전비만 마련되면 부동산 도박판에 몸을 던질 준비를 마친 사람이다. 두 부류의 공통점은 부동산 도박판은 절대로 무너지면 안된다는 신앙을 공유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말하는 사람들 상당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거품아 무너져라 기도하는 그들의 바램의 이유 또한 결국 저렴한 출전비에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철저하게 지배하는, 집요한 탐욕과 살기어린 이기심으로 뭉쳐진 도박심리.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은 탁해져만 가고, 그만큼 우리네 양심은 시들어 가기만 한다. 그래서 사법 권력의 정치보복으로 정치인이 죽임을 당해도, 공권력이 생존권을 외치던 시민들을 죽일지라도, 파렴치한 모리배들이 줄줄이 공직에 올라 뻔뻔스럽게 도덕과 법치를 뇌까려도 설치류 정권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왜? 이미 돈을 딴 놈처럼 내가 그놈보다 몇 배 돈을 딸 때까지 도박장이 문 닫으면 절대로 안되기 때문이다.

‘서프’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서프는 ‘노무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보편적 상식과 원칙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향한 꿈과 소망을 먹고 서프는 자라왔다. 하지만 도박심리가 지배하는 세상과 그렇지 못한 서프의 괴리는 세월이 흐를수록 커졌다. 결국 노무현의 임기가 끝났을 때, 대한민국은 서프가 꿈꾸며 예상했던 세상과 정반대의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괴리가 커지고 깊어갈수록, 보편적 상식과 원칙에 대한 간절한 소망도 더욱 깊어지며 세상의 참모습과 멀어져만 갔다. 우리는 위대한 정치인이자 사상가였던 김대중과 노무현을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을 지배하는 것은 부동산 대박에 대한 처절한 집착, 바로 도박심리이다. 그래서 서프가 예전 같지 않음은 어떻게 보면 밤이 되면 졸음이 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봐야 할 거다.

이제 그 집요한 탐욕과 살기어린 이기심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요리할 것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도박심리를 정면으로 깨부술 것이냐, 아니면 그것을 이용할 것이냐, 그것도 아니라면 도박심리로 모두가 파멸할 때까지 손가락이나 빨면서 기다릴 것이냐 하는 문제. 때로 죽어야 낫는 병도 있다는 사실. 환자 보면서 먹고 살다보면 그런 경우도 간혹 경험한다.

(cL) 내과의사
IP : 59.14.xxx.2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이너
    '09.10.14 2:02 PM (59.13.xxx.83)

    우리는 위대한 정치인이자 사상가였던 김대중과 노무현을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을 지배하는 것은 부동산 대박에 대한 처절한 집착, 바로 도박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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