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들 둘 둔 엄마의 스킨쉽

전업 5년차 조회수 : 1,439
작성일 : 2009-09-28 09:59:15
중딩 고딩 아들만 둘 입니다.
애 낳으러 분만실 들어가기 직전까지 맡은 일을 해야 할 정도로 그러고 살았습니다.
애들은 옆동 아줌마에게, 친정부모에게 어찌 어찌 형편대로 도움 받으며 길렀는데
갈수록 걱정이 커지더라구요. 야무진 딸도 아닌 허당 아들만 둘이라 그것도 심란했고요.
그래서 결국 5년전에 일을 접었지요.
20년 가까이 직장 다닌 것도 힘들었고 능력에도 한계가 오고,
육아 등등 모든게 한꺼번에 버거워져서 결국 무릎을 꺾었습니다.
집에 들어 앉는다고 아이들과 금방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그러지는 않더라구요.
큰애는 사춘기에 접어들어가고 저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요.
아이들 대할때 직장 후배, 부하직원 보듯이 하였습니다.
상식적으로, 논리적으로, 효율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들 갖고 엄청 뭐라 뭐라 했고요.
그리고,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저의 오류랄까 잘못을 내심 많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2~3년전부터는 잔소리는 줄이고 가능하면 칭찬과 공감만 해줬습니다.
더불어 저도 어떤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고보니까 쉽지가 않더라구요.
성적을 올리는게 어찌나 힘들던지, 그러면서 아이들 공부 못한다는 잔소리는 더더욱 안하게 되었어요.
외우고 이해하고 좋은 성적 내기가 말처럼 쉽지 않고 특히 시험의 그 압박감이란!
일하다가 전업이 되니까 시간이 정말 많이 남아돌더라구요.
신나게 지낼 수 있지만 밖에서 지내다가 아이들 귀가 시간이면 가능한 꼭 집에서 기다려 맞아줍니다.
교육에 밝은 어느 선배님이 제게 이야기 하길, 아이들이 문 열고 들어 올때 쏟아 놓는 말이 정말 중요하데요.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같이 욕하고 그래주죠.
그래서 그런지 둘 다, 아직도 학교에서 있던 일들, 학원에서의 일들 등을 어지간하면 이야기 합니다.
절대로 야단도 안치고 비아냥도 안하고 충고도 안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환경인지를 알아두는게 먼저다 싶어서요.
큰 애는 지지난해 부터 외모 치장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요즘 아이들, 공부 잘하건 못하건 다 그래요.
용돈 모아서 옷을 사 오거나 인터넷 쇼핑을 해서 사면, 무조건 칭찬해 주었습니다.
어쩜, 너는 옷 고르는 안목이 이리도 좋으냐, 면서요.
칭찬 무지 해준 다음에, 집에 있던 고가 면티를 가져 오게 해서 두 옷의 질감을 손으로 만져 보게 합니다.
가격이 싸더라도 이 느낌에 가까운 걸 사면 더 좋다고 알려주고 그럽니다.
머리 스탈도 학교에서 벌점 맞을 정도만 아니면 그냥 둡니다.
효과 끝내주는 왁스나 스프레이도 말만 하면 바로 바로 사주고요.
엄마가 다른 것은 몰라도 쇼핑이랑 쇼핑을 위한 검색에는 달인이라며 쇼핑 노하우도 전수해주죠.
어차피 거치는 과정이니, 저도 학교 다닐때 아쉬워했던 부분이니,
더 즐겁게 그 과정을 지내라 싶어서 그러는데 그 덕분인지 아들들과의 관계가 아직은 좋습니다.
둘 다 짜증도 안내고 집안일도 스스로 많이 해요. 엄마랑 셋이 같이 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저는 기회만 되면 아들들을 껴안고 포용하고 하다못해 공부 하는 녀석들 등짝에 제 이마며 볼을 비벼 댑니다.
밤에, 아침에는 잘자라고, 이제 일어나라고 이마에 볼에 뽀뽀 하고요.
큰애는 처음에 기겁을 하더니 이제는 그냥 그려러니 하네요.
그렇게 안아주고 치댈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성적은 어중간 한데다가 가끔은 속 터지게도 하지만
이 아이들을 낳았을 때의 기쁨을 기억해내며 참습니다.
육아라는 것은 분명히 힘들고 앞날이 예측이 안되어 불안하게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아이들이 제게 오게 됨으로서 제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얻었는지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나의 아들로 태어나 주어서 고마워>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고 맙니다.
오늘 아침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서 그냥 제 이야기를 두서없이 주절거려 봅니다.
IP : 211.104.xxx.3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9.28 10:04 AM (58.226.xxx.31)

    저는 지금 돈 내면서 배우고 있잖아요.
    비록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지만
    아이와 제 관계가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어서
    이제 그만 와도 좋다 할때까지
    아이나 저나 계속 치료센터 다니려구요...

  • 2. ^^
    '09.9.28 10:10 AM (58.233.xxx.213)

    원글님 존경해요^^
    저도 무지 노력하고 있는데 첫째한테는 왜캐 살갑게 대하는게 힘든지...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저나 아이나...확실히 엄마가 자기한테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니 말도 많아지네요.
    아들이든 딸이든 부모관심도에 따라 친밀도가 달라지는거 같아요. 오늘 하루 저도 많이 노력하려구요 ~

  • 3. 와~
    '09.9.28 10:11 AM (125.178.xxx.192)

    듣기만해도 행복해지는 글이네요.
    정말 그런맘이 들때가 간혹 있어요.
    니가 태어나줘서 고맙다 하구요.

    그런데.. 미울때도 무쟈게 많지만..
    내가 너를 안이뻐해줌 누가 예뻐해주냐..
    니 자존감과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겠냐 하는 생각에
    움찔하곤 합니다.

    암튼.. 애둘단지 맞아요..

    기분좋은 글 잘 읽었어요.
    아드님들이 행복하겠어요.^^

  • 4. ㅎㅎ
    '09.9.28 10:19 AM (121.161.xxx.248)

    저도 아들만 두울~~
    이젠 엄마키를 훌쩍 넘어섰지만 많이 스킨쉽해주고 사랑한단 말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낮에 볼때 화가 나서 밉더라도 밤에 잘때는 아직 예쁘잖아요. ^^
    그래서 잠들기 전에 낮에 아무리 서로 감정이 안좋았어도 잘자 사랑해~라고 이야기하고 살짝 안아주면 아이도 만족스런 웃음을 짓더라구요.
    저도 애들이 속상하게 굴면 아이가 사랑스러운점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편이예요.
    그래도 다른애들보다는 덜 속썩이는거야 저정도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거지... 잘먹고 잘자고 까탈 안부리니 다행이다 이러면서요.
    그래도 또 공부안하고 멍하고 있거나 지멋대로 일때는 다다다다다...ㅋㅋㅋㅋ

  • 5. .....
    '09.9.28 10:25 AM (122.35.xxx.14)

    좋은 엄마시네요
    그런데
    중고등남자아이라면 스킨쉽이나 애정표현엔 절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거라 쉽게 끊을수 없습니다 ㅎㅎ
    성인이 되는 시기인데 아들과 부모간의 끈끈한 애정이 출가한후까지 이어질경우 며느님께 타박받을일이거든요
    요즘 자게를 보면 결혼한 아들의 다 떨어진 바지 버린시어머니도 몹쓸시어머니
    어머니께 애정어린 눈길보내는 남편이나 아들에게 전화하는 시어머니둘다 며느리에겐 못마땅한 사람들일뿐이더군요
    저는 아들아이 대학생인데 아직도 집을 나서기전에 엄마를 한번씩 껴안아줍니다
    더러는 엄마볼에 뽀뽀도 해줍니다
    그럴때마다 자게에서 읽는 며느님들 글이 머리속을 번개같이 스칩니다 허허~

  • 6. 뭐..
    '09.9.28 12:11 PM (211.214.xxx.202)

    아무려면 장가간 이후까지 그러실려구요? 아들만 둘인 저는 글 읽으면서, 부모, 특히 엄마랑은 말도 안하려고 한다는 청소년기를 저렇게 보내면 참 정서적으로 안정되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데요....
    공부하느라 힘들고 짜증많이 나는 중고등학교때, 엄마가 내 편이다, 엄마는 나를 늘 전폭적으로 지지해준다. 생각하면 아이가 보다 즐겁게 학교생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학가면 그때부터는 그냥, 우리 집에 사는 하숙생, 다만 아직도 금전적으로는 뒷바라지 해줘야 하고, 가끔 그른 행동에는 잔소리해야하는 하숙생,,,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사는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800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253
682799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104
682798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414
682797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809
682796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393
682795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078
682794 꼬꼬면 1 /// 2011/08/21 27,129
682793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247
682792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323
682791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708
682790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824
682789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2,977
682788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5,750
682787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109
682786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111
682785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314
682784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3,272
682783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423
682782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542
682781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162
682780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276
682779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533
682778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5,789
682777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328
682776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606
682775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630
682774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706
682773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860
682772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7,576
682771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65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