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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합니다..^^

국화씨 조회수 : 455
작성일 : 2009-09-26 10:52:29
얼마전에 둘째를 출산했어요..
큰아이랑 6살터울이예요..
큰아이 낳고 정말 너무너무 힘든일이  많아 둘째는 꿈도 안 꾸었는데..

작년에 미련은 남아 있어서 아이가 생기면 잘 키우고
아니면 말자하고 피임을 중단했어요..

큰아이가 딸, 둘째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결혼한지 올해가 11년차..

큰아이때도, 둘째때도.. 아이 낳으라고 성화한번 안하시던 어머니..

아이 낳고 나서는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저와 아이들을 보살펴 주셨는지..
여기다가 다 말로 못합니다..

친정부모님이 결혼하고 이삼년새로 다 돌아가시고..
진짜 울 엄마대하듯은 못했지만..

울 어머니 인생도 거의 아침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들하진 않은 참 힘든 삶을 살아오신 분이라..
저도 웬만큼은 어머니 원하시는대로 다 해드립니다..

지난 1월에 어머니가 조용히 저를 부르셨어요..


'갑자기 못 받을줄 알았던 돈이  생겼다..
니네 빚 아직 많이 남았지?'

'많이.. 갚았어요.. 어머니 잘 두고 계셨다가.. 나중에 필요할때 쓰세요..'

'은행에 넣어봤자 이자도 몇 푼 안나오는데...대출이자 많이 나오잖아..
엄마가 통장에다가 넣어줄테니까.. 빚 갚아라..'

'어머니가 그 돈 꼭 잘 가지고 계셨다가.. 어디 아프시거나.. 급하게 필요하실때
요긴하게 쓰세요.. 요즘 아이아빠 월급도 많이 올라서 괜찮아요.. '
(사실.. 그때 이후 남편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는데..계약이 늦어져 2개월간  월급을
못 받았어요.. 그래도.. 어찌저찌해서 큰 빚은 안 졌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지난 6월에 제가 출산을 했어요..

큰아이꺼 그대로 잘 챙겨 두었기에.. 베넷저고리 이불...기저귀..
다 깨끗하게.. 빨아 두어 잘 쓸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성이 안 차셔서.. 어머니가 손수 백화점에 다니시면서..
둘째 내복이랑 젖병..유축기같은거 다 장만해 주셨어요..
(양쪽 무릎수술하셔서.. 몸이 많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요..)

친정부모님이 다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제 산후조리를
해주실 상황은 안되어서 입주 산후도우미를 썼습니다..

제 계획은 한 이삼주만 쓸려고 했는데..
몸관리 잘해야한다면서.. 어머니가 한달내내 쓰라고...
그리고.. 출퇴근하면서.. 계속 봐 달라고 했어요..

산후도우미한테 삼백넘게 들어갔고.. 병원비도 백만원 가까이나왔는데..
출산하기 얼만전에 어머니가 기어이 '오백만원'을 통장에 넣어주시더라구요..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 잘하라구요..

저희 어머니 무슨 대단한 부자 아니시거든요..
알뜰살뜰 아껴 쓰시고..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다니세요..


어머니의 식탁은 깻잎이나 된장찌게 묵은김치.. 그리고 저희 해다주시려고 만든
반찬 조금 남은거.. 그렇게 드십니다..

당신 아들 먹는거보다.. 저 먹는거 더 신경쓰시고..
산후조리하던 한달동안 한우불고기 식탁에 안 떨어지게 해주셨구요..

아무리 제가 말려도.. 엄마 먹을려고 하는거 아니다..
다 니들 먹일려고 하는거다..

암튼..
제게는 큰 산과  같은 분이세요..

온 몸이 종합병원인 어머니..
요새.. 병원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저한테 돈 다 주시고.. 돈 걱정하시는 거 보니까..
제 맘이 안 좋더라구요..

이달이 상여달인데..
이달만 기다렸어요..

두달만에 출근한 것도.. (사실 출산휴가가 두달이예요..)
추석상여금 받으면..
어머니한테 절반 뚝 떼어드릴려고 맘 먹고 있었답니다..

날마다 아기보러 오셨는데..
병원 다니시느라 몇일 못 오신 어머니가 어제 집에 오셨더라구요..

조용히 어머니께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어머니가 깜짝 놀라셔서..
이게 뭐냐고..

어머니 병원비쓰시라고 했더니..
니네도 힘든데.. 엄마한테 무슨 이렇게 많은 돈을 주냐고.. 성화세요..

그래도 이번만큼은 저도 물러서지 않았어요..

명절때.. 생신때.. 용돈 드리면..
꼭 얼마는 되돌려주시거든요..
5천원권 신권만 받으시고..(그래서 나중엔 용돈을 5천원권으로만 바꾸는데..
요새는 또 오천원권 잘 안 나와서 애를 먹어요..)

어머니 맘 놓고 병원 다니시라고..
죄송하다고.. 더 많이 드려야 하는데..그랬더니..

어머니가 몇번이나 고사하시다가.. 그럼 받겠다고 주머니에 넣으셨습니다..

아버님때문에 일생을 맘 고생하신 어머니는..
여자 대 여자로 보면.. 정말 마음이 짠하고 안타까와요..

솔직히 처음 결혼할때 반대 많이 하셨는데..
지금에 와선 집안의 모든일을 저하고 의논합니다..

어머니랑 둘이서 아들 흉보고..
어머니 속상한거 저한테 다 털어놓으시고..

첨엔 참 부담이었는데..
십년차가 넘으니.. 의례 그려려니하고 립서비스도 좀 늘었습니다..ㅎㅎ

나름 준비했던.. 일을 치르고 나니..
괜히 저 혼자 뿌듯합니다..

받은것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제 정성이니까요..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울 집 꼬맹이들이
할머니 사랑 오래오래 받을수 있을텐데..

자꾸 아프시니까.. 참 걱정이 됩니다..

딸처럼..
엄마처럼..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서로가 맘 편하게..
주고싶은 마음.. 아끼고싶은 마음이 들때..
거리낌없이 그렇게 해 주고 살아요..


눈도장만 찍다가..
글 남기네요..

청명한 가을 주말입니다..
82님들 행복한 날 되세요..^^








IP : 123.109.xxx.12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9.26 11:03 AM (59.12.xxx.139)

    정말 아름다운 고부간이세요.
    서로간의 마음 씀씀이가 어찌 그리도 고우신지..
    베풀려고 노력할 때 다시 내 것이 된다는 소박한 진리를 도 한번 깨닫네요.
    출산 축하드리구요..
    어머님과 늘 행복하세요~

  • 2. 윤리적소비
    '09.9.26 11:07 AM (119.192.xxx.8)

    원글님 덕분에 너무 마음이 따뜻하네요!

    원글님과 시어머님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아참.. 출산도 축하드려요..

  • 3. 흐뭇한 글
    '09.9.26 11:25 AM (122.34.xxx.16)

    둘째 아기 건강하게 키우시고
    어머님과 늘 지금처럼 곱게 사시길.
    참 아름다운 맘씨를 가진 고부간이십니다.

  • 4. 곰맘
    '09.9.26 12:11 PM (201.231.xxx.7)

    축하드려요. 아이가 잘 자라고 하는 일 두루 두루 잘 되시구요. 어머님과 잘 지내시는 모습이 오래될 수록 맛이 좋아지는 포도주같다는 느낌, 혹은 잘 삭은 홍어? 그런 기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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