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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왜 맞춤법을 지켜야 하는가? - 좋은 글이에요!

공유 조회수 : 627
작성일 : 2009-08-26 09:11:47
타 사이트에서 퍼온 글인데
원글 링크는 댓글에 추가할께요.

----------------------------

...(전략)

한글은 한국어의 형태소를 정확히 분석하여 담아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다시 말해서 형태소를 드러내는 힘이 탁월합니다. '글'은 어디까지나 말을 적는 수단입니다. '말'이 먼저이지 '글'이 먼저는 아닙니다. 글 없는 민족은 있어도 말 없는 민족은 없습니다. 말이 우선입니다. 말을 얼마나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글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확하다'는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뜻일까요? 가령 옛날에는 한글을 소리 나는 대로 적었습니다. 지금은 '샘이 깊은 물은'이라고 적지만 옛날에는 '새미 기픈 므른'이라고 적었습니다. 앞의 것을 '끊어 적기'라고 하고 뒤의 것을 '이어 적기'라고 합니다. 끊어 적기는 한국어의 형태소를 올곧게 담아내는 데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끊어 적기를 한 덕분에 한국어는 '샘'이라는 형태소, '깊'이라는 형태소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끊임없이'라고 적지만 옛날 책을 보면 '끈힘업시'라고 적었고 '높이'를 '노피'로 적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끊임없이'라고 읽거나 '끈힘업시'라고 읽거나, '높이'라고 읽거나 '노피'라고 읽거나 듣는 사람은 어려움 없이 알아들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 읽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끈힘업시'를 '끊임없이'로 적은 것은 국어학자들이 한국어의 형태소를 명확히 분석해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은 다양한 받침을 적을 수 있는 한글의 장점 덕분이기도 합니다. '자른다'라는 뜻을 가진 형태소 '끊'을 파악하여 글자에 담아낸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 한국인은 '끊'이라는 형태소와 '끈'이라는 형태소를 구분합니다. 마찬가지로 '없'이라는 형태소와 '업'이라는 형태소도 구분합니다. 맞춤법을 지킨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형태소를 지킨다는 뜻도 됩니다. 맞춤법이 흐트러지면 형태소도 무너집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없는 이'와 '업는 이'를 구분하기 어렵게 되며 '끊기'와 '끈기'의 변별력도 잃게 됩니다. 그래서 "기자 끊기가 보통이 아니다."라는 문장과 "기자 끈기가 보통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을 말로 하면 "기자 끈키가 보통이 아니다."와 "기자 끈기가 보통이 아니다."로 구별이 되는데 막상 글로 적으면 구별 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옛날에는 '높이'라고 적지 않고 '노피'라고도 많이 적었습니다. 그런데 국어학자들이 '낮다'의 '낮'에 반대되는 뜻을 지닌 형태소는 '노'가 아니라 '높'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표준어를 '높이'로 정했습니다. 그렇게 많이 쓰다 보니까 이제는 '높'이라는 글자만 보고도 이것이 '낮다'의 반대말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립니다. '높푸른' 하늘 하면 '높고 푸른' 하늘이라고 알아듣지요. 그런데 만약 소리 나는 대로 쓴다고 이것을 다시 '노피'라고 적는 사람이 많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높'이라는 형태소는 '낮다'의 반대라는 독보적 뜻을 더는 지닐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노푸른' 하늘이라고 하면 이게 '노랗고 푸른' 하늘을 뜻하는지 '높고 푸른' 하늘을 뜻하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색채만을 뜻할 때는 '노[黃]푸른'으로, 고도까지 뜻할 때는 '노[高]푸른'으로 각각 한자를 덧붙여야 하는 웃지 못할 처지에 몰릴지도 모릅니다. 물론 과장된 예입니다. 하지만 맞춤법이 무너지면 다양한 형태소를 나타낼 수 있는 한국어의 무한한 잠재력이 망가지고 결국 한자에 다시 기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후략)



- 이희재,『번역의 탄생』 中




IP : 61.254.xxx.12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무
    '09.8.26 9:17 AM (165.244.xxx.253)

    간만에 보는 좋은 글이네요. 최대한 우리의 말과 글을 정확히 쓰려고 노력하는 저로써는...^^

  • 2. 나무님..
    '09.8.26 9:22 AM (119.64.xxx.143)

    저로써는--> 저로서는 ..^^;;
    [사람명사]로써'에서 '-로써'는 도구격 조사입니다. '사람을 도구로'라는 의미일 때에는 올바른 표현이지만 '자격'을 나타낼 때 에는 자격격 조사 '-로서'를 사용해야 합니다.

  • 3. 나무
    '09.8.26 9:25 AM (165.244.xxx.253)

    앗..죄송합니다..~로써는 도구나 방법을 의미하죠..제가 실수했네요..

  • 4. 나무
    '09.8.26 9:25 AM (165.244.xxx.253)

    그리고 제 오류를 정정해주신 위의 님 감사합니다...

  • 5. 쌀밥
    '09.8.26 9:27 AM (116.40.xxx.163)

    이 분이 쓴 책, 꽤 좋다는 말 들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6. 이글
    '09.8.26 10:49 AM (168.154.xxx.62)

    블로그에 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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