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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밤이네요

땡큐 조회수 : 1,009
작성일 : 2009-08-09 04:49:32
6년간 만나던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관계가
몇시간 전에 정리됐어요

4시간 후엔 친구들과 여행을 가야하는데
잠을 잘수가 없네요.

왜 하필 오늘.
여행을 앞두고 나는 왜 이런 삽질을 해버렸을까요.




6년을 만나면서 연애를 하지 못한건
우리가 연애를 고려했던 시기가 달라서가 아니라

줄곧 쿨한척 했지만 실은 용기가 모자랐던 나와
지나치게 냉철하고 현실적인 그사람의 성격탓이죠

그런 사람인줄 알고 저도 노력했어요
잘해주지 않으려고, 연애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절대 사랑하게 되지 않을거라고  찌질했던 연애에 질렸다고
당분간 연애는 질색이라고 큰소리쳤던
제 오만함이 이제 그 벌을 받아요

연애는 아니었지만
연인처럼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처음엔 편해서 좋았는데
나중엔 그 반듯함이 너무 욕심났어요

친구도 한번씩은 싸우는데
우리는 그 흔한 말다툼 한번 없었어요

가끔 어이없는 제 억지도 너그럽게 받아주고
똑똑하고 유쾌한 사람이었어요

어설픈 위로도 하지 않는 그 사람의 반듯함

만나는 내내 그사람의 반듯함을 좋아했는데
오늘은 그 반듯함이 참 싫었어요
하지만 이게 바로 그사람의 미덕이죠

그사람도 절 좋아했다는건 알아요
그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좋아하는건지 알고 있어요
인정하고싶지 않았지만 제 마음이 변했어요

어쩌면 우리가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면서
실은 착각이 아니라 줄곧 진실을 외면했어요

마음도 잘 맞고 그동안 참 즐겁고 좋았지만 여기까지에요

전 벌써 2년째 이별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이렇게 갑작스레 하게 될지 몰랐지만

전처럼 편하게 얼굴을 마주하지도 못할테고
매일매일 사소한 일상을 전하는 전화도 이제 없어질거에요

그 사람이 미안해해서 좀 초라했어요
전 이미 2년째 알고 있었거든요
알면서도 미련하게 정리를 못했어요

아무말 않고 혼자 정리했다면
우린 그냥 전처럼 또 웃으며 만나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수다도 떨고 안부도 나누고
그랬을텐데

전 너무너무 후회가 돼요
그냥 나중에 뒤통수 맞고 말걸
그때 아프나 지금 아프나 똑같은건데
할 수 있을때 좀 더 누려볼걸

저 지금 후회로 잠을 못자요

울지 않아요
술도 안마셔요
친구에게 하소연하지도 않고
그 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않아요

알아요
이 순간도 다 지난다는걸
그래서 전 울지 않아요
술도 마시지 않을거에요
친구와 처음부터 연애도 아니었던 우리의 새삼스런 이별을 나누지도 않을거에요

너무 다른 우리가 이렇게 오래 좋은 사이로 지내게 된게 우연인것처럼
그 끝도 참 뜬금없게 시작되네요.

내 마음이 정리가 될때면 너무 늦을거였어요
남의 속도 모르고 계속 다정한 그 사람을 보면 절대 정리되지 않을테니까요
2년이나 해봤잖아요.


전 오늘
제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용기를 냈어요

근데 너무너무 후회가 돼요
울지 않기로 한것도
불편하게 하지 않기로 한것도


정이 많이 들었어요
알면 알수록 아까운 사람이에요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것 같았어요

미치게 사랑한건 아니었는데
잠못자고 그리워한것도 아니었는데

어느순간 계속 이대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 사람의 자상함을 놓치고싶지 않아졌어요

사랑에 풍덩 빠진게 아니라
서서히 물들었어요

우린 꽤 마음이 잘 맞았지만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어요

6년동안 정말 많은 위안이 돼 주었던 사람인데
이제 내몫이 아니네요

이제 그동안 내가 누렸던 것들을,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받을
아직 있지도 않은 대상을 두고 심하게 질투까지 했어요

미련과 집착
곱지 않은 이별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내색하지 않는건
그동안 내게 보여준 그 사람의 마음씀씀이에 대한 보답이에요

저 정말 정말 너무 후회가 돼요
다시는 그사람이 내게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을걸 아니까요

정말 아파요.
엉엉 울고싶어요
같은 방을 쓰는 동생이 자고 있고
눈이 부어 있으면 몇시간 후 친구들이 놀라 물어볼테고
자기연민으로 추한 미련과 집착에 빠질까봐
울지 않아요

그사람의 상냥함을 다정함을 영영 잃게되서
아프네요

이시국에도..
IP : 211.209.xxx.18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야밤
    '09.8.9 5:28 AM (110.10.xxx.145)

    맘 아프시겠지만 굳게 맘 먹으세요
    사귄다고 말 안한다고 연애가 아닌가요, 글 보니 연애나 다름 없네요.
    그리고
    그 남자분이 그런 다정함들 다시 보여준다면..제가 친구라면 대신 욕해줄꺼에요.
    그런일이 있다면 님을 육년 간 낚은 걸로 밖에 생각 안됩니다.
    힘내세요

  • 2.
    '09.8.9 5:57 AM (121.139.xxx.220)

    남자 분이 아직 이렇다 할 애인도 없는 상황이라면,
    내일이건 언제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갑자기 나타난 표현때문에 당황했던 것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님 혼자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것일 수도 있고요..
    (자세한 사정은 안쓰셔서 모르지만-_-)

    그리고.. 여행 가셔서 마음 가볍게 하시고,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
    라는 생각을 가지시길 바래요.

    반듯함.. 굉장히 좋은 덕목이지만, 너무 반듯해도 피곤합니다. ㅎㅎ

    좋아하는 사람을 가장 빨리 잊는 방법은, 첫째가 다른 사랑을 찾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그 사람의 나쁜점만 부각해서 자꾸 생각하는 것이랍니다.

    그 사람의 좋은점만 생각하다 보니 미련도 생기고 집착도 생기고
    좋아하는 마음이 자꾸 남고 하는 거죠..

    가볍게 생각하세요.
    여기서 더 잃을게 뭐 있나요?
    기껏해야 수다 좀 떨고 밥 좀 먹고 영화 좀 보던 상대 하나 줄어든 것일 뿐인데...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노력해 보시라는 거에요.
    오히려 홀가분하고 편하게 받아 들이다 보면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여행 가셔서 신나게 노시고 훌훌 터세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고 볼것 안볼것 다 본 연인 사이도 하루아침에 깨지고
    죽을것 같은 심정 느끼는 사람들도 결국엔 다 숨쉬고 사는데요 뭘..^^

  • 3. 하고나서
    '09.8.9 6:18 AM (58.231.xxx.115)

    인생 살다보면 새월이 약이오 망각이 그대의 추억이리다......40십 중반 넘어서니쬐금 알갰더이다.. 힘내십시오.....

  • 4. .
    '09.8.9 9:36 AM (211.212.xxx.2)

    6년동안의 시간과 기회가 있었다면.. 그리고 이어지지 못했다면.. 이 인연은 아닌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의 미련과 집착을 끊어버리게 된거...저는 아주 잘 하신거라고 생각해요.
    잠깐은 더 힘들수도 있겠지만...그 남자에게 계속 얽매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칠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저는 10년이었네요.
    10년동안.. 아닌거 알면서도 그놈의 미련과 집착 때문에 질질 끌려 다녔어요.
    그리고는 원글님보다 더 비참한 결말.
    더 빨리 못끊은게 후회스러울 따름입니다.
    그 중간에.. 꽤 괜찮은 남자들... 내가 손을 뻗었으면 다른 인연이 되었수도 있을 사람들.. 여럿 놓쳤거든요.
    그.. 완벽하게 내것이 되지 않은 자상함과 상냥함에 미련을 못버리는 바람에
    완벽하게 내것이 될 수 있었을 다른 좋은 기회들을 다 걷어찼어요.
    남자들이요.. 그만큼의 세월 동안 아무런 감정이 안생겼으면 그냥 거기까지입니다. 더 이상의 인연은 없다고 보시면 되요.
    이쯤에서 정리한거..더 많은 세월을 허비하지 않은거..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시구요.
    여행 다녀오세요. 여행가서 마음도 정리하시구요. 쉽지는 않겠지만 정리할수 있어요.
    그리고 곧 원글님 사람이 될 그런 인연이 찾아올겁니다.
    남자 많아요.
    한 인연이 가면 다른 인연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요. 그 사람하고 그렇게 헤어진거 지금은 너무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제가 더 오래 질질 끌려다니고 있었더라면 지금의 남편을 알아보지 못했을테니까요.

  • 5. 8년
    '09.8.9 10:08 AM (218.157.xxx.247)

    65세 늟으니요 아직도 아련하외다 나한테 시집오면 너무 불쌍해서 8년을 손한번 몬잡아 보고
    근데 지금도 가끔 후회됩니다 후회되는일 하지마세요 가슴이 가슴이 아직도 애림니다
    가끔 눈물도 나고요 좋으면 해어 지지마세요 용기를 ........

  • 6.
    '09.8.9 10:11 AM (121.151.xxx.149)

    한번 인연이 아닌것은 아닙니다
    평생아니에요
    그러니 잘하셨어요
    6년동안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였던 관계
    그건 그저 우정일뿐이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요

    님혼자 짝사랑했다고 생각하시고
    잊으세요

  • 7. 리플들
    '09.8.18 3:11 AM (211.209.xxx.182)

    감사합니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예전처럼 우린 좋은 사이로 지내요.
    전 이상하게도 맘이 편해요.

    그대로 쌩 했다면 두고두고 아쉬웠을텐데
    계속 후회를 하며 잠을 못이뤘을텐데
    전처럼 매일 오던 전화가 없어지긴 했지만
    그게 힘들거나 하지 않아요

    마음을 밝히고 우리 관계에 선을 확실히 하던 날
    그밤은 정말 영영 밝지 않을것처럼 깜깜하고 힘들었는데
    밤이 지나고 나니
    생각보다 눈물이 나지도 않고, 가슴 아프지도 않았어요.
    미련이 많은 성격인데 나이를 먹어 그런걸까요.

    그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아요.
    지난 시간동안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이용당하거나 그런건 아니었어요.
    제가 정말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는 남자가 있다면 그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라서 좋아했어요.

    상처가 되지 않네요.
    정말 좋은 마음 뿐이었어요.

    단지 내가 갖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것 뿐이죠. 견물생심이라고..

    좋은글 남겨주신 분들
    혹시라도 나중에 생각나서 이 글을 다시 보실 분 계실까 싶어 글 남겨요.

    저 울고싶지 않아요.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아요.
    착한여자 콤플렉스 이런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예전 남자친구의 배신에 보기좋게 복수도 해줬을 정도로. 당하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비록 연인은 되지 못했지만 즐거운 인연이었어요.
    똑똑한 사람답게 잘 처신해주고 있어서 고맙기도 해요.

    그날밤은 정말 속상하고 아팠는데.. 며칠이나 지났다고.
    제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제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로 상처받지 않았어요.

    그사람 만나는 동안 쥐뿔 가진것도 없는 절
    당당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사람을 믿을 수 없었던 절 조금씩 변화시켰어요
    정말 제대로 대접받고 만나서 그런지
    이런 순간에 비참하게 추락하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역시 그사람은 대체로 옳아요.

    앞으로 우리가 각자의 인연을 만나서 멀어지기까지
    몇번의 만남이 더 남았을진 모르지만
    그사람은 절대 절 흔들지 않을 사람인걸 믿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요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말을 꼭 하고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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