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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프리댄서 조회수 : 2,829
작성일 : 2009-07-20 15:37:21
러일통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일본과 회담을 할 때면 꼭 지명하여 통역을 담당하게 했던 사람. 바로 요네하라 마리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내용입니다.

요네하라 마리의 아버지는 ‘화족(華族)’의 아들이었어요.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뒤  신분제도도 정비를 하죠. 그 중 봉건영주 계급인 ‘다이묘(大名)’와 궁중귀족인 ‘구게(公家)’, 즉 제일 큰 기득권세력을 묶어서 ‘화족’으로 통합합니다. 그리고는 재산규모(납세규모)와 국가에 대한 공헌도 등을 따져서 서양식 작위를 부여했어요. (조선의 친일파 중에도 백작이니 남작이니 하는 일본의 귀족 작위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죠) 화족은 영국의 상원의원에 해당하는 귀족의원이 될 수 있었고 자제들을 위한 학습기관도 따로 있었습니다. 가쿠슈인(學習院)이라 불리는 교육기관이 바로 그것인데, 화족 자제들은 별도의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가쿠슈인 유치원에서 시작해 가쿠슈인 초,중,고를 거쳐 가쿠슈인 대학교까지를 다닐 수 있었죠. 그러다 전후에 화족제도가 폐지되면서 가쿠슈인의 문호도 개방됩니다. 허나 그래도 여전히 가쿠슈인은 왕족을 비롯해 상류층 및 부유층 자제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로 유명하죠.  

참고로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바로 학습원대학교 출신입니다. ‘나나미’라는 이름을 한자로 쓰면 七生이가 되는데-_-, 암튼 칠생이 할머니께서 가쿠슈인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건 칠생이 할머니가 그만큼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는 걸 의미하죠.^^ 현 일본 총리인 아소 타로.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난 아소 총리 역시 가쿠슈인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하죠? 그런 다음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탓에 평소 일본어보다 영어에 더 자신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지난 번 무슨 연설인가 회담에서 영어로 말하다 망신을 당했다는 신문기사를 얼핏 본 기억이 나는군요.^^ (왠지 ‘잘코사니야!’를 외치고 싶은...?^^)

그러고 보니 일본 애니메이션의 천황, 미야자키 하야오도 가쿠슈인대학교 졸업생이네요. 일본 군국주의가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다시 말해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 극심한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주위 사람들 모두가 말할 수 없는 곤궁함을 겪고 있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 집안은 더욱 부유해졌다고 합니다. 큰아버지가 비행기 부품을 납품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아버지가 거기 공장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전쟁이 치열해지면 해질수록 군수업은 호황을 누리기 마련이니까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59년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헌데 유년시절에 경험한 그 선명한 계급적 대비가 심리적 부채로 작용했기 때문일까요, 그는 대학시절부터 만화연재를 했습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에다.

음... 쓰다 보니 새삼 일본의 문화적 저력에 놀라게 되네요.--;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등을 비롯한 작가들. 구로사와 아키라나 오즈 야스지로 같은 영화감독들.... 개화기 혹은 군국주의 시절에 태어나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그들 옆에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만화가도 있었고, 또 그 옆에는 칠생이 할머니나 오노 요코 같은 개성파 여성들도 있었네요.-_- 각자가 지니고 있는 정치사상적 배경에 상관없이, 또한 그 성과가 서구인의 미각을 신선하게 자극한 ‘이국적 매혹’의 결과에 불과하다 해도,  매혹을 뜻하는 영어단어 fascination에는 ‘뱀이 개구리나 쥐를 노려봄. 그래서 개구리나 쥐가 얼어붙음’이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논리적인 분석 이전에 그 눈빛이 발산하는 어떤 관능 때문에 관객이나 독자들은 몸이 얼어붙어서 꼼짝할 수 없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게 매혹의 실체고, 그러므로 어찌됐든 일본문화는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매혹을 내뿜을 줄 알고 있다는 말인데, 문화라는 게 일단 꽃놀이를 하려면 꽃놀이를 할 경제적 여유도 있어야 하지만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라는 토대가 든든하게 구축되어야 거침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근대 이후만 놓고 보면, 일본이 식민지배를 받은 경험이 없다는 것과 공산당까지 합법화된 사회라는 사실 (물론 공산당 합법화는 패전 후 미군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등이 어떤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살포시 해보게 되네요.--; 요네하라 마리의 이력을 봐도 그렇구요. 공산당 간부의 딸을, 본인 역시 공산당원인 사람을 국가 간 정상회담의 통역사로 써주는 센스라니~!

이야기가 또 너무 옆길로 샜는데, 암튼 요네하라 마리의 아버지는 그런 화족의 아들이었던 것이죠.-_-;;; 하지만 그 화족의 아들은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버리고 공산주의자가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1945년 공산당이 합법화될 때까지 요네하라 마리의 아버지의 16년간 지하활동을 해야 했죠. (문득 노통이 일본 방문 시 “공산당이 합법화된 나라가 진짜 민주주의 국가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호되게 얻어맞았던 기억이 나네요. 공산국가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요, 다만 공산당 합법화는 사상과 정치활동의 자유가 얼마큼 보장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뿐인데...) 요네하라 마리는 그처럼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나간 아버지, 그러면서도 평생 청렴하게 살다 가신 아버지를 그 누구보다 존경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인도 대학에 들어가자 아버지의 뒤를 좇아 공산당에 가입을 했구요.

그런 아버지는 1962년에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체코의 프라하로 떠났습니다. 1943년 제3 인터내셔널 해체 후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마르크스-레닌주의) 국제사회주의운동조직이 <평화와 사회주의 제 문제>라는 잡지였대요. 따라서 각국의 공산당 및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따르는 사회주의 세력은 <평화와 사회주의 제 문제>로 대표를 파견해 편집에 참여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때 일본 공산당을 대표하는 편집위원으로 바로 요네하라 마리의 아버지가 뽑혔던 것이죠. 그에 따라 열두 살이 되던 1962년에 요네하라 마리는 <평화와 사회주의 제 문제> 본부가 있는 프라하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여동생과 함께 ‘소비에트 국제학교’에 들어가죠.

소비에트 국제학교는 소련 정부가 직접 공산당 간부 자제들을 위해 세운 학교로, 전 세계 50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다녔답니다. 우수한 교사들이 소련에서 조달됐으며 한 학급의 학생 수는 스무 명이 넘지 않았다고 하구요. (스무 명이 넘으면 자동적으로 분반이 됐다는군요) <프라하의 소녀시대>에 그려진 모습을 보니 수업방식도 철저히 토론식, 논술식이더군요. 글쎄요, 그렇기 때문에 비유를 하자면 ‘소비에트 국제학교’는 일종의 ‘소련판 가쿠슈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 사실은 요네하라 마리가 국제학교 친구들을 찾기 위해 1995년에 프라하를 재방문했을 때도 은연중에 드러납니다. 국제학교가 있던 자리를 둘러보는 요네하라에게 그 지역에 오래 살았던 주민은 이렇게 증언해요. 그때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보면 하나같이 있는 집 자식들 티가 났지. 선생들도 어찌나 멋쟁이었는지, 오늘 입은 옷을 내일 입고 출근하는 선생들이 없었어.

그 말에 요네하라는 충격을 받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특권의 울타리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 그건 앞으로 그녀가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확인하게 될 동유럽 혹은 붕괴된 현실 사회주의체제의 씁쓸한 한 단면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요네하라 마리는 소비에트 국제학교를 다니며 5년간 프라하에서 지내다 일본으로 영구 귀국하는 아버지를 따라 다시 일본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일본 학교에 들어가 힘겹게 적응을 해야 했죠. 참고로 소비에트 국제학교는 수업이 모두 러시아어로 진행됐대요. 프라하로 떠날 당시 요네하라 마리는 러시아어를 한 마디로 할 줄 모르는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다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러시아어를 단순히 아는 것뿐만 아니라 잘하기까지 해야 했죠. 그녀가 택한 방법은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것. 그것도 러시아어로 된 책을. 일본으로 돌아와 약화된 일본어 실력을 다시 키울 때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일본어로 된 책을 무조건 많이 읽기.

일본에서 고교를 마친 그녀는 도쿄 외국어대학과 도쿄대 대학원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함으로써 소비에트 국제학교 시절에 익힌 러시아어 실력을 깊고 풍부하게 다듬습니다. 통역은 25살 무렵에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게 생업이 돼버렸다고 하는군요. 통역사는 전공에 상관없이 고온가스로, 비등수형 경수로, 가압수형 경수로, RBMK형(소위 체르노빌 형) 원자로, VVER형 원자로 등에 관한 세미나와 심포지엄에 참가해 실시간으로 통역을 해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고고학 관련 심포지엄에 참가해서는 ‘수양개 유적은 한국 충북 단양군 애곡리의 남한강 상류 지역에 있는 양달 유적이다. 주변 구석기 시대의 중요한 유적으로는 점말 용굴, 상시바위그늘, 도담금굴 등이 있고 제원군 창내 유적이 발굴되고 있다’는 발표를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옮기기도 해야 하죠.--;

요네하라 마리가 통번역에 대한 생각과 통역현장에서 겪은 경험담을 써내려간 <미녀냐 추녀냐>를 보면, 그녀는 해당 주제에 대해 미리 자료를 구해서 용어나 개념 등을 죽기살기로  외웠다고 하네요.^^ 아무튼 요네하라 마리는 특A급 러시아어 통역사로 성장합니다. 그러다 소연방이 해체되고 동구에서 사회주의가 몰락하는 뉴스를 접하며 프라하 국제학교 시절의 친구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걔네들은 이 파란의 시기를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보스니아에서의 참상은 그녀로 하여금 더더욱 친구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만들죠. 그래서 요네하라 마리는 일에서 좀 해방이 되자(소연방 해체 후 러시아 관련 뉴스나 회담이 증가해서 그녀는 과로사 직전까지 일을 해야 했다고 하네요^^) 친구들을 직접 찾아보기로 마음먹습니다.

1995년 드디어 요네하라 마리는 프라하를 향해 떠납니다. 그리고는 프라하에서 베를린, 베를린에서 부쿠레슈티, 부쿠레슈티에서 베오그라드를 오가며 국제학교 시절에 특히나 친하게 지냈던 친구 세 명과 반갑고 가슴 아픈 재회를 합니다. 일본으로 돌아온 뒤에는 자신의 필력을 최고로 발휘해 그 재회에 대한 기록을 남기죠. 그것이 <프라하의 소녀시대>인데, 정말로 저는 읽고 나서 주저하지 않고 별 다섯 개를 매겼습니다.

요네하라 마리가 마치 제인 오스틴 같은 총명한 눈빛과 재담, 어딘가 시몬 드 보봐르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지성으로 친구들과의 재회, 그 이면에 숨어있는 동유럽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풀어놓은 책 <프라하의 소녀시대>에 대해서는, 시간이 나면-_-;; 다음에 쓰겠습니다. 넘 길어져서.....--;
IP : 218.235.xxx.13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리댄서
    '09.7.20 3:38 PM (218.235.xxx.134)

    http://issue.media.daum.net/culture/0901_kjs/view.html?issueid=3958&newsid=20...
    참고로 <고종석 기획연재 여자들 - 요네하라 마리 편>을 링크합니다.

  • 2. .
    '09.7.20 3:52 PM (203.229.xxx.234)

    저도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읽은 분마다 그 매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더군요.
    허지만 전, 읽겠노라면 언약한 책이 아직도 십수권 남아있는지라...
    프리댄서님이 이렇게 맛있게 리뷰해 주시니 느무 느무 고맙습니다. ^^
    문화와 경제의 관계는 좋은 지적이십니다.
    영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그렇게 대단한 유무형의 자산을 남겨 놓은 것은 문호와 예술가들이 그들의 밥과 식솔을 거둘만한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반면에 조선은..너무 너무 가난한 나라라 그 어떤 것도 가져 갈만한게 없노라는 선교사의 증언이 남아있을 정도였지요.
    그런데, 그 상황이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공산당이 합법화 된 나라는 진짜 민주주의가 이뤄진 나라이면서 정신적 토양이 그만큼 비옥 하다는 반증일 텐데...우린 아직 멀었지요.
    가스통 할배들이 저렇게 희한하게 설치는게 가능 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대형교회 목사들 강론 내용도 그렇고요.
    멀었어요.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를 감옥에 유패 해 놓고 있는 거 아닐까요?
    써 놓고도 이게 뭔 소리인지, 참 두서 없네요.

  • 3. 프리댄서
    '09.7.20 4:04 PM (218.235.xxx.134)

    점 하나님. 저도 고마워요.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요네하라 마리 책은 두 권 읽었습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 <미녀냐, 추녀냐>. 앞으로 요네하라 마리 책은 다 읽을 생각이에요.

    저 중에서 요네하라 마리가 제일 처음으로 발표했다는 <미녀냐 추녀냐>는 좀 재미없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통번역에 관심이 있거나 자녀들이 그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경우 혹은 자녀가 외국어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 싶은 경우에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그 자녀들이... 무엇보다 통역현장에서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거든요.^^

    그리고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진짜 넘 좋았어요.ㅠㅠ 학원소설처럼 소녀들간의 우정이 잘 그려져 있어서 소설적 재미도 아주 컸구요(누구 말마따나 논픽션이 이렇게 재밌는데 뭐하러 픽션을 읽어야 해?!^^) 거기다 역사적 현상에 대한 통찰력.... 아, 왜 우리는 요네하라 마리 같은 사람이 없는지, 질투가 다 났어요.^^;; 아마 <미녀냐 추녀냐>도 우리나라에서 나왔다면 백지연 책 같은, '화려하게 성공한 커리어우먼'에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예약돼 있으신 그 책들 다 보시면 <프라하의 소녀시대>도 꼭 읽어보세요.^^ 정말 강추..

  • 4. 하하
    '09.7.20 4:14 PM (203.247.xxx.172)

    사 놓은 대기 책이 수십권에...
    삘 받은 투바-파인은 온 서점을 뒤지고 있던 터에...(절판)

    고종석에서는 임수경만 읽고, 얼렁 빠져 나왔는데...

    고종석, 요네하라 마리...사러 갑니다ㅎㅎ

  • 5. 프리댄서
    '09.7.20 4:24 PM (218.235.xxx.134)

    하하. 윗님. 투바도 절판인가요? 하긴 한 6-7년 전에 사서 읽었던 거라..ㅋㅋ
    <프라하의 소녀시대> 읽고 나서 마침 헌책방에서 발견한 보스니아 사태에 대한 책 <네 이웃을 사랑하다>도 찾아보니 절판이더군요. 음...

    그러니까 요는, 저도 그렇게 책 많이 안 읽는다는 거예요.^^ 막 옛날에 읽은 책까지 들먹이니까 엄청 많이 읽는 것처럼.. ㅎㅎ 언급하신 책 중에서 다른 건 실망하실 수도 있는데 요네하라 마리는 안 그러실 거예요. 특히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이렇게 자신해놓고 재미없어버리면...?--;) 아고, 게시판 글은 암튼 조금만 미뤄두면 골라서 읽는데도 참 벅차네요..--;

  • 6. 스크랩
    '09.7.20 4:56 PM (222.239.xxx.45)

    해놨어요.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 7. 프리댄서
    '09.7.20 7:55 PM (218.235.xxx.134)

    예, 스크랩님. 감사합니다.^^

    근데 저 위에 링크한 고종석 칼럼에서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네요. 중간쯤인가에서 고종석은 요네하라 마리가 친구를 만나러 베오그라드를 방문한 부분을 언급하며 "유고내전에 대한 요네하라의 견해가 나와 비슷해 기뻤다. 전쟁에서 선악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다. 유고내전에서 반인도범죄를 저지른 것은 세르비아인들만이 아니었다."고 했는데, 조심스럽니다만, <네 이웃을 사랑하라>에 따르면 저 견해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유고내전 당시 직접 유고를 방문해 당시의 참상을 목격했던 저 책의 저자 피터 마쓰(당시 <워싱턴 포스트> 기자였음)는 유고내전이 세르비아에 의한 맹목적인 인종청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합니다. 사실 '내전'이라는 말 자체도 어불성설이라는 거죠. 강력한 리더십으로 '6개의 공화국과 다섯 민족, 네 개의 언어, 두 개의 문자, 세 개의 종교'로 구성된 유고 연방을 통치하던 티토 대통령이 죽자 유고연방은 극심한 혼란 속에 빠져듭니다. 우선 각 공화국이 독립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그 배후에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까봐 노심초사였던 정치가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이 바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티토 치하에서였다면 그저 그런 정치가로 연명하다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그는 운좋게 권력을 잡게 되었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민족주의를 최상의(?) 선동도구로 이용합니다.

    유고 연방은 크게 ‘러시아 정교를 믿으며 러시아와 같은 키릴문자를 사용하는 세르비아계’와 ‘로마 가톨릭을 믿으며 라틴문자를 사용하는 크로아티아계’, 그리고 ‘이슬람교를 믿는 보스니아계’로 이루어졌습니다.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의 정권을 잡았죠. 그래서 ‘무슬림들이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인들을 말살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유언비어를 날조해 보스니아를 쳐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영토 내에 있는 보스니아인(무슬림), 크로아티아인(로마 가톨릭 신자)을 ‘청소’한 겁니다. 그 실상은 정말이지 ‘필설로는 다할 수 없을’ 만큼 너무너무, 인간이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끔찍했구요. 차라리 유태인 학살은 신사적이라 할 정도로.ㅠㅠ

    당시 보스니아는 연방에서 독립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때라 무기가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UN에서는 보스니아로 반입되는 무기를 금지시켰어요. 세르비아의 정치선전(우리만 폭격하는 거 아니다, 보스니아도 우리를 폭격해서 어린아이들을 죽였다..)에 기반해 보스니아 사태는 미친놈들처럼 서로 죽이지 못해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행위라고 하면서. 즉, 보스니아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더구나 보스니아는 석유가 나는 지역도 아니었고, 보스니아 사람들은 기독교인이 아니라 무슬림이었습니다. 피터 마쓰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미국인들이 보기에 유럽에서 무슬림이 기독교인들을 학살하는 건 봐줄 수 없는 행위지만, 반대로 기독교인이 무슬림을 학살하는 건 봐줄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철저히 보스니아 사태는 쌍방이 물고 뜯으며 싸우는 ‘내전’으로 규정됐고, 그 때문에 보스니아에의 무기금수조치는 해제되지 않았으며, UN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이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진단합니다. (밀로셰비치를 비롯한 당시의 인종청소 주도자들이 전범으로 기소된 건 한참 후였죠.--;)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요네하라도 ‘내가 하는 일 때문에 서구가 아닌 러시아에서 발행된 언론을 접하게 되는데, 그에 따르면 반인도적 행위를 한 것은 세르비아만이 아니다’고 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러시아와 세르비아는 같은 종교(러시아 정교)를 믿으며 같은 문자(키릴문자)를 사용하는 형제국가라는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 언론들이 세르비아에 우호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을까, 저는 추측해봅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에도 보면 세르비아를 지지하는 유명 러시아 작가가 세르비아를 방문해 “러시아 정교 문화권이여, 영원하라!” 따위를 외치며 껄껄댔다는 장면이 나오니까요.

    링크해놓고 문득 생각나서 덧붙여봤습니다.--;

  • 8. phua
    '09.7.20 8:10 PM (110.15.xxx.14)

    역시... 하면서 댓글까지 다~~아 읽었습니다.
    갑자기 프리댄서님의 머리 사이즈가 궁금해 진다는...
    머리 옆에 지식가지가 삐죽이 나와 있을 것 같아서리,ㅎㅎㅎㅎ

  • 9. 프리댄서
    '09.7.21 12:15 AM (218.235.xxx.134)

    앗, 푸아님. 그, 그건 왜... 저 머리 커요.;;; 얼굴도 크고... ㅠㅠ
    김용만, 김태우(god 멤버 말고 컬투의 김태우) 등과 패밀리예요.
    새삼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진다는... 꺼이꺼이..

    그나저나 82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시간만 좀 났다 하면 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찔끔찔끔...
    정녕 이럴 때가 아닌데. 단도박 모임도 있다는데 '단82 모임'은 없는지...ㅠㅠ
    오늘도 이 일대일의 충실한 댓글이라니...-_-;;;;

  • 10. 프리댄서
    '09.7.21 12:16 AM (218.235.xxx.134)

    앗. 김태우가 아니라 김태균으로 정정합니다.--;

  • 11. faye
    '09.7.21 10:08 AM (209.240.xxx.21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딴지하나 - 일본의 정치는 한국보다 더 후진입니다. 공산당의 합법화라는 허울좋은 간판외에 자민당 1당독재라는 현실이 깔려있죠. 그리고 정경유착, 정깡패유착.. 이루 말할 수 없는 비리등등... 그럼에도 왜 자민당이 계속 정권을 쥐어 왔을까? 1) 미국의 간섭 2) 선진화 되지 못한 국민의식 등등이지요.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봉권제를 경험했고, 아직까지 봉건제하에 있다해도 별 틀리지 않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일본의 공산당은 트로이의 목마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꼭 누구처럼 말이죠.

  • 12. 하늘을 날자
    '09.7.21 11:56 AM (121.65.xxx.253)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분은 처음 들어봤는데, 참 흥미로운 분이군요. @..@
    항상 프리댄서님 글을 읽다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는... @..@

    밀로셰비치에 대한 전범재판은 국제법 판례교재에도 실려있는 유명한 재판인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갑자기 무척 궁금해지는군요. 아웅... 책이 집에 있는 터라... 바로 읽어볼 수가 없어서 좀 답답하군요...

    아내가 대학 시절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이란 국사학과 수업을 들었었어요. 집 구석 어딘가에 같은 제목의 책이 처박혀 있었는데... '항일유격대국가'의 원형이 바로 그 시기에 형성이 되었을텐데... 그게 어딨더라... 하면서 찾아보다가 지난 주말에 찾아냈어요. 오호라! 찾아놓고 보니 와다 하루끼의 책이었군요! 그래... 왠지 그럴 것 같았어... 하는 생각이 들었었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물어봤어요. 그 때 수업을 하셨던 분은 누구셨냐고. 아내가... "음... 재밌게는 들었는데... 그 분이 누구셨더라... (고개를 갸웃갸웃) 이씨였었나... <상처받은 민족주의>라는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셨고, 미국에서 공부하셨다는 것은 기억이 나는데, 도대체 이름은 기억이 안나네..."라고 해서, 구글에서 '상처받은 민족주의'를 찾아봤더니 오호라! 한홍구 교수님이셨군요! 국방부 불온도서에도 등재되는 영광을 안은 바 있는 <대한민국사>의 저자. 왠지 너무 반갑더라구요. 제가 그 수업을 들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씨는 아니고 한씨였지만...;;;)

    아무튼 글을 읽다보니 와다 하루끼가 갑자기 생각났어요.ㅋ

    근데, 국방부의 안목은 다시 생각해봐도 새삼 놀랍네요. @..@ 언제 그런 책들을 다 읽은겨... @..@ 아직도 우리는 '금서'의 시대를 살고 있는 상황이니... 참... 게다가 쌍용차 노조 간부의 아내되시는 분께서 자살하셨다는 소식까지... 참으로 분노가 치미는군요. 아...

  • 13. 프리댄서
    '09.7.21 4:18 PM (218.235.xxx.134)

    faye님. 아, 그런가요?^^;;
    전 일본의 정치상황에 대해 잘 몰라요.--; 대에충 faye님께서 지적해주신 것처럼 '선진국인데도' 정치는 후진적이다, 자민당이 거의 일당독재를 해왔다... 정도만 주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진성은 남미나 아프리카,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보여주는 후진성과는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뭐랄까, 뭔가 나름대로 체계가 잡힌 후진성이랄까요? (이게 말이 되는진 모르겠지만)

    음... 단적으로 우리와 비교했을 때도 현저히(?) 낮은 부패지수. 문제가 터졌을 때 정치인들이 책임지는 모습. 서구에서 그렇게 비판하고 조롱하는데도 종신고용제를 고수하는 경제계에 태클걸지 않는 것, 그래서 고용안정에 기반한 내실있는 경제성장을 일궈낸 것(물론 그 과정에서 버블위기도 있었도 또 이런저런 문제도 많았겠지만요) 등등만 봐도 그 후진성은 뭔가 '각이 잡힌' 후진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도, 잘 모르긴 하지만, '천황'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후한 점수를 줄 만한 상황이 아닐까... 그래서 정치가 그렇게 후진적인 양상을 보이는데도 일본 사람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경제는 그럭저럭 돌아가서 먹고 살 만하고, 먹고 살 만할 뿐만 아니라 엔화 들고 전 세계 여행 다니면서 폼도 잡을 수 있고.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영화 등등은 제한 없이 만들어지고 들어오고... 그러니 '자민당 일당독재 체제'를 확, 뒤집어 엎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같다는 거죠.

    근데 전에 공지영이 만화가 이원복 하고 신문에서 대담을 했었는데 거기에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일본 갔다 온 친구한테서 '비로소' 우리가 일본보다 나은 걸 발견했다는 말을 들었노라고. 그게 뭐냐면 '수평적 정권교체의 경험'이라고. 그 경험이 우리한테는 있지만 일본사람들한테는 없죠. 저는 그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일본 국내적으로 보면 별 문제가 없지만(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든 그 정치가 그럭저럭 살아갈 만한 상황은 유지시켜주니까...) 국외문제로 가면 안습의 상황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즉, 국내문제에 그런 것처럼 국외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 있다는 말이죠. (실제로도 좀 그런 것도 같고...) 하지만 ‘수평적 정권교체’를 해본 우리는 그 경험에 기초해서 ‘인도적인 오지랖’을 발휘할 여지가 더 많지 않은지....

    아고, 저도 잘 모르는 문제라서 생각이 우왕좌왕입니다.^^ 그냥 문득 그게 떠오르네요. 재일교포3세 출신의 작곡가 양방언이 전에 <조영남이 만난 사람>이라는 토크쇼에 출연한 걸 본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이 조총련 후손인데 북한 국적에서 국적을 한국으로 바꿨어요. (아무래도 그게 활동하기엔 더 편해서...) 그런 다음 한국 방문이 예정됐는데 기대도 되고 한편으로 막 걱정도 되더래요. 한국이 일본에 비해 너무 뒤쳐진 모습이면 어쩌지... 그런.^^ 그런데 막상 서울을 와서 보니 도쿄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서 솔직히 자기는 너무 안심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한국 음악하는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2,3차 가서 ‘찌부러지도록’ 노는 모습 보고 감동 받았대요. ㅎㅎ 일본사람들은 얌전히 노는데 한국 친구들은 “형, 우리 오늘 먹고 죽자! 2차, 가는 거야!” 하면서 질펀(?)하게 놀더라나? 그게 너무 좋았다고. 서양 클래식 연주자들도 일본 찍고 한국 와서 공연하면 그렇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었습니다. 일본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소심하게’ 박수를 치는데 한국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온몸으로 박수를 쳐주면서 열광해서...^^ 그냥 그 얘기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별 상관은 없지만^^;;;

    하늘을 날자님. 요네하라 마리는 저도 고종석 때문에 알게 됐는데, 몰랐으면 정말 억울(?)할 뻔했어요.^^ (근데 웬만하면 그만 놀라시길-_-;;;; 아, 빨리 안무 연구 끝내고 동남아 공연 갈 준비해야 하는데. 여권도 찾아놓고...ㅠㅠ)

    앗. 밀로셰비치 재판이.... 그렇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저도 너무 궁금하네요. 정말로. 음 정리를 해주시면 저로선 너무 고맙구요. (써먹을 데는 없지만 뭐 그냥 궁금해서..^^) 사실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를 지금 반 정도밖에 안 읽었는데-_- 제가 아직 못 읽은 후반부에 ‘자살 대통령’이라는 챕터가 있어요. 밀로셰비치에 대해 따로 다룬. 저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도 재밌을 것 같은데.--; 암튼 보스니아 사태에 대한 걸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오직 하나. 신이여, 부디 우리를 용서하소서.ㅠㅠ 우리가 진정 영하 30도에서 얼지 않는다는 눈물을 흘리는 존재들이 맞는지. 부디 우리를 용서하소서....

    그리고, 하늘을 날자님의 <북조선> 독후감과 국보법에 대한 견해가 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애 키우시는 와중에 그렇게 열공도 하시고.^^ 휴가 잘 보내시고, 아니 그 전에 편안한 오후& 저녁 되세요.^^

  • 14. 하늘을 날자
    '09.7.22 11:29 AM (121.65.xxx.253)

    프리댄서님. 제가 가지고 있는 국제법 판례교재는 박영사에서 나온 <국제법 판례 100선>이라는 책인데요. 찾아보니 밀로셰비치 재판은 없네요. 음냐. 구글로 검색해보니 밀로셰비치가 사망하는 바람에 1심 판결이 선고되지 못했고, 그래서 판례교재에는 안들어간 것 같아요. 제 기억이 잘못되었네요. 음냐...;;;

    1991년부터 1995년까지 구 유고슬라비아 전역에서 일어났던 '인종청소'에 대한 반성으로 UN안보리가 이들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한시적 기구로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 : ICTY)를 설치하기로 결의한 바 있습니다. ICTY에서 내린 판결들은 모두 국제형사법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판결들인데, 그 중 3건의 판결이 위 국제법 판례교재에 실려있어요. 그리고 1999년 나토연합군의 코소보 공습이 UN헌장에 위반되는 불법적인 무력행사에 해당되는가에 관해서 국제적 논쟁이 있었는데, 그 사건도 위 판례교재에 실려있어요. 1999년 코소보 군사작전은 UN안보리의 결의없이 수행된 군사작전이었기 때문에 더욱 논쟁이 격화되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당시 코소보의 상황은 한편으로는 '인도적 개입'이 절실하게 요구되기도 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 많은 난민들, 밀로셰비치 휘하 신유고연방군의 알바니아계에 대한 인종청소, 강간, 학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외면해서도 안되는 현실입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토연합군들이 단순히 난민구조작전만을 한 것이 아니고 수개월에 걸쳐 주로 군사시설을 폭격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서...

    아... 정말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밀로셰비치 재판의 구체적인 내용은... 음냐... 너무 어렵고 복잡하네요. 정리해야 하는, 다툼이 있는 사실만 3000개 정도 되고, 증인은 366명 정도에다가 기소된 죄목만 66개, 기록은 5만여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니까요. 정말 헉!입니다. @..@ 밀로셰비치 재판이 보스니아 전쟁, 크로아티아 전쟁(이상 1991년~1995년), 코소보 분쟁(1999년) 모두와 관련되어 있는 데다가 '지휘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와 관련이 되어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가령, 보스니아 내의 세르비아계 군사조직들에 밀로셰비치가 자금 및 장비를 지원했는지, 지원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범위는 어디까지인지-보스니아는 어디까지나 세르비아와는 구별되는 외국이니까요.- 뭐, 그런 문제들인가 봐요. 아... 머리 아파라... @..@

    위 판례교재에 나온 참고문헌들(특히, 이현조, 구유고 내전에서의 집단살해범죄자에 대한 기소 및 형벌집행 - 구유고 국제형사재판소(ICTY)의 활동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제2권 2호)을 기본적으로 참조해야 어느 정도 제 머리 속에 정리가 될 것 같은데, 논문을 검색할 시간이... ㅠ.ㅠ 인터넷으로 다 검색이 되면, 참 좋으련만... ㅠ.ㅠ 하긴 검색이 된다 하더라도 제 역량이... ㅠ.ㅠ

    참고로, (아마 아시겠지만) ICTY에는 우리나라 법관 출신이신 권오곤 재판관님께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작년인가? 법원 내에서 권오곤 재판관님 슈퍼인턴(우리 식으로 하면, 재판연구관. 미국식으로 하면, law clerk)을 뽑는다고 공고가 났었다고 하더라고요. 아... 뽑혀서 가신 분이 부러워라... ㅠ.ㅠ 권오곤 재판관님께서는 밀로셰비치 사건도 담당하셨었는데... 밀로셰비치가 사망하는 바람에... 역사적인 판결이 될 수 있었는데...

    국제법에 관해서는 몰라요. ㅠ.ㅠ 법과대학 시절 전공필수 과목이라서 <국제법 1>과목을 수강하긴 했었는데, 제가 대학다닐 때 수업을 좀... 많이 빼먹어서... 한 3번 들어갔나... 첫 시간, 중간고사랑 기말고사 보러... 아... 왜 그랬는지... ㅠ.ㅠ

    암튼 더 공부를 한 후, 거칠게나마 혹시 정리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한 번 올려볼게요... 죄송...;;;

  • 15. 프리댄서
    '09.7.22 3:51 PM (218.235.xxx.134)

    앗. 우선 하늘을 날자님 너무 감사하구요, 한편으로는 죄송하네요. 좀 생각없이 부탁을 드린 것 같아요. 바쁘실 텐데....^^;; 하지만 덕분에 그렇구나, 밀로셰비치 재판이 그런 문제들이 걸려있고 그런 식으로 흘러갔구나.. 윤곽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었어요. (왜 이렇게 관심이 생기는지. 나중에 밀로셰비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써볼까 봐요. 하하. 안무를 짜보든가...) 권오곤 재판관님이란 분에 대해서도 '당연히' 모르고 있었는데, 그런 분이 계시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네요.^^ 암튼 하늘을 날자님 덕택에 법학자들과 이런저런 법률가들 이름을 알게 되고 그럽니다.^^

    음... 그리고 맞아요. 아무리 '인도적'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고 있다고 해도 군사적 개입은 또 다른 피와 파괴를 가져올 수밖에 없죠. 보스니아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도, 그것을 해제했을 시 보스니아와 세르비아가 서로 죽기살기로 싸우는, 더 큰 비극을 불러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구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더욱 사태 초반부에 세르비아의 만행을 중지시키려는 노력들을 기울여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인종청소 현장에서, 또 강제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사람들이 그렇게 눈물어린 증언을 하는데도 외면했던 국제사회...

    근데 그건 또 정치공학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서 쉽게 한 목소리로 결의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겠죠. 그래서 그건 뭐 일단 통크게-_- 넘어가기로 하구요, 제가 구 유고연방에서 일어난 저 끔찍한 일을 뒤늦게 접하며 진지하게 들었던 의문은 이런 거였어요. 이 일이 '20세기말의 유럽'에서 일어난 일이 맞단 말인가. 그리고 정말로 한 동네서 아웅다웅 살아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그 전에 극심한 분쟁이나 특별한 갈등이 없었는데도 정말로 갑자기 광우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옆집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그 아내와 딸을 강간하고, 어린 아들의 고추를 자르고, 고등학교 동창의 목을 베는 일이 가능한가... 아프리카나 미얀마 어느 산간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닌, '휴가 때는 이탈리아로 놀러도 가고 오스트리아에 쇼핑도 하러 가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보스니아 무슬림들이 아랍의 무슬림들처럼 종교색이 강한 사람들도 아니었는데. (보스니아 무슬림은 전 세계 무슬림 중에서 가장 종교색이 약하다네요) 외모도 자기들과 똑같고 언어도 거의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데. 본인들도 사이코패스가 아닌 평범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인데 그 어떤 심리적 동요나 인간적인 흔들림 없이 그런 일들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게 진짜로 가능한가...

    아고, 저도 머리 아프네요. 음... 아무래도 <네 이웃을 사랑하라> 독후감 쓰면서 보스니아 사태에 대한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봐야 할까봐요. (헉, 이 댓글 쓰는 사이 미디어법 직권상정이 이루어졌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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