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의 해법을 둘러싸고 온 세계가 분주하다. 아니 호들갑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북한 정권의 진정한 속내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모두 자신의 이해대로 해석하고 대응할 뿐이다. 아니 모두 북한의 속내를 알면서도 애써 말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사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에도 한반도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늘 적대감이 충일하고 주변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춤을 추며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참 세계사에 드문 비정상적 민족으로 하루하루 살아왔다. 그런 시간의 연속이 핵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自爆의 수단이 좀 더 강력해졌다는 것과 협상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러나 핵이라는 협상 카드가 실은 판을 뒤엎을 조커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남한의 입장에서도 무력감이 더 커졌고 증오심이 더 커진 것 외에는 변한 것이 없다.
자 이제 북한은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이것을 말해 보자. 거두절미하고 첫째, 북한은 자신들의 주권을 인정받고 유지하고 싶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북한 정권이 보편적 타당성이 있고 없고는 상관할 바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이런 연장선상에서 북미수교는 핵과 교환되지 않는다. 핵주권이 북한 정권의 최후수단일진대 북미수교와 비핵화를 연계하는 것은 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의 핵무기를 버리라는 말과 같이 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을 용인할 수 없는 미국과 핵 주권을 포기할 수 없는 북한은 이미 수교와 비핵화를 연계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셋째, 중국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는 어떤가? 일본은 미국의 군사적 핵우산국이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핵 보유국으로 자신들 이외의 핵 보유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이해 동일자들이다. 하지만 북한을 둘러싼 이해는 미국 못지않게 크다. 특히 중국의 이해는 러시아의 전선적 이해와는 달리 복잡하다. 중국은 양안문제가 가장 큰 국가적 아젠다라고는 하지만 실은 북한의 존재가 더 운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존립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일부라는 생각을 한지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권을 언제까지 중국이 지켜줄 지는 모르지만 중국이 지켜주는 주권이 어떤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아는 남한의 동병상련도 그 복잡한 심경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고차원이 되었다.
주권, 영토, 인구. 국가 존립의 세 가지 조건을 갖춘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다양한 이해와 결합되어 지금까지 존재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붕괴될 리는 없다. 결국 남, 북, 미, 중, 러의 이해관계 최대공약수는 으르렁 거리며 현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거기에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인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수교와 북한의 개방은 사실 핵을 보유한 구소련으로 가는 지름길 일수도 있다. 그런 북으로서는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반동이다. 과연 이런 상황을 바랄 수 있을까? 미국과 수교한 핵 보유국 북한의 모습은 내복 입고 미니스커트 입은 모습이 아닐까?
이 대목에서 김대중의 '우리의 세 가지 가설'을 보자.
첫째, 북핵이라는 불을 머리에 이고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해주며 살아가는 가련한 존재가 되는것.
둘째,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고 책임질 수도 없지만 한 방 붙어보는 것.
셋째, 북한 정권의 붕괴라는 흥미로운 일을 기다리는 것.
이 세 가지 중에 어느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일까? 극우들은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며 지금은 분단 프레임을 극대화시키며 자신들의 이해를 연속시키는 것이리라. 그 기다림이 길면 길수록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통일은 극우들의 기득권을 일시에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개연성이 짙기 때문이다. 물론 극우의 패러다임으로 통일이 되면 빠를수록 좋지만 극우의 통일은 전쟁밖에 없다. 그것은 적화통일이 전쟁 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북한 붕괴라는 참 흥미로운 시나리오는 증오의 시간을 늘리자는 말과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그러면 적화통일은 이미 극우들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면, 김대중의 가설은 이렇게 된다. 가련한 사람들이 겉으로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호기를 부리면서 속으로는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심리상태가 바로 극우들의 심리상태이고 이 병적인 심리상태는 많은 대중에게 퍼져있다는 것이 된다.
극우들은 그들의 이익이 계속되는 통일이 아니면 모든 통일은 악이고 적화통일이 되기 때문에 북한의 주체사상도 남한의 극우도 아닌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은 늘 난감한 입장이 되는 것이다. 외세는 극단적인 사람들을 좋아한다. 이것은 원칙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의 통일을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시기와 방법으로 될 것 같다는 시나리오 아닌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한다. 기독교인들은 이를 하나님의 방법이라고 한다. 그만큼 복잡하다는 뜻일 것이다.
남한에 살고 있는 내가 바라는 시나리오의 대강은 이렇다
이제 지난 세월 남북은 전쟁과 극단적 증오와 실낱같은 대화도 해 보았다. 국제정세가 어떻게 되어가는 지도 잘 알고 있다. 국민들도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모두 전쟁이라는 방법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전제 뒤에 우리는 남한만이라도 참다운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고,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 보아야 한다. 마치 모델하우스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언젠가 북한마저도 그런 나라라면 ‘우리도 그렇게 가자’라고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과 같은 나라는 그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미국인도, 중국인도, 러시아인도 , 북한 사람들마저도 ‘그래, 나라는 남한 즉 한국 같아야 돼’ 이런 나라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는 늘 분단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혹여 통일이 된다 해도 그것은 우리의 의사와는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상처를 내재한 시작일 수도 있다.
극우파 김대중이 볼 수 없는 숨겨진 1인치를 국민들이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통일을 기다리는 시간과 등치된다는 확신을 나는 갖고 있다. 그것은 통일의 목적 즉 내용은 분단의 원인이고 만 악의 근원인 극단주의를 종식하는 것이다.
2009. 7. 6
경기북도 한탄강가에서
이철우(전 국회의원)
----- 이해를 돕기위해 조선일보 7월 6일자 김대중의 글을 함께 싣습니다.
[김대중 칼럼] 북핵 3 가설(假說), 우리의 3 가설(假說)
북(北)은 핵을 포기 못한다 중국은 목 조를 생각없다
미국은 이를 용납 않겠으나 군사적 제재는 힘들 것이다
북(北)은 상황을 꿰뚫고 있다 한국은 어찌 해야 하는가
북한의 핵(核)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세 가지 가설(假說)을 세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가설은 김정일 정권은 어떤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점은 이미 널리 기정사실로 돼 있는 상태다. 북한이 내건 조건들은 그냥 '모양'이다. 북한이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은 오로지 핵 때문이며, 핵만이 북한의 존재를 가능케 하고 김정일 가문의 통치를 지탱하는 유일한 무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6자회담 등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다양한 행태의 접근방법은 기실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두번째 가설은 중국의 역할과 관련, 중국은 북한 정권의 존재를 위협하면서까지 북한의 목을 조를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관련 당사국들, 특히 미국은 북핵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중국이 북한에 무엇인가 압력을 넣어 주기를 기대해 왔다. 북한의 경제·외교 등 상당 부분이 중국에 의존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마디로 북한이 망하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이 핵 문제를 비롯, 주변국가와의 관계에서 타협적으로 나와 공존을 모색하고 그 결과로 중국이 대북지원의 부담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만, 북한이 그 길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선 북한정권이 붕괴돼 수십만 명 또는 수백만 명의 북한인들이 중국 동북 3성으로 탈출하는 경우, 중국이 입을 막대한 타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또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압록강·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한국 또는 한국과 우호·동맹관계에 있는 미국 등과 국경을 접하게 되는 상황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6·25 전쟁 때 중국의 개입이 미국 등 서방국가의 만주 진출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세번째 가설은 미국은 어떤 경우라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과 같이 세계 질서 속에 들어와 있지 않은 나라가 가장 위험한 장난감 즉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에 대한 책임은 수반하지 않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세계 경찰적' 관점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협상의 길을 열어놓고 조건을 논의하자는 것이고, 북이 지금처럼 핵실험 등 오히려 엇박자로 나가는 것을 각종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 등으로 막아보려 하고 있다. 그것이 북한을 벼랑으로 몰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과연 군사적 제재까지 동원할 것인가다. 현재로서 미국은 그럴 여유가 없어 보인다. 이라크에서 큰 상처를 입고 겨우 봉합을 한 처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보다 더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상대로 또 다른 군사적 전선을 형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상식적 관찰이다.
북한은 바로 그런 사정들을 꿰뚫고 있다. 지금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연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그런 사정을 이용해 북이 핵보유국임을 대내외에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또 중국이 겉으로는 유엔 제재에 동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없는 동북아'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이 핵 게임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결국 미국이나 중국이나 북한 제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북한이 믿는 구석이다.
이런 여건에서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대북 '가설'은 어떤 것인가. 하나의 가설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도 않고 강대국들이 북핵을 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관점에서 그렇다. 그럴 경우 우리가 북핵을 얻어맞지 않으려면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 돈 주고 식량 주고 달라는 대로 주면서 그것이 마치 '평화에 대한 보험'인 양 여기며 굴욕적으로 사는 것이다. 어느 전직 대통령의 주장처럼 말이다. 다만 평화를 일시불로 사는 것이라면 또 몰라도 무기한 인질 잡혀 질질 끌려가야만 하는 '한국의 인생'은 가련할 뿐이다.
다른 가설은 당장은 어떤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의 볼모상태로부터 과감히 탈퇴하는 것이다. 그 경우 우리는 군사적으로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가장 위험한 가설이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의 비군사적 제재에 시달린 나머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탈출구가 결국 대남 군사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겪으며 거기서부터 새로운 남북관계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가지 돌발적 가설이 있다. 그것은 북한 정권 내부의 변화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이은 북한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다.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한 북한 지도부의 갑작스러운 변화, 그 내부에서 벌어질 정치적 암투와 인민들의 새로운 의식은 북한 자체를 크게 뒤흔들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가장 흥미로운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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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과 통일국가의 모델
유리성 조회수 : 190
작성일 : 2009-07-14 09:41:17
IP : 119.194.xxx.17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7.14 9:45 AM (121.166.xxx.150)김대중이란 이름때문에 헷갈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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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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