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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899
작성일 : 2009-07-11 15:51:49
지난 주말에 할머님이 돌아가셨어요.
모두들 백세 넘기실 것이다 하셨는데,
옥션에서 주문 한 기저귀 백 개가 그대로 있는데
갑자기 가셨어요.

아흔 여덟에 가셨으니 그래도 거의 한 세기를 사셨네요.

큰아버님, 큰어머님 저의 부모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큰아버님, 아버님 두 분 모두 효자세요.
효자들이시지만 배우자에게도 잘 하시는 좋은 분들이세요.

두 아드님들, 아침이면 할머님 목욕시키고 옷 갈아입히고 기저귀 갈아드리는 게 첫 일과셨습니다.
두 분 다 막판에는 허리 삐끗하시고,,
저희 어머니는 발등을 무거운 돌로 찍히는 사고가 나셔서 걸음도 걷기 어려우신 상태였는데
모두들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돌아가시면 아무 소용없다. 살아계실 때 잘 해야 한다는 말을 늘 달고 계셨어요.
그래서 정성을 다하셨는데..
할머니 드실 죽에 열 가지 좋은 재료들을
넣어 만드시는 것을 보고
주변사람들이 병드신 분 붙잡고 있는 게 더 나쁘다 하더라
그래서 여덟 가지로 줄였다면서 죄책감을
보이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한 편으로 마음이 편하다고 하십니다.

저희 할머니는 집안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대단하신 분이였어요. 아들 며느리 집에 와서 아들 며느리 사이에 끼어
주무시려는 분이셨어요. 물론 아들에게 저지를 당하셨지만요.
며느리는 아들들의 종처럼 여기셨고,
남의 집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시면서도 우리 집 손녀들에겐
딸이라고 고운 말씀 한 번 해 주시 않으셨어요. 제게 욕도 서슴치 않으셨어요.
그래도 어머니한텐 가시기 전에 ‘고마워..’ 한 마디 하셨다는데.
제게 하신 마지막 말씀은 기저귀 가시는 부모님 옆에 서 보조하고 있던 제게
‘뭘 보냐. 쪼끄만 게’ 하신 게 마지막 말씀이네요.
그래도 서른 넘은 손녀인데.. 백 살 가까운 할머니껜 아직도 꼬마로 보이셨나 봐요.

할머니 입관하시자마자
제겐 오촌 당숙이신 아저씨께서 돌아가셔서 어르신들은 일주일 내내
장례식장에  선산에 오르락 내리락 하시고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저도 한 주가 어떻게 갔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전 중간에 가벼운 교통사고도 났고요.

이제야 할머니가 떠나신게 좀 실감이 나면서
좀 슬프기도 하고..
전 부모님들처럼 최선을 다한 게 없으니
할머님께 왠지 죄송하기도 하고..
당신 아드님이 열심히 모셨으니
당신 아드님 내외 병드시면 제가 최선을 다해 돌보겠습니다....하는 생각도 듭니다.
훗날 제 마음이 흔들릴 때 저는 오늘을 기억해야 하겠지요.
IP : 211.204.xxx.4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돈데크만
    '09.7.11 3:55 PM (116.43.xxx.100)

    ㅠㅠ 좋은곳에 가셨을꺼예여...님 훌륭하신 부모님밑에서 자란 ..훌륭하신 손녀이자..따님이신거 같아요..^^;;

  • 2. 우와
    '09.7.11 4:22 PM (114.206.xxx.93)

    굉장하세요.
    요즘도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원글님 대대로 복 많이 받으세요.

  • 3. 저희집
    '09.7.11 4:47 PM (59.187.xxx.125)

    101세 할머니 계세요.
    시어머니께서 농장을 하시는데 뭘 심어야 수입이 더 늘어날까 고민하신다는....ㅋㅋ
    제가 97세까지 같이 살다가 분가를 했는데 손자들에게 뭐 좀 심게 땅좀 파라고 하셨다가
    까먹고 다른일 하고 있으면 두 말 안하시고 본인이 직접 삽질을 하셨어요.
    소리만 들으면 20대 삽질 소린지 90대 삽질 소린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ㅋㅋ

    저희 시어른들은 모두다 건강하시고 또 직접 건강들 잘 챙기셔서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시어머니랑 할머니는 식사하실때 반주 한잔씩 매일 드시구요.
    아버님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셔서 검진하시구요.

  • 4. ...
    '09.7.11 7:46 PM (58.142.xxx.50)

    원글님 집안분들 정말 복 많이 받으시고 자손들도 잘 되실겁니다...

    윗분(저희집) 집도요... 어른들이 그리 건강하신 것도 어찌 보면

    자손들 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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