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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냥 담백하게 이쁘게 살고 싶슴다!

담비부인 조회수 : 1,063
작성일 : 2009-06-05 18:21:54
82쿡에 가입한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나지만 많은 회원분들처럼

저 역시 레시피 따라 오다보니 여기였습니다.  

결혼전부터 다닌 직장핑계로 맛난 음식 욕심은 하늘을 찌르고 재능도 없지 않아 있긴 한것도 같은데

갈고 닦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주부 경력 어언 십년차하고도 반절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도

어제 해먹은 음식 조리 순서가 가물거려 국하나 끓이는 것도 책 펴놓고 해야한다는...

저녁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할 퇴근 무렵  82쿡에 들어오면 갑자기 머리에 영감이 막 떠오르면서

갑자기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장보기도 즐거워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자게 회원분들이 많이 토로하셨듯이 저 역시 그냥 조리법이나 살림고수분들 눈팅하는 즐거움만

귀밑머리 하얘지고 솥은 꼴도 보기 싫어진다는 친정엄마가 이야기 한 그 언젠가가 올때까지

한가득 누리고 싶었죠.

그리고 앞으로 직장 그만두면 (이제 곧 이라며 미적거린지 꽤 됩니다만) 저도 산지 농장도 가보고

마트 좀 덜 북적거릴때 장보는 여유도 즐기고 특히 대망의 김치 담그기에 도전도 해보고

손 많이 가는 밑반찬도 차근차근 집에 쟁여놓고 살아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저를 참 나쁜 사람, 비겁한 사람, 화 잘 내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강남에 사는 순간  묻지마 명박파가 되서 그 무리를 떠나는 순간 얼굴도 못드는  기득권우파가 되던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빨갱이 내지는 잘해야 강남좌파시군요 라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내 아이가 좋은 학교 못가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걸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래도 공부 못해서 주류사회에 못 낄까  걱정이 더 커서 학원이야기만 나오면

귀가 쫑긋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공정택 욕하면서도 참 쪽 팔리고 아이한테 미안합니다.

그냥 신문이며 방송에서 나오는 소리를 그냥 믿으면 바보가 되고 뒷통수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짧은 지식에 공부해가며 출처 확인해가며 가재미 눈을 뜨고 해야하는 기사 검증질이 너무 버겁습니다.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일법한 말들도 평소에 익히고 적절한 사용법을 알아두지 않으면

자게에서 시의적절한 댓글 한줄 달기는 고사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버립니다.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이 참담한 상황에서

저 같은 평범한 주부가 고인을 기리며 소박한 애도를 보내는것만으로는 모자라

내 안에 명박스러운 이기주의가 있었는지,

말로만 진보를 외치며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질 낮은 프로파간다가 아닌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돌아보지 못하는 민주당을 비난하는 딴지의 틈새논평을 보며

웃는 뒤끝에 그러는 나 자신은 비웃을 자격이 있는지를

거대담론과 나 자신을 꽁꽁 묶어 총체적으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학교시절 내가 배운게 도대체 제대로 배운 건가를 따지고 검증하고 복습하게 만드는 일상이

너무 바쁩니다. 그래도 안 할 수 없습니다.

모르면 속 편하지 않으니까요. 모르면 계속 이렇게 기분이 나쁠테니까요.

대부분의 회원님들은 스스로를 평범한, 그냥 부지런하고,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주부라고 여기시듯

저 역시 그렇습니다만

마치 당장 내일 지역구 의원 출마선언이라도 할 기세로

기사를 뒤지고 따지고 후벼파고 행간을 읽어내고 크로스 체크를 하며

걸르고 정제해서 의견을 만들면 그걸 널리 전파해야 하는

빠릿빠릿한 정치꾼으로 단련시켜주는

그래서 저 같은 주부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사회와 국가와 이웃과 민주주의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이 무거운 시대가 얼른얼른 지나고

소박하게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며 집권당 계파 알력 같은 건 좀 몰라도

투표 열심히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역활을 했다라고 당당하게 생각할 수 있는

상식이 통하는 태평성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딱 그때까지만 참고 노력할랍니다. (아주 머리도 눈도 아파 죽겠습니다)          
    


        

              
    
          
IP : 61.254.xxx.9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짝짝짝!!!
    '09.6.5 7:00 PM (80.218.xxx.171)

    님같은 분이 계시기에 대한민국에 아직 희망이 살아있어요.
    저역시 아이 키우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주부인데, 그저 바라는게 있다면 아이를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키우고 싶다는 소망이거든요. 그 결과 무식하고 정치에 관심없던 제가 (알바의 논리대로라면) '정치꾼'이 되고 말았네요. 이 시국이 너무나 한심해서 님의 글이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우리... 함께 힘내요...

  • 2. 고민만으로
    '09.6.5 7:34 PM (122.36.xxx.37)

    짝짝짝짝짝 ~~~!!

    저 기립했습니다. ^^

  • 3. 격하게
    '09.6.5 7:42 PM (124.216.xxx.174)

    존경합니다.

    담백하고 이쁜 삶, 항상 님 곁에 있을꺼에요..^^

  • 4. 참신한~
    '09.6.5 8:04 PM (121.170.xxx.167)

    읽는 내내 감탄 또 감탄 입니다 ㅎ

  • 5. 추천요
    '09.6.5 8:11 PM (203.229.xxx.234)

    기립박수~~~!!!

  • 6. 나도..
    '09.6.5 8:52 PM (61.120.xxx.234)

    그저 평범하게...
    무관심하다기 보다는 그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지금의 한국이 무섭게만 느껴집니다...

  • 7. 에휴..
    '09.6.5 9:27 PM (125.137.xxx.182)

    구구절절 동감요..특히 요대목 ->아주 머리도 눈도 아파 죽겠습니다..

  • 8. 가원
    '09.6.5 9:32 PM (125.128.xxx.1)

    우와!!!~ 짝짝짝짝짝!!!!!!!!!!!!!!!!!!!!!

    원글님 너무너무 존경합니다ㅠㅠ 저도 부족하지만; 틈 날때마다 부지런히 열공하고 있습니다.

    인문학 소양이 부족한 듯 느껴져서 회사다니면서 편입해서 인문학 공부하고 있는데, 기말이 코앞인데, 기말은 들쳐볼 생각도 못하고;;;

    사회, 국가, 민족, 가치관, 철학 정치경제 뼈에 사무치도록 열공하고 있습니다ㅠㅠ

    무지하게 게으른 저이기에 소소한 행복 누리면서 살고 싶은데, 시대가 저를 열혈로 만들어줍니다; 쩝;

    원글님 무지하게 존경합니다^^ 늘 함께 해 주세요ㅠㅠ

  • 9. 나도
    '09.6.6 11:04 AM (123.99.xxx.121)

    담백하게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 모두 관심 가져야...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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