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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부님도 계세요...

그대로 조회수 : 915
작성일 : 2009-06-01 12:53:18
노무현, 그는 간음하다 잡힌 여인인가?  
[기고-전원 신부]

2009년 05월 27일 (수) 20:39:20 전원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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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간된 <경향잡지> 6월호에 실린 전원 신부(서울대교구 제기동 성당)의 '간음하다 잡힌 여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듯한 글이 실려 있어서 의미심장하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는 서울 통합사목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기동성당 주임신부로 재직하고 있는데, <경향잡지>의 청탁을 받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소환을 받아 봉하마을에서 서울로 올라가던 날의 심경을 적었다.

그는 이 글에서 우리 사회의 주류를 자처하는 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파산선고를 내려 참여정부가 추구했던 정치적 비전과 무력한 이들을 위한 도덕적 가치를 청소해 내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간음한 여인으로 몰아갈 때, 예수는 그들에게 "너희들은 반드시 이 여인을 돌로 쳐라"고 말씀하신다고, 그렇게 그들이 자신의 악함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서둘러 생애를 마감했다. 그 당혹감이란...

전원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그분이 살아 있었다면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굴한 사람으로 만들고, 그분의 이상까지 파괴하려고 했을 것"이라면서 "어떤 면에서 그분이 죽어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분의 메시지는 오히려 살아날 것이다. 지금은 다들 비통해 하는 마음이 커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처를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때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는 이미 <경향잡지>에 실린 글이지만, 글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여기에 다시 전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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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소환 조사받던 날

아침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그간 유명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에 수많은 취재진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조사를 받는다 하여 방송사마다 헬기까지 동원하여 생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시대가 끝나면 늘 그렇듯, 당연히 올 것이 온 것뿐입니다. 더구나 호남의 지지를 받은 영남의 외톨이, 고졸 출신의 아웃사이더 대통령, 그를 보호해 줄 어떤 정치적·사회적 배경도 없는 그가, 정치권력의 기운이 다한 지금 법의 심판대에 서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가 만일 도덕적 청렴성을 가진 첫 번째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면, 우리 정치풍토를 참 불편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그가 추구했던 탈지역적 정치질서니, 남북 간의 화해와 공존, 그리고 부의 균배 등과 같은 정책적 가치들마저 그의 도덕성과 함께 힘을 받아 더욱더 현 정부를 괴롭혔을지 모릅니다.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처하는 이들,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귀족주의의 이들에게는 노무현은 한낱 배운 것 없고 천박한 사람으로 남아야 합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도 우리 국민의 부끄러운 실수였고, 그가 5년 동안 실현하고자 했던 정책들도 청소해야 할 천덕꾸러기로 취급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빨리 그에게 도덕적 파산선고를 내려야만 그가 추구한 정책의 가치도 파산시킬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추구하던 나름대로의 정치적 비전은 한낮 사막에 나타난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빨리 만천하에 알려야 합니다. 오히려 이제 사막에서 땀 흘리던 70년대의 개발 독재시대로 돌아가 중장비를 동원하여 4대강을 파헤쳐 인공 물길을 만들고,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하여 더욱 정권 안보를 공고히 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권익과 삶의 질을 개선해 주기보다는 빨리 이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전환시켜 기업하기 더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분배보다는 투자에, 복지보다는 생산 활동에 힘을 쏟아, 부유한 소수의 사람들이 어서 돈을 더 벌어 시혜를 베풀 듯 백성들을 먹여 살려야 합니다. 백골부대를 양성하고 최루탄을 생산하여 사회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을 이제 되찾을 때가 된 것입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사람이

점심시간 때 또다시 텔레비전을 켜니 이번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막 검찰청사에 도착하여 포토라인에서 숱한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습니다. 현 집권세력이나 보수언론들이 내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세우고 싶은 자리는 어쩌면 법정이 아니라 여기 포토라인까지일 것 같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그가 법의 심판을 받아 벌을 받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한복판에 끌어내어 그의 정치적 허구성을 드러내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있었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서 카메라 세례를 받고 검찰에 조사를 받은 후부터 사사건건 그를 물고 늘어지던 보수언론들조차도, 하나 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그에게 용서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성경 속의 한 장면이 있습니다.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온 백성이 모인 성전 앞에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씩씩거리며 한 여인을 끌고 왔습니다. 그들은 모세의 율법에 이런 여자는 돌을 던져 죽이라고 하는데 예수님의 생각은 어떤지 묻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며 그 여자를 죽이는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랬다면 그들은 예수님께 여인을 끌고 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성전 앞 사람들 앞에서 간음한 여인에게 죽음 같은 수치심을 안겨주고, 한편으로는 예수님을 곤경에 빠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돌로 쳐라!’ 또는 ‘용서해라!’가 아니라,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하나 둘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떠나갔습니다(요한 8,1-17 참조). 그들은 그 여인의 얼굴에서 자신들의 음탕한 자화상을 보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은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시대가 찾아낸 ‘광대’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성역이라 여겨지던 언론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 분방하고 과격한 말투, 탈지역적인 그의 정치행보들, 고졸이라는 학력으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을 볼 때, 그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광대적 기질을 타고났습니다.

옛 조선시대 광대들은 가장 밑바닥 인생인 천민의 신분이지만, 훠이훠이 줄을 타며 걸쭉한 입담으로 신분과 계급을 넘나들며 정치적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여 민중들에게 잠시나마 해방과 자유를 선물했습니다. 그들은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었지만 방방곡곡을 돌며 정치적 권력으로는 할 수 없는 민중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세상의 문화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가 추구했던 변화와 개혁의 정치적 의제들을 실현하는 데는 정치적 리더십의 한계를 가진 실패한 대통령이었습니다. 더구나 아직은 수사 중에 있다 하더라도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도덕적 토대마저 무너져내렸습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자유와 이상을 추구하며 ‘시대정신’을 담아 낸 한 사람의 광대로 그를 바라보면 우리 정치 사회에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인물이었습니다.


반드시 돌로 쳐라!


작년 이맘때 촛불 하나 들고 밤늦도록 휘휘 광화문 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촛불이 일렁이는 밤거리를 걸으며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신을 태워야만 불꽃을 내는 촛불의 의미를 아는지, 촛불을 손에 든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은 아름답고 진지해 보였습니다. 시뻘겋게 두 눈을 부릅뜨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시위를 하던 80년대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노무현을 두고 정치적 광대놀음에 불과했다고 평가한다 해도, 노무현 시대 5년 동안 민중들의 의식과 문화는 오히려 그 광대의 몸짓에 의해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적어도 물대포를 쏘아대며 공권력이 함부로 잡아가고 가두는 일이 없었습니다. 생존을 외치는 소수 철거민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특공경찰에 의해 진압되는 일도 없었습니다. 금강산을 가고 싶으면 가고 개성공단도 돌아보고 싶으면 갈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 우리 사회는 경제도 남북관계도 사회 환경도 어느 시대보다도 평온했습니다.

한 여인이 불륜으로 시장 한복판으로 잡혀왔습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 “이 여인을 돌로 칠까요?” 하고 묻습니다. 이번에는 예수님이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인을 돌로 쳐라.” 하시지 않고, “너희들이 반드시 이 여인을 돌로 쳐라”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불륜의 죄목으로 잡혀 온 정치인 노무현, 그에게 반드시 누군가 돌을 던져야 합니다. 그래서 무능하고 졸렬한 정치인 노무현은 철저하게 죽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과 문화를 바꾸어놓은 광대 노무현은 우리 정치사에 살아있어야 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IP : 115.161.xxx.10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대로
    '09.6.1 12:55 PM (115.161.xxx.101)

    천주교 신자로서 너무 외롭고 아픈 날들을 보냈습니다. 정말 대성통곡을 하고 싶은 날들이었습니다. 노대통령을 그렇게 보내는 아픔에, 내가 사랑하는 교회의 비정함이, 형제자매라고 입으로 노래하는 자들의 인간답지 못한 행태가 가슴을 이중삼중으로 찢어놓았습니다.
    어떻게 추스리며 살 것인지도 결국 제 몫이지만
    그러나 저와 같은 고민을 한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저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한 사제들이 있다는 것도 알 거 같습니다.

  • 2. ..
    '09.6.1 12:56 PM (58.148.xxx.82)

    집권세력이나 보수언론들이 내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세우고 싶은 자리는 어쩌면 법정이 아니라 여기 포토라인까지일 것 같습니다.

    "그분이 살아 있었다면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굴한 사람으로 만들고, 그분의 이상까지 파괴하려고 했을 것"이라면서 "어떤 면에서 그분이 죽어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분의 메시지는 오히려 살아날 것이다. 지금은 다들 비통해 하는 마음이 커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처를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때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 3. 아꼬
    '09.6.1 1:13 PM (125.177.xxx.131)

    저도 처음 소식을 접할 때는 가엾어서 울었고 오늘도 여전히 인터넷에서 읽는 글때문에 또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더니 아이가 묻더군요. 엄마는 그분이 그렇게 불쌍해요? 이제 서서히 다른 이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리라 믿지만요 전 불쌍해서가 아니라 소신과 불의에 굽히지 않는 그분의 결의가 존경스러워서 운다고 했습니다.
    부러 분향소에 찾아가서 그분의 삶앞에 고백성사를 하지 않은 이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아이들만큼은 정확히 기억하고 훗날까지 새기겠지요. 같은 공기를 마시던 큰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던 많은 이들의 눈물을 그때 처음 보았노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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