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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돈드리는 고충

넋두리 조회수 : 2,128
작성일 : 2009-05-15 19:52:47
걍 넋두리입니다만...

친정 사정이 안 좋으셔서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드립니다. (100만원 이상, 추가로 일년에 목돈으로 500-1000만원)
IMF이후 명퇴와 사업 사기 등으로 부모님이 어려움을 겪으시고
이래저래 운도 안 좋으셔서 어려움이 많았지요.
평범하게 살다가 대학 초반부터 나름 고학생으로 열심히 살았구요.
졸업 이후에도 제가 하고 싶은 일하면서 프리랜서로 생활비를 거의 대부분 책임졌구요.
그래도 늘 최선을 다하시고 미안해하시는 부모님께 원망같은 건 없습니다. 진심으로요.

결혼할 때에도 내가 결혼하면 부모님이 내가 번 돈 받으시기 심적으로 힘드실까 걱정이었지만
결혼 이후에도 결혼 전 만큼은 아니지만 매달 생활비 드리고 있어요.
남편은 좋은 사람이라 이 문제로 그 어떤 잡음은 없었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남편의 월급이 오르기 전까지 또 지금까지도 총수입은 제가 더 많고,
누가 뭐라는 건 아니지만 내심 저도 좀 더 떳떳한 맘도 솔직히 좀 있고요.
저는 반대 상황(시댁에 많이 보조를 해야하는)이라도 우리의 형편이 되는 한 마찬가지로 할거라고
생각하구요.
또 돈이란 게 필요한 만큼 벌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만약 부모님 보조를 안해도 되는 상황이라면
지금 드리는 돈만큼 적게 벌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몸은 좀 덜 피곤하겠지만 돈으론 쌤쌤이지요
그러니 억울할 것은 추호도 없다 이런 생각.

그런데 갈수록 엄마가 힘들어하시네요.
자식 도움 받는 부모마음이 얼마나 불편하며 게다가 딸에게 이니 사위에게 면목이 없다.
그 맘도 제가 알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맘편히 받으시라,
또 지금까지 키워준 것을 굳이 계산적으로 따져도 그 정도 받으셔도 솔직히 엄마, 아빠가 남는 장사도 아니다
뭐 이런 농담아닌 농담도 해가면서요.
또 저의 수입이 불안정하다보니 아이라도 갖고 일시적으로 수입이 줄거나 없으면
어떻게 받겠냐면서 또 걱정하시고...

그러면서 또 하시는 말씀이...
"네가 남편한데 친정에 주는 돈을 좀 줄여서 말하면 내가 좀 덜 미안할텐데.."라고도 하시고.
즉 비상금을 운용해서 표면적으로는 지금보다 적게 주는 것으로 하는 걸 말씀하시는 거지요.
제가 엄마의 그 맘도 십분 이해합니다... 본인 맘 편하자고만 말씀하시는 이기적인 발언을 아니라고 생각하고
엄마 세대에는 전업주부인 여자들이 비상금도 모으는 게 거의 추세인 것도 같고요.

그치만 저희 부부는 나름의 합의로 서로의 수입을 투명 공개하고
또 함께 가계부를 운용하는터라 비상금을 만들고 싶은 맘이 없어요.
그래서 남편은 월급 외 추가 수입이 생기면 그게 얼마이든 바로 저에게 달려와 쥐어주면서
옷을 사입어라, 책을 사라 이럽니다. 훌륭한 인간이지요.
물론 제가 프리랜서이고 수입원이 좀 복잡하다보니 조금씩 속이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실제로 매달 가계부에 제가 투명 신고(?)하지만 (아 가계부 계산 귀찮아 끝전 몇 천원은 슬쩍 한 적 좀 있네요)
남편의 통장 관리를 제가 할 수 있는데 반해, 남편은 저의 통장 및 기타 비번을 굳이 묻지 않았습니다.
더 중요한 건,
친정부모님 여차저차 합의하에 드리는 게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그렇게 (부분적으로)거짓말을 하는 게 저에겐 용납이 안 됐구요.

그런데 엄마가 그러시니 남편과는 사실대로  공유하고
엄마한테만 거짓말을 (남편이 다는 모른다) 하는 게 나은가 싶기도 하고.
(실제로 연말에 목돈 드릴 때 남편은 제가 1000만원 드린 거 사실대로 알고 있고
  엄마에게는 남편은 700으로 알고 있다고 뻥쳤습니다;;;, 엄마가 믿으시는 가는 몰겠지만)
암튼 맘이 복잡하네요.

딱히 답이 없는 문제인 줄 알면서도 비도 오고 넋두리해봤어요.
IP : 122.46.xxx.13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5.15 8:00 PM (116.127.xxx.66)

    좋은남편을 두셨군요. 원글님의 복입니다.
    친정부모님 두분 앞으로 빚이 많으십니까? 연말에 천만원씩이나 드려야하고 매달 생활비는 그렇다고 치고. 다른 형제들은 없나봐요?

  • 2. ..
    '09.5.15 8:07 PM (122.202.xxx.225)

    정말 훌륭하십니다.
    부모님깨서 수입원이 전혀 없으신지요?
    일을 하시면 보람도 있고 떳떳하실 텐데.

  • 3. ...
    '09.5.15 8:10 PM (125.177.xxx.49)

    어머니 마음은 이해하지만 속이는게 더 사위에게 미안한 일이라는거 아시고 그냥 이왕 받는거 ..생각하시는게 낫죠

    어차피 나가는거 속이다 보면 님도 불편하고 나중에 혹시라도 알게되면 서로 신뢰가 무너져요

  • 4. 원글이
    '09.5.15 8:14 PM (122.46.xxx.130)

    빚은 그래도 모두 합심하여 많이 줄였고 현재는 소액입니다.
    동생은 워낙 박봉인데다;;; 아직 학자금을 갚느라 집에 아주 많은 보탬은 안 되는 상황이고요.
    아직 젊으니 점차 나아지겠지요. 대학원을 나오면 훨씬 대우받고 자기 전공도 살릴 수 있는데
    현재 그럴 상황은 아니라서 안타까워요. 그치만 인생 길게 보면 잘 풀릴거에요!

    부모님은 나름 노력하시고 자세히 여쭤보진 않아도
    소액은 충당하시지만 연세도 있으시고 안정적이진 않으시죠.
    사실 제가 드리는 돈에서 저희 반찬과 기타 살거리 (제 성격상 필요한데도 걍 버티는)
    같은 것을 챙겨주시고요.

  • 5. ..
    '09.5.15 8:40 PM (124.56.xxx.63)

    남편과 엄마가 천만원, 칠백만원 이렇게 따로 알고 있는건 안좋아요.
    천만원으로 알든, 칠백만원으로 알든 서로 같은 금액으로 알고 있어야죠.
    공연히 사위 앞에서 말실수로 속이라도 보이게 되시면
    남편분 입장에선 공연히 감정나실 수도 있고 장모님 이상해 보일 수도 있구요.
    지금이야 아이가 없으니 원글님이나 남편분이나 서로 이해하고 마냥 좋으실 수 있어요.
    하지만 햇수 쌓이고 살다보면,
    생각치 못한 일들이 나에게도, 그리고 그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게 바로 인생이라는 거니까요.

  • 6. ..
    '09.5.15 8:41 PM (124.56.xxx.63)

    만약에 제가 원글님 입장이라면
    남편에게는 엄마 칠백 드렸다고 하고
    엄마에게는 천만원 드리면서 *서방에게는 칠백이라고 말했으니 그리 아시고 말실수 마시라고
    이렇게 할 것 같아요.

  • 7. 남편님이
    '09.5.15 8:44 PM (221.146.xxx.39)

    훌륭하십니다...원글님도요...

    저는 부부가 투명하게 수입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좀 다릅니다만...
    원글님댁은 그리하신다니...그 장점을 생각하고 그 기준대로 말씀드려보면...

    지금까지 하셨던 대로 사실대로 말씀하시는 게 좋다고 봅니다...
    남편이 부모보다 가까운 관계라서, 더 오래 함께할 사람이라서 라기보다는...
    그게 진실이고 인간의 신뢰에 바탕을 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금액을 줄여서 얘기한다는 건, 진실이 아닌데다가...
    신뢰가 아니라 일종의 공모?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단순히 엄마와의 관계에도...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영향을 내재하고 있는 방향으로 보입니다...

    원글님 성품이 긍정적이셔서 잘 해내실 것으로 생각되는데
    애기들 놓으시고 오래오래 멋진 가정 누리시기 바랍니다...
    육아에는 어느정도의 경제기반도 필요하더라는 말씀도 덧붙여 봅니다...

  • 8. ...
    '09.5.15 9:36 PM (116.37.xxx.93)

    에고.. 저도 넉두리 좀 해야겠네요..

    저역시 결혼전까지 제가 번돈으로 저희집 생활비까지 했구요
    지금은 친정 뿐만이 아니라 시댁까지 생활비 드립니다
    매달 이백 정도 나가는데.. 휴..
    저희 남편 적지 않은 돈 벌지만 사정이 이러다보니
    보험 연금 외엔 저축은 거의 못하고 있네요


    저 결혼전까지 저희 엄마는 집에 계시면서 생활비는 제가 번돈으로 꾸려 나갔던거
    아이 낳기전까진 정말 불만 없었고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 했었어요
    근데 제가 아이를 낳고 나니 저같음 제가 힘들어도 돈 벌러 나가지
    이 아이에게 무거운 짐 안지우게 할거 같아
    아이 낳고 나서 오히려 갈등이 생기더군요

    더군다나 양쪽 부모님 모두 미안해 하시는 모습 보단
    어느정도 당연시 하는 분위기도 있기에 아주 불만이 없진 않아요

    시어머니 수술로 입원 하시니 몇백만원 병원비 고스란히 우리 차지구
    각종 경조사비 당연 우리 차지구
    밥한끼 같이 먹어도 무조건 우리가 내야 하구

    문득 누구네 부모님은 얼마 보태 줬더라 뭘 사줬더라 얘기 들으면
    저도 사람인지라 좀 속상하긴 하대요..

    그럴땐 밑빠진 독에 물 붓는거 같아 넋두리라도 하고 싶어져요
    저에겐 오늘이 그러네요..

  • 9. 원글님
    '09.5.16 6:44 AM (98.166.xxx.186)

    과 남편분 좀 짱이신듯 ^^

  • 10. 글쎄
    '09.5.16 10:17 AM (59.22.xxx.33)

    부담스럽고 불편하신 친정어머님 마음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그런걸 요구하시는 것 자체가 원글님한테 이중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믿어주는 남편의 신뢰를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지요.
    앞으로 살아갈 인생은 님과 남편과의 신뢰가 유지되는 것이
    어머님의 체면을 유지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라면 남편을 속이지 않고 사실대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거꾸로 남편분이 님을 속인다고 생각하시면 큰 일이 생기지야 않겠지만
    평생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지요.

    죄송하지만 딸이 남편과 흐트럼없이 사는 것보다 본인 체면이 더 중요하시고
    그걸 방법까지 가르치며 해달라고 하시는 건 친정 어머님의 욕심이라고 봅니다.

  • 11. ...
    '09.5.16 9:41 PM (118.216.xxx.51)

    우선, 남편분 성격이 정말 좋으시군요. 원글 쓰신님의 복이라 생각됩니다.

    친정어머니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그리고 양 측 (남편과 친정어머니 모두) 어떤 형태로건 금액을 조정하여 속이지 마세요. 오래 못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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