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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암 온천 다녀 온 여자들

분아 조회수 : 656
작성일 : 2009-05-13 23:34:40
12시.땡~!
밥먹자~!
화산폭발하고, 지진 해일 일어나고, 엄마 아버지
초상난 일 빼놓고는 죽어도 밥 먹어야 사는 뇨자~!

오늘은뭘 먹을까?
목숨거는 뇨자~!

맛없는 거로 한 끼 대충 떼우면
인생이슬퍼지는 뇨자~!

혼자밥 먹는 거 무지 싫어하지만
혼자먹어도 왕비처럼 우아하게
한상 그득히 차려놓고 밥 먹는 뇨자~!
그녀가바로 분아다.

식사다 마치시고
커피한 잔 갖다놓고
음악쫘~악 깔고
아들,이쁜 처자 많이 꼬시라고
남방셔츠여섯 개 신나게 다림질 하고 있는데
전화가오셨단 말씀이죠.

"여보세요"(교양있는 목소리~)
"언니,나야. 은숙이~" (풀 죽은 막내 올케 목소리~)
"최여사님목소리가 왜 그래?"
"성당갔다왔는데 신부님 강론이 하나도 귀에 안들려! 잉~!"
"신부님밥 굶으셨나부다."

"힘이쪼옥 빠지는게 만사가 귀찮고, 마음이 울적한게..."
음마야~!
최여사님도봄타나보다.
"집에놀러와. 원주에서 감자떡 가져왔어.
맛있게쪄주고 집에 갈때 싸줄게." (부드럽게 애원조로)
"싫어.꼼짝도 하기 싫어!" (단호하게 심통조로)

이거야원~! 누가 시누고 올켄지 모르겄다.
하기사그런 족보 청산한지 옛날 고리짝이다.
친언니보다더 좋다고 살갑게 대하는 그 애교에 녹아
진짜친언니보다 더 부들텍스 된지 오래니까...

"낭군은?"
"그인간얘기 하지마."
"왜?"
"술잔뜩 먹고 새벽 2시에 목동에 있다구 데리러 오라잖여."
(남사스럽지만밝힌다. 남동생 음주운전 땜시 면허 취소됐당)
"그래서?"
"미쳤어?자고 낼 들어오라고 했어."
(남동생잘못하면 와 시누가 들볶여야 하는지, 그 화풀이
몽땅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지 참말로 그것이 알고싶다~!)

청주사대2학년 때, 남동생 공군 제복에 뿅~ 가서
졸업도하기 전에 사고친게 누군데...?
그땐집에 놀러오면 맨날 해실대더니
이제와서이 시누를 달달 볶는지...
(내가엎어지라고 자리 깔아주지도 않았건만)

"최여사님,소인이 우짜면 좋겠습니까?"
"온천가서목욕하자."
"온천?어디 온천?"
"약암온천.김포에 있는... 세종대왕이 눈 병 고쳤다는 곳."
"언니야는눈 병 없는데~"
"싫으면관두고~!" (세상 살기싫다는 목소리~)

좌우지간언니 노릇하기 무쟈게 힘들다.
"오냐,가마~! 삼천만의 호구 언니 갈끼다. 됐냐?"

"언니올 때, 막내아가씨 월이도 델구와~"
(룰루랄라 목소리~/무시기 저런 똥배짱이 있는지...)

목욕도구,감자떡 챙겨서 동생님 모시고 막내올케 집에 당도.

"원주에서자가용 타고 오신 감자떡이야. 냉동실에 넣어."
"월이꺼는?"
"오지랍도넓으셔~. 설마 친동생 빼고 지만 줄라구?"
"밥은잡수셨겠징?"
"오냐~"

"그럼가자~! 원진아, 예진아 빨리~!"
"애들도?"
"당근이쥐~"
"설마,애들 때 밀어 주라고 우리를...?"
"고모가둘 씩인데 하나씩 맡어야징."
"그럼최여사님은?"
"맛사지해야징~!"
"아주죽을려고 용을 쓰는구나~! 이 참에
시누노릇이 어떤 건가 본떼를 보여주마!"
"흥,맘대루~! 초장에 길을 잘 들였어야쥐~! 호호"

맞다.
이젠아무리 눈 부릅떠도 콧방귀도 안뀐다.
아~!어쩌다 시누가 이런 신세가 됐는지...

어린뇨자둘, 나이 든 뇨자 셋, 다섯 명의 뇨자가
온천을향해 돌진~!

약암호텔.
주차장에차들이 빼곡하다.
초등학생은3000원. 성인은 6000원.
(평일엔5000원/참고로 대실료는 20000원이다)
목욕비도이 언니야가 독박썼다.
아니,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언니가낸다고 고집부려도 끝까지 말릴 것이지
조금실갱이하다 그만 두는 건 무슨 경우래?
(다음세상 살 기회있으면 절대로 언니 안 할끼다.)

옷장열쇠 발목에 하나씩 차고
목욕탕문을 여니~
한눈에도 붕어빵 같은 가족들이 삼삼오오 정겹게
온천욕을즐긴다.

샤워를하고, 막내올케 안내하는 곳으로 직행.
김모락모락 나는 온도를 달리하는 두 개의 흑탕물 욕조에
목만내민 뇨자,
엉덩이만걸치고 반신욕 즐기는 뇨자 ,
팔다리 쭈욱 뻗고 엎어진 뇨자,
몽고반점채 가시지 않은 꼬맹이 사내애까지 섞여
나름대로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우리일행도 두 갈래로 찢어져 흑탕물 속으로 퐁당~!
조카들은
조금떨어진 차가운 흑탕물 속으로 퐁당~!

여기서잠깐.
흑탕물이아니라 정확한 명칭은 紅鹽泉(홍염천)이다.
그리고또 뭣이여?
안내글을 읽어보니...
세종대왕이아니라 철종일세.

"최여사,앞으로 똑똑히 알고 말하그레이"
"뭐말이여?"
"한글아직 못 깨우쳤어? 읽어봐. 세종대왕 눈 씻고
찾아봐.있나? 철종이잖여~!"
"고거이뭐 그리 중요한감? 하여튼 동급 왕이잖여!"

"하긴그래. 그래도 언니야는 사랑으로 감싸주니까 괜찮은데
다른사람한텐 생각 안 나면 그냥 왕이라고 얼버무려.
세종대왕으로둔갑시키지 말구~"
"알았소요~히히."

얼굴도홍염천 물로 씻었다.
소금때문에 짜다.
그리고물 색깔(황토색) 땜시 찜찜하다.
아그들이오줌 싸도 전혀 표가 안 난단 말씀.

애들은물 속에서 놀게 내버려두고
우리셋은 황토, 맥반석, 자수정 찜질방
(맞나?/방이여러개라 헷갈린다) 돌아다니며
깔깔대며뭐 할 이야그가 그리 많은지...

포까리스웨트하나씩 마시고
앉고눕고 하면서 땀 쪼옥 빼니
기분도삼삼~!

"언니,노천탕 가자."
"노천탕도있어?"
"응."
"남자랑같이 해?"
"못살아~!뇨자끼리만 하는데야."
"일본엔같이 하는데..."
"여기가일본이가?"
"한국에도생겼대."
(동생님끼어든다)
"어디에?"
(막내올케목소리에 윤기가 돈다)
"몰라."
"동생님,언니한테만 갈켜줘~! 난 친언니잖여~!"
"에그,이놈의 여편네들...~!"
하하하,호호호.

홍염천있던 곳에서 문 하나 열고 밖에 나가니
타일깔은 바닥 한 켠에 하늘 뻥 뚫린 노천탕이 있다.
인조바위에서 작은 폭포가 흐른다.
물은그리 차갑지 않았는데 좀 더러웠다.
김나는 몸 한 번 담그고 얼른 나왔다.

다시홍염천에 들어가 온천욕 즐기고
조카들하나씩 맡아 씻어주고
우리도깨끗이 씻고~(이태리 타올 사용 안 함.
때분해되는 타올로 간단히 해결/막내 올케한테
하나뺏겼다. 억울~!)

세상에맙소사~ 안그래도 부드러운 살결~!
만져보니......!!!!
초칠한 마룻바닥 보다 더 매끄럽다!

밖으로나오니~~
하늘도푸르고
기분도하늘에 뜬 흰 구름이다~!
날아갈것같이 상쾌하다.

돌아오는길.
국도에서오렌지 한 박스 사서
셋이서똑같이 나누었다.

막내올케가말아준 시원한 열무국시 한 사발씩 묵고~!
(캬~!무지맛있었다)
진짜나의 집으로 가려고 나서는데
"언니야,이거..."
깐호도 두 팩을 내민다.
"어쩐거래?"
"친정엄마가 택배로 부쳐왔어. 홈쇼핑에서 구입했대.
감자떡받았는데 답례는 해야징?"

"역쉬~~사돈어른이 딸 교육은 제대로 시킨 것 같아.
졸업전에 엎어진 것 빼놓고는... 키키키~!"
"그건울 엄마 탓이 아니고, 언니 동생이 워낙 힘이
세서그런기여~! 알지도 못하구. 흥~! 호도 도로 내놔~!"
"누구맘대로~! 준 거 도로 뺏으면 우찌 되는 줄 알어?"
하하하,호호호.....

"언니잘 살펴가용~! 막내 아가씨도~!"
"최여사안뇽~~~!"

IP : 122.44.xxx.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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