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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모습과 가정에서 모습이 다른 학생에게 다가가기.

담임입니다. 조회수 : 1,406
작성일 : 2009-05-10 00:56:00
고1 담임교사입니다.
오늘은 놀토이지만 자기주도 학습 지도를 하려고 학교에 출근했었지요.
시골학교라서 정말 보육 수준으로 아이들 잡아두고 공부시킵니다.
뭐 그렇다고 아이들의 학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학부모님이 찾아오셔서  상담을 했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어머니께서 오시자마자  학교에서 놀토에도 공부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평일에는 밤 10시 넘어서 집에 오고, 토요일도 5시까지 공부하는 것이 아이는 힘들지 몰라도
어머니는 무척 좋다고 하시며 아이가 문제가 많다고 하시더군요.

한국인 특유의 겸양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학급 담임인 제 눈에 비친 아이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며, 이를 드러내고 웃지 않을 정도로 소극적인 학생이고, 지각이나, 특별한 지적 사항이 없는 존재감 없는 학생이거든요. 체격도 왜소하고, 단짝 친구랑 조용히 소곤거리며 지내는 편이고, 담임인 제가 상담하자고 따로 불러내면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색해하는 수줍은 학생입니다.

그러나 어머니 말씀을 들으니
오늘 아침에도 의자를 어머니께 내던지고 학교에 왔다고 하시네요.

오늘 아침, 그 학생이 교실에 들어오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제가 "어서 와."하고 인사를 건네니 수줍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거든요.
10분 전에 집에서 의자를 내던진 아이였다니 놀랍습니다.

중3때 학교를 가지 않고 반항하는 바람에 대안학교까지 생각했었답니다.
게임 중독 때문에 병원 상담도 받은 바 있고?(3일 동안 학교도 가지 않고 잠도 안자고 게임만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판타지 소설에 빠져 지냈답니다.

학기초에 학급경영을 위해 실시한 MBTA검사에서 '책중독'가능성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가정에서 모습이 그런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결국 이 학생은 외부에서 받은 스트레스에는 변변히 대항하거나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가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가족에게 극단적으로 분노를 분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서로 상처를 내는 관계가 깊어진 상태로 보이더군요.

이런 학생에게 담임으로 어떤 지도를 해야할까요?
물론 담임교사의 힘으로 아이가 완전히 변하거나 드라마틱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욕심일 뿐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저 역시 무언가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이 본성적인 기질을 억지로 교정하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녁 내내 궁리해서
'웃음' 혹은 '분노표출' 두 가지 방향으로 자극을 주고,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은 단서라도 혹시 알려주실 분 계신가요?
수줍게 입꼬리만 올리고 웃는 이 녀석을 크게 웃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고,
적절하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겠는데
아직은 막연하기만 합니다.

이런 유형의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조언해주세요.
IP : 117.123.xxx.18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쎄요
    '09.5.10 1:24 AM (114.203.xxx.237)

    정신적 문제를 폭력성으로 해소하는 10대 중후반의 아이를 교사가 어떻게 지도해서 뭘 해 보겠다고 하는데 회의적입니다. 좋은 리플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얘는 병원에 지속적으로 다녀야지 학급 담임이 어떻게 해볼 상태가 아닌 거 같습니다. 게임 중독 때문에 병원 상담도 받은 바 있다는 말은 지금은 상담 안 한 다는 뜻일 테고.... 학교에서 오래 붙잡아 줘서 좋다는 걸로 보아 부모님 역시 치료보다는 실상 포기 내지 방치를 선택한듯 한데.... 교사 이상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 2. 담임입니다.
    '09.5.10 1:28 AM (117.123.xxx.188)

    교사 이상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저녁 내내 담임교사 능력 밖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 3. 선생님..
    '09.5.10 1:29 AM (218.234.xxx.181)

    반 학생에 대해 많은 시간 고민하시는 선생님에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같은 나이에 아들을 둔 엄마로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의 아들도 비슷한 점이 있고 대부분에 그또래 아이들이 크던 작던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오랜동안 직장을 다니다 작년 연말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작년 중학교때 아들은 집을 나가 4일만에 오기도 했고 게임에 빠져 자제하라는 말을 하면
    내아들이 맞나 싶을정도로 욱하며 달려들고 주위에 있는 것을 집어 던지기도 했고
    자기방 문을 세게 닫고 들어가 잠그기도 하는등..
    말로 다 못할 정도로 맘 고생이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는것을 들어보면 넘 재미있고 느긋하고 유쾌하다는말을 주위에서 들었고
    교우 관계도 좋은 아이여서 임원도 맡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직장을 그만둔지 5개월이 된후 지금 제 아들은..
    이제 내아들이 맞구나 하는 맘이 들 정도로 한숨 돌린 상태입니다.

    그동안 제가 노력했고 공을 들인것은 아들과 많은 대화를 하려고 했었고
    엄마로서 아픈것도 힘든것도 솔직하게 말했고 제게 화를 내는 그 순간에는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른뒤에 지나가는 말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서 그때의 엄마 마음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말을 했고 이야기의 마무리는 아들에 마음을 이해한다. 너를 사랑한다 라는
    말을 해주었고 아들과 약속을 한것에 대해서는 저도 꼭 지켰던게 많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역활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부모님이 노력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부모님과 좋은 의견을 나누시는것도 중요할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아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것도 중요할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 4. 담임입니다.
    '09.5.10 1:34 AM (117.123.xxx.188)

    학생의 부모님과 좋은 의견 나누라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부분은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 기운이 좀 나네요.
    좋은 결과를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5. 행복만들기
    '09.5.10 2:16 AM (125.131.xxx.15)

    선생님~
    아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집니다.
    그 아이에겐 뭔가 억눌린 감정들이 있을것 같아요.
    부모님과 자주 의견 나누시면서
    해결방법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수고스럽겠지만 선생님께서 그 아이에 대해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 보여주세요..
    아이의 마음도 많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것 같아서 애처롭네요.
    어른들의 현명한 대처와 사랑과 지속적인 관심이 있으면
    그 아이도 바르게 큰 사람으로 자랄것 같습니다.

  • 6. ..
    '09.5.10 8:25 AM (222.238.xxx.186)

    우리 아이를 보면 유독 엄마에게만 모진 소리 잘 하고 예의 바르지않게 굴어요.
    하지만 밖에서는 그렇지 않더군요.
    제 대화기법이나 성격이 아이랑 맞지 않는것 같아요.
    제 생각엔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하시고[아이가 선생님께서 엄마랑 자주 연락하는 걸 안 좋아할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아이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다고 예뻐해 주시고 칭찬 많이 해 주셔서 학교가 편한곳이라고 느끼게 해 주세요.

  • 7. 에효
    '09.5.10 11:39 AM (121.151.xxx.149)

    아이들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만만하다보니 엄마에게 유독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기는하나봅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어찌할수있는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에게는 다른아이들도 있으니까요
    다른아이들보다 더 신경써주시고 아이와 이야기해주면 좋을것같네요
    아이에게 엄마가 너가 그런다고 걱정되어서 나에게 말하더라
    너마음은 어떤것이니 왜그러는것인데 하고 말할수는있을것같네요
    좀더 친해지고 난다음이여야겠지요

    아이가 그정도라면 아이랑 함께 상담치료 받으면 어떨까싶어요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한번 말씀드려보세요

  • 8. ..
    '09.5.10 11:49 AM (115.140.xxx.248)

    세상에 아직 이런 선생님이 존재하시다니.. 너무 고마워요 우리아들도 좀 그아이랑 성향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제가 볼때도 밖에서는 자신감이 없이 죽어 지내다 제일 만만한 엄마에게 그 분노를 표출하는것 같은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실일은 그 아이가 학교가 가장 편하고 좋은곳이란 인식이 들수있도록 해주심이 가장 좋을것같고 집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할것같아요 엄마도 아이가 엄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수있도록 편안하고 그저 사랑하는 우리아들 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엄마가 되기를 노력해야할것같고.. 게임은 완전 끊으면 좋아지질 않을까 싶어요 선생님의 맘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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