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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밑에 귀뜨라미 우는 달밤에

해남사는 농부 조회수 : 501
작성일 : 2009-04-26 05:17:19
                                        울밑에 귀뜨라미 우는 달밤에


제가 어릴 때 읽었던
“형제 별”이라는 만화책에 나온 노래 가사입니다.
어제 밤
지금 시간이 새벽 3시 55분이니까
아직은 어제 밤이라기보다는 오늘 밤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 잠에서 깨기 전 꾸었던 꿈에서
제가 하모니카로 불었던 노래기도 했습니다.

“울밑에 귀뜨라미 우는 달밤에
길을 잃은 기러기 날아갑니다.
가도가도 끝 없는 넓은 하늘로
엄마 엄마 부르며 날아갑니다.“

제가 “형제 별”이라는 만화를 보았던 때가
국민학교 2~3 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당시 중 학교 다니던 5 째 형이
곧잘 소설책과 만화책을 빌려오고는 했는데
그 때 보았던 책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내용은 어머니를 읽고 계모 아래서 구박받으며 사는
어린 형제의 애잔하고 슬픈 이야기였는데
내용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당시 5 째 형은
소설책과 만화책을 자주 빌려오고는 했습니다.
사랑 채 큰 방에서
5 째 형과 6 째 형
그리고 저 까지 해서 3 형제가 잠을 잤는데
5 째 형이 책을 빌려오는 날이면
형제들은 잠을 설치기 일쑤였습니다.
방 아랫목으로부터
5 째 형과 6 째 형
그리고 제가 윗목으로 한 이불을 덮고 차례로 엎드려
일단은 5 째 형부터 책을 읽고 잠을 자면
다음은 6 째 형이 읽고
6 째 형이 다 읽고 잠을 자면
그 때 서야 마지막으로 제 차례가 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심술이었는지
5 째 형이 책을 읽는 동안
6 째 형과 제가 나란히 엎으려
5 째 형이 읽는 책을 곁눈질하면
5 째 형은 저더라 잠을 자라며
글이 보이지 않게 제 쪽의 책장을 세워서
제가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사실 6 째 형 건너 5 째 형이 보는 책의 글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 때는 왜 그리 보이지도 않는 책에 눈길을 주느라
잠을 자지 못하고 기웃거렸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 때 본 책들이 감동이 컸고
지금도 대부분 그 내용을 기억하는지도 모릅니다.
위에 언급한 ‘엄마 별“을 비롯해 ”엄마찾아 삼만리”
갈매기는 울어도, 날개 없는 천사, 십오 소년 표류기, 로빈손 크루소, 암굴왕 등
그 때 읽었던 책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퉁소”가 흔했었습니다.
엄지 손가락 굵기의 마디 없는 가는 대나무를 말려
한쪽을 코르크로 막고 페인트를 칠해 바라이 새는 것을 막은
약 30cm 길이의 대나무에
한쪽에 입술로 바람을 불어 넣는 구멍이 있고
다른 방향으로 음계를 조율하는 6 개의 구멍이 나 있어
6 개의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떼며 음을 조율하는 퉁소는
음이 맑은 고음이어서
밤이면 애잔하면서 맑은 음률이 산골 마을을 가득 채우고는 했었습니다.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시골 마을의 명물이 된 퉁소는 4 째 형으로부터 시작해
5 째 형을 거쳐
저와 동생에 이르기까지 4 형제의 어릴 때 애환을 함께 했던
아주 소중한 악기며 자산이었습니다.
그 후 군대를 다녀오고
직장 생활에 이어 걷잡을 수 없는 방황으로 긴 시간을 보내고
결혼해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까맣게 잊고 있던 퉁소가 생각나
아무리 구하려고 찾아봐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릴 때 밤이면 걸음막에 나가 퉁소를 불면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는데
그 때 서울로 공부하러 간 형들이 그립고 보고 싶으면
“울 밑에 귀뜨라미 우는 달밤에”를 불었고
그러면 퉁소의 선율 속에 형들이 환하게 웃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그립고 보고 싶었던 형들은 간 곳이 없고
각자 자기들 욕심에 남이 되어버린 사람들만 있습니다.

처음 5 째 형에게서 툭소를 배울 때도 그랬고
하모니카를 배울 때도 그랬습니다.
아예 저는 형이 가진 퉁소와
가끔씩 빌려오는 하모니카를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
어쩌다가 심부름을 시키며 잠깐 아주 조금 가르쳐 주는 퉁소와 하모니카를 배우는 데는
많은 시간 많은 심부름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배운 퉁소와 하모니카가 보고 싶고 불고 싶어 구하려고 했지만
퉁소는 아예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고
하모니카 역시 사는 것이 쉽지 않아
오랫 동안 마음만 앓으며 지내왔는데
하필 꿈에서 하모니카를 불다가 잠을 깨어
남들은 잠들은 이 밤 홀로 잠을 못 이루고
추억의 한자락을 붙들고 회상에 젖게 만드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는 아득한 세월 너머에서
희미한 손짓으로 나를 부르는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 갈 수 없기 때문이며
추억을 먹고 사는 유일한 존재가 사람이라 하던가요.

참!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 3 학년인가 4 학년 국어책에
“하모니카”라는 단원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데
하모니카를 잘 부는 형이 군대에 가면서
하모니카를 동생인 주인공에게 주고 갔는데
동샌은 형을 생각해 군대에 가는 형의 짐속에
형 몰래 하모니카를 넣어 주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는 형이 생각 날 때 마다
형과 같이 올라갔던 뒷동산에 올라가 형을 그리고는 했는데
어느 날 인가 군대에 간 형에게서 소포가 왔는데
그 소포 속에는
주인공이 그렇게 갖고 싶었던 하모니카가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혹시 국민학교 때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IP : 211.223.xxx.9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을 참
    '09.4.26 9:21 AM (218.232.xxx.104)

    맛깔스럽게 쓰시는군요.
    재미나게, 뭉클하게 잘 읽긴 했지만
    농사 지으시는 분이 잠을 잘 주무셔야 되는데
    그밤에 잠도 안주무시고 글만 이리 끄적이시면
    담날 일은 어쩌시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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