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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성희롱을 즐긴 거지?

무터킨더 조회수 : 1,773
작성일 : 2009-04-11 18:06:32
직장 내 성희롱?  독일이라면 어떨까?  물론 흔하게 있지도 않은 일이지만, 있다고 해도 분명 세상은 여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독일 사회는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피해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삼성전기 전자영업팀에 근무하던 이은의 씨는 상사에게 지속적으로 당한 성희롱을 최사 측에 공식적으로 알렸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부서 내 따돌림과 인사상의 불이익이었다. 이 일로 이은의 씨는 수년 째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죽음까지 생각해 볼 정도로 절박한 그녀에게 언론은 입을 열어주지 않고 있으며, 그 때문에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그녀의 얼굴은 야위어만 가고 있다.    

독일 땅이었다면 그 사실이 얼마나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을까 생각하니 우리들의 무관심이 내겐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독일사회가 한국과 가장 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이들의 성에 대한 인식이었다. 외향에서 풍기는 고요함과 보수적인 생활태도와는 다르게 성에 대해서는 개방되어 있는 이들 사회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많이 비교됐다. 그러나 서로가 합의한 성에 대해서는 개방되어 있지만 일방적인 성희롱에 대해서는 가혹한 처벌도 마다않는 폐쇄(?)된 사회가 바로 여기다.

40대 중반 나정도 나이 우리나라 여자들이라면, 으슥한 골목길이나 심지어 여학교 때 창밖으로 보이는 학교 뒷산에서라도 바바리맨 한 번 보지 않았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바바리맨을 잡기위해 경찰이 출동한 일은 거의 없었다.
사회 곳곳에서 심심찮게 경험하는 유쾌하지 못한 작은 성희롱 사건들. 차가 붐빈다는 이유로 심하게 비벼대는 아주 평범한 회사원들. 한국에서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그것은 참아야만 하는 여자들의 운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여러 번 만원버스를 타본 적이 있다.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비좁은 공간이었지만 심하게 몸을 들이대는 사람들은 없었다. 남자들이 오히려 더 조심하는 눈치였다. 한국 남자들에게 또 한 번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원 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니만. 나쁜....., 욕이 저절로 나왔다.

이곳에서도 성폭력 사건은 사회면을 장식하는 단골메뉴이긴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골목길이나 공공 버스 안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10년 동안 단 한 건도 본적도 당해본 적도 없으니 한국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처음엔 인적이 드문 길에서 먼발치에 남자 혼자 걸어오면 가슴부터 덜컹 내려앉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느낌들에 점점 둔감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나도 많이 이 사회의 분위기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어학연수를 하는 동안 일어났던 일이다. 어떤 터키 남자가 아시아 여자들만 골라서 버스 안에서 성희롱을 한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기 시작했다. 그 피해자는 당장 우리 반 한국 아가씨와 한 아기엄마였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아가씨가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 때문에 비명을 지르면서 사건은 학교 내에서 표면화되었다.

그녀를 교직원실로 부른 교사들은 돌아가면서 질문을 해댔다. 이 일을 입에 올린다는 사실에 심하게 수치심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독일어도 유창하지 못했던 그녀가 속 시원히 진상을 설명하지 못하자, 교사들은 마침내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처음에 놀라기는 했지만 보통의 한국 여자들처럼 일이 커지자 범인을 잡으려는 생각보다는 빨리 어떤 방법으로라도 마무리되기만을 바랐던 아가씨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여러 번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온 도시의 범죄자 명단을 뒤져야 했다.

그 과정에서 버스 안에서 외모가 같은 남자에게 당했다는 한국인 아기엄마 이야기를 하게 됐고, 다음날 아기엄마는 경찰서에 가기 전에 교직원실로 먼저 불려갔다. 그런데 그날 저녁 그녀는 울면서 교직원 실에서 여교사로부터 성희롱보다 더 심한 모욕을 당했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 곳에 있던 여선생은 대뜸 ‘넌 버스 안에서 그 남자의 성희롱을 즐긴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소리도 지르지 않고, 경찰에 알리지도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돼.’라며 진실을 말하라며 추궁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 생각은 성희롱에 침묵하는 한국 여성들은 모두 그 일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네 성폭력 사건이 으레 그렇듯, 가해자 보다 피해를 당한 여자들이 더 숨기려하는 특이한 한국 문화를 설명하기에 그녀의 독일어 실력은 너무 모자랐고, 마침내 통역까지 대동해서 시도 했지만 독일 사람들이 이와 같은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는 범인도 그런 아시아 여자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타깃을 삼았던 것 같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나도 가슴을 치며 답답해했지만 한국에서 우리가 처했던 환경을 생각하면 문득문득 울화까지 치밀곤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은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경찰서를 찾았다가는 아마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거림부터 견뎌내야 할지 모른다. 그런 일이 이곳에서는 이다지도 심각한 범죄행위였다니. 여하튼 두 사람은 그 일로 뻔질나게 경찰서 문을 들락거렸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는 못하고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그렇다. 독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독일 여자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남자보다는 그 일을 야기한 책임을 은근히 피해 당사자인 여성에게도 물으려는 듯한 사회 분위기, 이곳에 오면 생매장 감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일상처럼 일어나는 작은 성희롱으로부터도 이 사회가 안전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장난 한번 쳤다가는 뼈도 못 추리게 생겼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어느 누가 감히 그 짓을 하겠는가 말이다.


* 후기 : 갸녀린 한 여인이 삼성이라는 거대한 공룡과 외롭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수준을 벗어나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희롱에 대한 폐습에 소명감을 가지고 당당히 맞서고 있습니다. 삼성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일간지와 포털은 그녀의 기사를 거부합니다. 재벌 언론이 외면하고 재벌 기업이 덮으려 했던 일을 여러분만이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 며칠 이은의 씨를 돕기 위한 글을 포털에 올리면서 삼성이란 벽이 얼마나 높은지 알게되었습니다. 아무리 진실을 알리고 싶어도 언론에서 외면하면 소리없는 외침일 뿐입니다. 유일하게 그녀를 도울 수 있는 힘은 여러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IP : 80.137.xxx.5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터킨더
    '09.4.11 6:11 PM (80.137.xxx.51)

    이은의 씨를 돕고자 하시는 분은 그녀의 블로그 기사를 님들의 블로그나 카페에 스크랩 해주세요. 여러분의 그 작은 배려가 그녀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관심이 성희롱에 관대한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키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은의 씨의 블로그입니다. (http://blog.hani.co.kr/pjasmine/18487)

  • 2.
    '09.4.11 6:16 PM (96.52.xxx.35)

    그렇게 성희롱에 대한 관념이 제대로 된 나라에서 여선생이 그 남자의 성희롱을 즐겼냐고 물어보다니.
    그건 상식 밖이지 않나요?
    아효 우리나란 은근히 말로써 또 대놓고 하는 성희롱 넘쳐나죠 ㅠㅠ

  • 3. 무터킨더
    '09.4.11 6:21 PM (80.137.xxx.51)

    그건 글을 요악하기 위해 앞뒤 정황을 삭제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또 그 여선생이 사실 좀 못된 여자이긴 했지요.
    하지만 너무 다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나온 말입니다.
    그 여선생 못된 것은 제처두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이렇게 성희롱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소리지르지 않고 참고 있다는 것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독일 여자들은 난리나겠죠.
    당장에 경찰을 부른다고 소동을 피울테니
    무서워서 건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정말 12년 동안 단 한 건도 길에서는 본 적도 경험해 보지도 않았든요.
    정말 많이 다르답니다.

  • 4. "헉"님...
    '09.4.11 6:23 PM (116.43.xxx.84)

    글을 잘 읽어 보시면 독일내에선 성추행이 무척 큰 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 여교사 입장에선 그런 상황에서 가만 있는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된다는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일로 경찰을 부르면 다들 비웃겠지만
    그네 나라에서는 주변사람들에게 알려 피해자를 벌하는것이 당연한일인데
    피해자 이면서도 오히려 그 일을 숨기려고 하니
    너도 즐긴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수밖에 없었다는 글입니다.

  • 5. 한국에서도
    '09.4.11 6:27 PM (118.220.xxx.58)

    너도 즐겼지? 란 이야기 비일비재한데요.
    성폭행 피해자에게 당할만 하니까 당했다... 여자가 꼬셨다...라는 이야기
    하다 못해 신문기사만 봐도 나오는 걸요.
    성문제, 성범죄에 관한 한국의 이상한 의식....참 요상한 일이에요.

  • 6. ;;;
    '09.4.11 6:35 PM (122.43.xxx.9)

    본문에서 "너도 즐겼지?"와 우리나라의 "너도 즐겼지"가 다른 의미겠지요.
    어쩄건 그 독일여자 못됐긴 했네요.

    그나저나 서로 합의하의 성은 개방적이면서
    한편이 원하지 않는 성에 대해 철저하게 범죄로 규정하는
    그들의 나라가 부럽네요.
    뭐~ 부러운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요.

  • 7. 무터킨더
    '09.4.11 6:40 PM (80.137.xxx.51)

    이 사회도 물론 교육이든 사회든 문제는 많습니다.
    어디나 사람이 사는 곳인데 그렇지 않겠어요?
    그런데 교육도 그렇지만 우리와는 정 반대의 문제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독일을 무조건 본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특히 성희롱에 관해서는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우리와는 너무도 다릅니다.
    우리가 버스안에서 지하철에서 느끼는 사소한 불쾌함 조차도
    일어나지 않으니 살기 편하긴 편하겠죠?

  • 8. 무터킨더
    '09.4.11 6:50 PM (80.137.xxx.51)

    참, 위에 이은의 씨 블로그 기사도 좋고
    제 블로그 '독일교육 이야기'(http://blog.daum.net/pssyyt/8934266)에도
    이은의 씨에 관한 글이 있습니다.
    그 글을 스크랩해 주셔도 됩니다.
    어떤 글이던 한 여인의 소리없는 외침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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