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이제 4년 정도 됐어요.
아기들 무지 좋아하지만 정작 내 아이를 낳아서 온전히 한 인격체를 책임진다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리고 일하는게 좋아서 임신자체를 미루고 있었어요.
남들처럼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도 이해가 안 되기도 했고, 아이가 왜 필요한건지 스스로 납득할 이유를 찾지 못 했었거든요.
남편이나 저나 가까운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결혼했는데, 저희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 둘 아기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남편 친구들 중에는 우리 커플만 아기가 없는 사태까지 되버렸어요. ㅎ
그 때부터 좀 심각하게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가 뭘지 많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냥 결혼했으니 낳아야 한다. 아기를 낳고 나니 너무 좋다더라 이런 뻔한 이유는 저에게 그닥 와닿지 않았거든요.
거의 몇 달동안 머리 속 한 쪽에는 계속 왜 아이를 낳아야 할까라는 생각만 들어있었던 것 같아요. 임신 계획도 없이 육아책들도 뒤적이기 시작했구요.
육아관련 서적을 읽다보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까보다는 오히려 내가 어떤 과정으로 자랐는지를 돌아보고 우리 엄마 아빠는 이랬겠구나 이해도 하고 아쉽던 부분들도 생기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다가 머리 속에 확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어요.
내가 고민했던 건 나 자신도 완벽한 인간이 아닌데 자식이라도 해도 낳아놓고 나면 타인인 그런 다른 사람의 인생 전체에 온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모라는 역활을 내가 잘 해낼 수 없을까봐 걱정했던거였어요.
그렇지만 아이를 낳거나 키워보지 않고는 완벽한 인간이 될 수도 없을거란 생각도 들었어요.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내가 완성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니까 그 때서야 꼭 아이를 낳아야겠단 생각도 들었구요. ^^
하지만 결심만으로 쉽게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제가 심각한 다난성이라 병원에서도 임신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힘들거란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임신 계획이 있단 이야기에 산부인과 샘 소견으로 바로 불임센터로 가게 되었어요. ㅎㅎ
불임검사를 받다가 나팔관 검사 중에 자궁 모양이 기형이란 것도 알게 되었구요.. ㅠㅠ
임신 기간 중 환경호르몬이나 합성 호르몬에 태아가 노출되면 딸인 경우에는 자궁 기형이 있을 수 있다네요. 친정 엄마는 임신 중에 어떤 주사나 처방도 받으 신 적이 없다는 걸로 봐선 제 경우에는 환경 호르몬 때문인 듯 해요...
이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고 살면서도 딱히 문제가 있다는걸 모르고 있다가 성인이 되고 가임기가 될 때 쯤 문제가 나타니 더 무섭더라구요...
아무튼.. 그래서 임신이 쉽지 않을거란 말에 마음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지난 번에 첫 배란 유도 주사 맞고 2주만에 임신 테스터기로 확인해보니 두 줄이 나왔어요!!
병원에 전화해보니 아직 초음파로 아기집이 안 나오니 2주 더 있다가 오라고 했는데 잘 믿어지지가 않아요.
오늘 하루종일 임신 테스터기에 두 줄을 내가 잘 못 본게 아닐까 몇 번이나 다시 보고 있거든요. ㅎㅎ
아직 남편밖에 모르는데, 주위에서 다들 기다리고 계시던 소식이라 덜컥 얘기했다가 혹시 잘 못 되서 실망시켜 드리진 않을까 싶어서 고민 중이에요. 다다음주에 병원에 다녀와서 말씀 드려야 하는건지...;;
어디가서 얘기하기도 조심스러운데, 그래도 입이 막 간지러워서 여기다 쓰다보니 글이 두서가 없네요... ㅎㅎ
작년에 임신 계획 세우고 회사도 관뒀다가 금방 임신할 수 있을거 같지 않아서 이번에 대학에 편입도 했는데, 태교로 공부하게 생겼어요. 졸업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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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했다고 쓰려다 글이 두서없이 길어졌네요;;
우왕 조회수 : 514
작성일 : 2009-03-27 13:24:50
IP : 211.186.xxx.5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축하드려요
'09.3.27 1:33 PM (203.132.xxx.177)낳기전에 육아서적부터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아무런 준비없이 아이가 스스로 자랄꺼라 믿고 낳았던 보통의 엄마들이 아이낳고 육아의 벽에 부딪쳐 많이 힘들어 하거든요. 아이가 최소 돌무렵까지 자라기 까지 엄마의 많은 희생?과 노고가 따르지요. 나만 알고 자랐던 내가 나 아닌 그 어린 아기에게 모든걸 주며 점점 나의 인격이 자라지요. 아이가 나를 사람으로 키우고 있구나 매일 매일 느낀답니다. 이제 곧입덧이 시작 되겠어요. 힘든 과정 잘겪으셔서 순산하세요. 아이는 저의 스승이에요. 축하드려요.
2. 짝짝짝
'09.3.27 1:46 PM (122.35.xxx.31)정말 축하드려요~~^^
저는 지금 임신시도한지 3-4번 정도 됐는데 아직 아가가 안오네요~~
저에게도 바이러스 팍팍 주세요~~^^3. ...
'09.3.27 2:36 PM (222.121.xxx.75)병원가서 초음파 확인할때까지 어른들께 말씀드리지 말구요~~ 배란유도제 먹음 두줄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임신일 확률이 높습니다
축하드리구요~~
육아서 정말 임신중에 많이 읽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너무나 많은 도움되구요
아기놓고는 절대 잘 못읽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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