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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미혼인 친구에게...

결혼은 조회수 : 1,030
작성일 : 2009-03-26 15:19:57
친구야.

나 결혼한지 5년차다.

결혼기념일도 그냥 훌쩍 넘어가고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다 정신차려보면 한바퀴 돌았더라.

친구야.

나 결혼할 때 생각하지?

나 정말 행복했었다.

너도 그랬잖아. 제일 예뻤다고.

처음에 결혼해서 19평에서 살림했었잖아.

남편이 살림을 다 해놓아서 거의 몸만 들어가고 신혼여행도 멋진 곳으로 다녀오고 엄청 좋았어.

이렇게 30년은 행복할 줄 알았다.

다정한 신랑에 신경쓸거없는 시댁까지.



근데 덜럭 시부모님이 둘다 뇌출혈로 쓰러지고

나 불임겪으면서 내 인생 돌연 파란만장해졌잖아.

우여곡절 끝에 임신한 애는 또 어땠는데.

남편이 그때 갑자기 나한테 변했는데 남편이 나중에 그러더라.

그 애 자기 애 아닌 줄 알았대. 그래서 나한테 그렇게 냉담했나봐

그리고 그렇게 좋던 남편도 이제 시들해져서 가끔 내가 왜 결혼했을까 답답한 날들이 이어졌어.



친구야.

나 결혼하면 자유로울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자유는 무슨?

아버지보다 더 관섭 심한 남편이랑

이제 아들까지 한팀 되어서 나 현관문이라도 열면 대성통곡을 한다.



예전에 엄마가 차려주는 밥 먹고 회사 다니면서도 너 잡고 힘들다고 울었는데

지금은 회사도 다니고, 애도 키우고, 살림도 살고 그런다

근데 나 눈물이 없어졌네.

수건 하나 적시면서 우는 거 일도 아니었는데

요샌 눈물도 안난다.



강해져서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세상의 모든 일이 왜 이렇게 담담하니.

예전에 엄청난 일도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거 같다.

결혼을 하고 신혼 2년은 정말 행복했고 임신하는데 입덧 8개월에 반 죽다가 살아나고

애 낳을 땐 또 왜 그렇게 힘들던...

낳고 나니 힘든 건 또 껌이더라.

1년동안 잠도 못자고...

나 결혼하고 경제적으로는 좋아졌다.

기억나니?

오천원짜리 커피값이 너무 아까워서 울면서 집에 왔던 적도 있었다.

너한테 이야기 했더니 노랭이라고 놀렸잖아.



어릴때부터 돈은 벌었지만 고등학생때 용돈 그대로 받고 나머지는 착실하게 모아서...

근데 나 그거 대단한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별거 아니대

시집 잘간 친구들은 내가 10년간 먹을 거 못 먹고 입을 거 못 입고 모은 돈을 시댁으로부터 턱하니 선사받더라.

아, 난 말야. 아직도 맞벌이 하면서 돈, 돈 하면서 사는데... 시집 잘간 애들은 금방 쉽게 얻더라고.

근데 그거 안 부러워할라고.

부러워하면 너무 비참하잖아.



결혼하고 나니 그렇게 사랑했던 신랑은 훌쩍 식어버리고...

이제 자식 하나가 덩그라니 남았잖아.



아파트도 19평짜리가 좁다고 남들 따라 장에 따라간다고 32평으로 이사갔다가

32평이 맞벌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큰 집인데 실감에 절감을 하고 후회중인데

이사비가 또 돈 백 들고 새집에 적응할 생각을 하니 답답하여 꼭 참고 있는 중이란다.



그리고 결혼을 하니 시댁이라는데가 정말 제일 무섭더라.

나 크는데 씨알 하나 보태준 거 없는 시댁식구들은 정말 당당하게 내 모든 걸 가지고 간다.

일도 집에 종처럼 부리고...

며느리 얻은 게 아니라 종년을 하나 얻었는지 시댁식구들 나한테 뭐든지 당당히 시킨다.

지들이 나한테 뭐라고.

그래서 나 반항할라고 했는데 남편이 또 화를 엄청 내더라.

세상에 나 없으면 죽는다고 그 난리를 치던 인간이 시댁식구들에게 반항하면 가만히 안있는다.

꼴 보면, 나랑 이혼은 해도 시댁식구들에게 반항하는 나는 참을 수 없나봐.

그래서 나 그냥 다 지고 살잖아.

남편이 나한테 시댁 일 안한다고 화를 낼 수 있는 것.

근데 남편도 하나도 고마워하지도 않고 미안해하지도 않더라.



나 맞벌이하잖아.

그래서 정말 힘들잖아.

애도 키우고 맞벌이도 하고 그럼 집안살림에 좀 소홀하니 남편이 당장 친구와이프 전업주부랑 비교하면서

넌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구박하더라.

아이고... 내가 슈퍼맨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전업만큼 하니.

저것도 남편이라고 내가 믿고 산다 싶어서 가슴 친게 한두번이 아니야.

결혼하고 신혼 1년간 야들야들한 인간이 요샌 나만 보면 성질이다.

내가 싫다는 건 하나도 안하고 내가 아무리 무리한 부탁하고 곧잘 들어주던 사람이 어찌 저리 변했을꼬... 싶더라.



근데 나도 변했다.

요새 입에서 나오는 건 고함소리 밖에 없어.

예전에 살살 비벼대면서 남편 부려먹으면서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에요...라고 웃었는데.

아... 내 꼬리는 어디로 잘려 나갔는지 난 요새 악이랑 고함만 남았다.

남편도 그런다.

도대체 넌 너무 변했다고...

완전 악처 다 됐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나는 성질만 내고 남편에게 시켜먹기만 하는 악처일런지도 모른다.

나도 남편 많이 시켜먹고 남편은 성질내면서 해주고...ㅋㅋ

우리 완전 코메디다.

우리 부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다들 남편에게 여우짓해서 부려먹으라고 하는데.. 그게 안되대

나 예전에 그런 글도 써서 보냈잖아.

낭패다...

그런 글이나 쓰고 이제 남편을 못 다뤄서 쩔쩔 매니... 남편에게 오늘 메일도 썼다.

나 이제 당신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예전엔 오빠아~ 하는 콧소리에 우리 신랑 허허실실 다 들어줬는데

남편 얼굴만 봐도 뒷목까지 뻐근하니 어떻게 콧소리가 나오냐

나 그리고 완전 애교도 없어지고 억척 다 됐다.

참 나도 순수하고 파리한 날도 있었는데



가끔 머리 산발해서 애 안고 갈 때 예전에 사귀던 남자라도 볼까봐 겁나 죽겠으야...



어제 너 팔랑거리고 지나가던데 정말 부럽더라.



나는 요새 꽃남의 민호씨를 보고도 와 멋있다... 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지쳐 있거든

미혼들 부럽다 했더니 넌 내가 부럽다매

나 여동생에게는 시집가지말고 살라고 했더니 여동생은 그런다네

너한테 그런 말 하면 너는 지는 해봤다꼬 하면서 내 등짝이라도 때릴라나.



근데 여자들은 결혼생활하면서 부처에 가까워 지는 거 같아.

정말 미혼때보다 몇배는 강해지고 부지런해지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졌다.

특히나 정신상태는 얼마나 강해졌다고.

예전에 툭하면 수건 한장 적시면서 울었잖아.

눈물 후두둑거리면서.

예전에 엄마 우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서.. 엄마는 울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는데 내가 그짝이다.

예전에는 흑흑 흐느껴 울었는데 요샌 고함을 지른다. 캬캬..

넘 무식하게 우는 모습에... 정말 나보고 내가 홀딱 깨



독설은 또 얼마나 늘었는지

이게 부부싸움의 스킬이란다.

이제 말싸움 잘한다.

남편이랑 살다보니 어떻게 하면 저 인간 더 속상하게 할까 싸움하다 연구하다 독설만 늘었다.



아... 안그래도 아직 개보면 가슴 벌렁거리는데 얼마전에 어린 아들이 개한테 다가가는거야.

개가 꽤 컸거든.

나 개한테 물린적 있어서 개 무서워하잖아.

내 새끼가 개한테 가니 가만히 있나~! 고함 지르면서 개를 쫓았다. ㅋㅋ

나 정말 큰일이다.

근데 나 말야. 이제 32살인데.



너 연애고민하는 거 보니까 엄청 부럽더라.

나도 가슴 뛰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샌 손을 잡아도 내 손인지 남의 손인지 모르는 남편 손잡고 살잖아.

가끔 연애 시절 흉내내볼라고 하다가 뱃속까지 내가 간지러워서 ㅍㅎㅎㅎ 웃으면서 근친상간 떠올리는 게 나다.



결혼하고 더 넓은집에 좋은 차를 얻었지만

나는 말야, 요새 2900원짜리 커피 사서 마시는 게 내가 제일 하고 싶은일이 되어버렸네.

가끔 이렇게 사는 게 너무 답답해서 남편에게 미칠 거 같다고 울기도 하지만

이제 난 책임을 져야 할 가족이 있는 여자란 말이지.

강해져야지.

결혼하고 애를 낳고 이러고 저러고 살다보니 세상에 이해되는 게 참 많아졌어...

다 그래, 그래 사는가봐.



나는 뭐 용가리 통뼈인줄 알고 살았는데...

온갖 똑똑하고 나머지는 멍청해서 그렇게 사는줄 알았는데 내가 그리 사네.

그래서 가끔 나때문에 웃는다.

너도 이렇게 살걸, 뭐그리 잘난척 하시나... 싶어서.

너 나 결혼한 거 부럽다매

나는 네가 부럽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면 결혼 같은 건 안하고 살고 싶은데

또 결혼하고 이짓거리 하고 살라나?

아, 결혼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다야.



근데 다 이런 건 아니고 엄청 행복한 사람도 있대.

그러니까 이건 모든 것의 예는 아니고...

그냥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거지.



가끔 말야... 나 어디론가 훌쭉 숨고 싶어.



나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잖아.

누구도 나 외로움을 채워주지 못해서 너무나도 외로움이 진저리나게 떠는 10대, 20대를 보낸 나는

30대에는... 제발 외로워할 시간이나 있었으면...

무인도에 한달만 좀 버려졌으면 하고 바라는 게 되었다.



인간이라는 참으로 간사하기도 하지


http://miboard.miclub.com/Board.mi?cmd=view_article&boardId=4001&articleId=67...
IP : 119.196.xxx.1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a
    '09.3.26 3:28 PM (203.244.xxx.254)

    전 나이 좀 많이 되는 미혼처자인데, 또 이 나이때까지 결혼안하고 있으면
    그것 나름대로 고충이 있고 결혼하면 한 대로 고충이 있을테고...
    인생은 늘 고행의 연속.

  • 2. 윗글에서
    '09.3.26 3:38 PM (119.196.xxx.17)

    나 크는데 씨알 하나 보태준 거 없는 시댁식구들은 정말 당당하게 내 모든 걸 가지고 간다....
    는 대목이 감동이 와요.
    모든 걸 가지고 간다기 보단 모든 걸 기대하고 거기 못미치면 미워하고 욕하고...

  • 3. 일산댁
    '09.3.26 3:57 PM (125.177.xxx.136)

    아이고.. 참 등이래두 토닥토닥해주구 싶으네요.. 근데 결혼해보구 나니 정말 미혼인 친구들이 부러울때가 있긴해요.. 그렇다구 이래저래 스트레스 많이 받는건 아닌데.. 음 시댁일은 언제나 부담스럽더라구요..

  • 4. ㅠㅠ
    '09.3.26 7:13 PM (114.108.xxx.51)

    아줌마 3 이면 소도 잡는 다고 어른들이 하더라구요.
    아저씨 3이면 뭘 할까요..???
    고스톱 이닐까요..? ㅎㅎ
    남(마누라)의 손으로 효도하려는 남자들.....

    50도 훌쩍 넘은 친구 시집 안 갔어요..
    우리 사는거 보면서...안 간거 후회 없답니다.


    그래도 막상 딸이 시집을 안 간다면,
    그래라 할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떤 남자를 만날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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