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들이 보는 <잭과 콩나무>를 읽었는데요 (도서관에서 그냥....),
‘그리하여 잭은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끝 부분에서
푸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어요.
아놔, 저거 얼마나 대단한 신분상승인가요?
요즘 식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는 잭이라는 청년이(거기다 게으르기까지 하죠^^) 로또를 맞아서, 순전히 그 덕분에 무슨 재벌 집 딸과 결혼했다는 스토리 같아요.
그런데 어렸을 때는 분명 저걸 재밌게 읽었단 말이죠. 거인을 물리칠 때는 신이 났고요.
하지만 지금 저걸 다시 읽어보니 이상하게 거인이 좀 측은하게 다가오더군요. 생각해보면 사람 잡아 먹고 아내한테도 가부장적으로 구는 나쁜 놈인데.
가가멜도 그래요. 생각해보면 좀 짠한 구석이 있어요. 어떻게 하는 일마다 안 돼서 마지막으로 연금술 써서 스머프들을 금으로 만들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그것마저도 번번이 실패하고. 스머페트를 만들어 ‘가서 미인계로 좀 홀려봐라’ 했는데 스머페트마저 스머프 세계에 동화돼서는 가가멜한테 배신 때리고.
선량하고 귀여운 스머프들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지우고 보면 (물론 그 사실로 인해 가가멜이 ‘절대악’이 되고 혹자는 가가멜을 자본주의 상징으로 보기도 했습니다만) 가가멜, 참 움직이기는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일은 징그럽게도 안 풀렸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 제삿날 누가 집 앞에서 서성이는 것 같아 나가 봤더니, 이일 저일 벌이기도 많이 벌이고 그에 필요한 노력도 많이 했는데 결국은 빈털터리가 돼서 아버지 제사에도 선뜻 참가하지 못하는 누추한 차림의 작은아버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에 비해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거인은 자신의 운명이 슬픈, 그런 존재로 다가왔어요. 생의 유일한 낙이 황금 낳는 닭을 키우는 거, 스스로 노래하는 하프 연주 시키는 거. 근데 그걸 잭이 훔쳐가 버리는 거죠. 그것도 모자라 끝내는 거인을 죽이고 자기는 부자가 되고,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까지 하고.
결국 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얘기겠죠? 아버지라는 존재와 싸우고, 아버지가 속한 혹은 일군 세계를 부정하고 타도하려 하고. 그렇게 어른이 돼서는 이웃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자라 아버지와 싸우고.
그래도 아놔, 이 나이에 다시 읽어보니 그 결말은 참 웃겼어요.
(요즘 제가 ‘아놔’라는 감탄사에 꽂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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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과 콩나무
프리댄서 조회수 : 421
작성일 : 2009-03-22 13:30:00
IP : 218.235.xxx.13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늘보
'09.3.22 5:01 PM (211.109.xxx.18)무슨 말씀인가 했네요,
애들 어릴 때 읽어주던 '잭과 콩나무'가 생각났어요,
그땐 달달 외울 정도였었는데,
웃기는 결말,,, 인생사 가끔 그렇게 재밋게 풀리는 사람들 봤습니다.2. 프리댄서
'09.3.22 10:06 PM (218.235.xxx.134)제가 애기들이 보는 책으로 다시 읽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그림이 많고 글자는 적은 그런 그림책으로 읽으니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이웃나라의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로 나간 것 같았거든요.
흑!
암튼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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