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존경했던 선생님 이야기가 나와서 저도 가장 존경했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3학년 올라가서 첫째 날은 정신없이 지나고 둘째 날이 되던 날
선생님께서 내일부터 도시락을 싸오라고 하셨어요.
처음 학년 올라가면 보통 얼마간 시간이 지나야 도시락을 싸간 것 같은데
우리 선생님은 셋째 날부터 도시락 싸오라고 하셔서 황당했었기에 아직도 기억해요.
아무튼, 그때는 특별히 잘 살거나 특별히 못사는 아이 빼고는 가정 형편이 다 고만고만 했던
시기라서 아이들이 싸오는 반찬들도 거의 비슷했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사각 도시락(양철)에 밥을 싸갔는데 선생님께서는 3단 찬합에
쌀 한 톨 없는 꽁당보리밥만 잔뜩 싸오시고 더욱 기함할 일은 김치 담을 때 쓰는
양푼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양푼을 갖고 오셨고 그걸 깨끗이 씻은 다음에
반 아이들 도시락을 모두 그곳에다 부으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반찬으로 고추장과 콩나물만 잔뜩 싸오신 선생님의 꽁당보리밥과 함께
그 큰 양푼에 비빈 다음 원하는 아이들만 각자의 도시락에 나눠주시고 저와 몇몇 아이들의
도시락은 뺏어서? 다른 아이들에게 밥을 담아 주시고 우리는 선생님과 함께 그 양푼에서
그냥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함께 먹어서 그런지 밥이
아주 맛있어서 많이 먹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우리가 반도 먹기 전에 몇 아이들 도시락을 뺏어서 강제?로 밥을 더 담아
주셨고 선생님이 밥 남겨가면 시어머님께 쫓겨난다고 억지로라도 더 먹어달라고
사정하시며 담아 주시곤 하셨죠.
선생님과 함께 먹던 우리는 밥이 부족한데 그 맛있는 비빔밥을 매일 다른 아이들에게
빼앗겨 우리끼리 있을 때는 불만?도 쏟아놓고 툴툴거렸지만 모든 아이에게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늘 가슴속에 품고 있던 의문점은 정말 선생님은 3단 찬합의 꽁당보리밥을
다 드셔야 시어머니께 안 쫓겨나실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 의문점은 어느 날 교무실에 선생님 심부름을 가서 다른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는 걸 듣고서야 알았어요.
"나도 이번에 전근 가면 이정순 선생님 처럼 해볼까 하는데 꾸준히 해 나갈
자신이 없어요. 만약 한 반에 한두 명이 아닌 10명 정도 밥 한 끼도 못 먹는 아이가
있다면 과연 주기적으로 계속 해 나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내 반 아이들이 굶는다면...."
이런류의 말씀들을 나누고 계셨는데 그때야 우리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무겁고 힘들게 소풍 때나 싸올 법한 3단 찬합에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시셨는지
이해가 되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으시려고
배려하는 마음에 존경심이 들었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철없던 전 선생님께서 왜 우리 도시락을 비빔밥으로 만드는지
알았다고 말씀드렸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만약 네가 도시락을 안 싸왔는데
아이들에게 소문나면 속상하겠지라고 하시며 선생님께서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우리@@는 언제나 바른 마음가짐을 갖고
남을 배려하는 착한 아이라고 추켜세워 주셨고 아무 일 없듯 3단 꽁당보리밥은
여전히 우리 마음과 함께 자랐습니다.
요즘 가끔 촌지나 밝히고 이상한 싸이코 교사들 이야기를 읽다가
내 어린 시절의 선생님들은 너무나 소중하고 인격형성에 도움을 주신
모두 존경스런 스승님들이 많았던 기억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 갑자기 이 글을 쓰는데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 어린 시절의 그때의 다정하신
선생님 생각이 나서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이정순 선생님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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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했던 선생님...
가장 조회수 : 334
작성일 : 2009-03-11 12:50:39
IP : 58.229.xxx.13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모범생 출신
'09.3.11 3:58 PM (58.225.xxx.94)중학교때 부터 혼자 생활....
성실하고 원만한 편이어서 깡시골에서 도시로 진학해서 총학생회장도 하면서
선생님들께 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정적으로 외로웠기 때문에 그 사랑에 객지에서 어린 나이에 푹 빠져 지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몇 분 실망스런 은사님도 계시지만........)
지금의 내 나이가 그때의 선생님보다 더 늙어 있지만
자주 그립고 은혜를 갚지 못함이 인사를 드리지 못함이 죄스럽고요
몇 년전 교육위원회에 옛 은사님 찾는 난에 선생님 존함을 올려보니 ......... ㅠㅠ
선생님 ~~ 그립습니다 !!!!!!!!
그리고 이젠 마음이 여려 졌는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네요
무병장수하시기만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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