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3.1절과 친일파 청산

파란노트 조회수 : 224
작성일 : 2009-03-01 13:07:28
제목이 좀 거창한데, 제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좀 해보렵니다.
오늘 진실이란 놈이 나와 분탕치는 바람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제 모교는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기도 한 학교입니다.
선배 중에 유명한 이를 꼽는다면, 음..... 박지만이랄까요? OTL.

학교배정을 받고서 신입생 소집날,
제 친구와 저는 현대계동 사옥 근처를 이리돌고 저리 돌아서 겨우 학교에 당도했더랬습니다.
계동사옥 옆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되는 거였는데,
대로변에 있었던 중학교와는 달라 한참을 헤맬 수 밖에......

첨 본 학교 풍광에 친구와 전 넋을 잃었죠.
고풍스러운 중세의 성을 방불케하는 학교 모습!
이런 멋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희열에,
전 학교에서 나눠준 '인촌 김성수 전기'를 다 읽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동아일보사에서 편찬한 그 책을 읽고 전 인촌의 교육관과 항일정신(?)에 그만 매료되었죠.

학교를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인촌 김성수의 동상입니다.
동상 앞엔 이병도가 지었다는 비문이 검은 대리석에 새겨져 있습니다.
'민족의 태양으로 받드는 님,..... 굽어 살피소서 이 나라 이 겨레를.....'
전체 내용은 세월이 흘러 잊었지만, 위 글귀는 지금도 확연하게 기억합니다.

그리고 인촌 동상을 좌우에서 보위하며 서있는 두 개의 기념비.
하나는 3.1운동 책원비이고, 다른 건 6.10만세운동 기념비입니다.
3.1운동과 6.10 만세운동이 모교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리는 거죠.
와우, 반일투쟁에 있어서 커다란 두 흐름을 양 휘하에 거느리고 서있는
인촌 김성수의 거대한 동상!
전기를 읽고 매료된 저에게 인촌은 그야말로 대단한 항일투사로 여결질 수 밖에.....

다른 깨우침이 없었다면, 인촌은 여전히 저에겐 그 이미지 그대로였겠죠.
많은 선생님들 중 특히나 역사 선생님들의 강의는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거였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것이 교육이 문제라며 여러 인사들과 민중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학교를
인촌이 일제와 야합해 빼앗은 거며,
학도병 징집에 앞장섰던 인촌의 만행들 하며......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기가 막혔던 건........
제가 지금도 존경해마지 않는 한 선생님의 질문이었습니다.

'너희들에게 있어 3.1운동 책원비와 6.10만세 운동 기념비는 어떤 의미냐?'
.
.
.
.
.
.
저희들에게 두 기념비는 심하게 말해서 장난과 놀이의 대상이었습니다.
훌쩍 키큰 아이가 손만 들면 잡히는 높이의 그것들은
경외의 대상도 기념의 의미도 아닐수 밖에요.

광주일고를 나오셨던 그 선생님의 모교엔
하늘 우뚝 솟은 광주학생운동기념비가 서있답니다.
일제의 간악하고 서슬퍼런 탄압에도 항일의 깃발을 곧추 세웠던 그분들의 의지만큼이나 높은....

그러나 제 모교의 두 기념비는 더러운 친일반역자, 김성수 동상의 받침대 높이도
따라오르지 못할 정도로 초라하고 조그마한 미니어쳐 정도에 불과했죠.

2학년 때,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이후부터
제 시야에 김성수 동상과 두 기념비는 다르게 보였습니다.
가장 높았던 만큼 비둘기 똥으로 하얘진 그 동상 모습에 시원해 했죠.

졸업한 지 어언 20여 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아직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졸업식에 이례적으로 김상만이 온다고 해서 대학생들이 하던 방식대로
상장수여식때 모두 뒤돌아서기가 실패했던 겁니다. 동을 뜨기로 했던 학생회장의 배신으로...
둘째는, 이병도가 헌정한 그 기념비를 박살내지 못한 겁니다.
뭐 학교의 전통이기도 했지요. 선생들의 감시때문에 단 한 번 이루어 질뻔 했다는데....
그 놈의 것이 화강암이라 깨지질 않더라네요.

아직도 김성수 동상은 두 역사적 기념비 보다 우뚝 솟아 있겠지요?
씁쓸한 3.1절 입니다.
IP : 173.68.xxx.22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구름이
    '09.3.1 1:18 PM (147.47.xxx.131)

    예... 친일의 무리들이 저 하나 잘 먹고 살자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해방후에는 미군정과 이승만에 붙어서 마치 독립운동한 것 처럼 위장하고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원통한 민족사의 굴곡입니다.

    이제라도 바로 잡으려 하는데 딴나라당이 가로 막고 나선거지요.
    뉴또라이들은 자신들의 조상들이니 당연히 악을 쓰고 가로막기에 나선것이고요.

  • 2. 파란노트
    '09.3.1 1:34 PM (173.68.xxx.229)

    참고로 제가 모교 모교하는 건,
    더러운 설립자(사실 설립자도 아니지요, 강탈자가 맞겠지만)가 세운 유형의 그것이 아닙니다..
    제마음의 모교는
    저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심어주셨던
    제가 존경해마지 않은 선생님들, 그 무형의 것입니다.
    그 선생님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떠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3. 내 아이에게
    '09.3.2 1:22 AM (122.35.xxx.157)

    학교에 세워진 흉상 이야기 해줬더니 작은 아이는 아닐거라며 충격에 울더군요.
    사실은 알려줘야겠기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316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5,540
682315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915
682314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3,208
682313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20,696
682312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2,506
682311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2,330
682310 꼬꼬면 1 /// 2011/08/21 28,202
682309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5,509
682308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5,860
682307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5,543
682306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755
682305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4,040
682304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7,203
682303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8,287
682302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9,056
682301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7,530
682300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5,447
682299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5,210
682298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2,245
682297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5,068
682296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4,092
682295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4,306
682294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865
682293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4,301
682292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20,462
682291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2,545
682290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4,463
682289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2,564
682288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9,094
682287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2,55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