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그 분이 오해하지 않으셨길 바랄 뿐이예요.

아주 오래 전 조회수 : 485
작성일 : 2009-02-19 20:47:54
아래 보청기 관련 글을 읽다 보니...어떤 분이 생각나네요.
그 원글과는 성격이 다른 얘기예요.^^

아주 오래 전 알고 지내던 분이 계셨어요.
그냥 일때문에 알게 된 사이라서인지 서로 자주 연락하는 편이고 둘다 미혼이었지만...오랜 동안 손톱만큼도 서로를 이성이라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최소한 저는 그랬고, 그 분도 그러셨을 거예요.

그러던 중...그야말로 어느날 갑자기 앗, 저 사람이 남자였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 분 또한 그러신 듯 보였어요.

하루는 같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슬그머니 제 손을 잡으시는 겁니다.
당황해서 황급히 손을 뺐지요.
그랬더니 그냥 잠깐만 있어 줘요...라더니, 자신의 손가락이 하나 없음을 확인시켜 주시더군요.
제법 오랜 동안 알고 지냈지만, 평소...얼굴과는 달리(^^;)하얗고 긴 손가락이 예쁘다...라고만 생각했었지...전혀 몰랐던 사실이었고요.

그 때 저의 느낌은...음...정말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손가락이 하나 없다...이게 뭐 이상한가...그럴 수도 있지...이런 생각이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렇고요.

영화관에서 나와 차를 마시러 갔어요.
거기서 손가락에 대해 얘기를 꺼내시더군요.
본인은 엄청난 핸디캡으로 생각하는 느낌, 이 핸디캡을 이해해 주지 않을거면 너랑 만나지 않을거야...라는 느낌 진하게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불행히도 그 이후로 그 분과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단지 이전 연애 실패의 후유증으로...그 분을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제 자신이, 다가오는 그 분이 너무 두렵기만 했어요.
그 땐 그 분이 아니라 어느 누구였어도 그랬을 거예요.
때문에 분명 고백이었을 그 분의 이야기를 짐짓 못 알아들은 듯 애써 명랑씩씩버전으로 대했어요.
급기야 제 친구와 만남을 주선하기에 이릅니다.

그런 저의 태도에 부흥(?)이라도 하듯 그 분 역시 씩씩명랑버전으로 저를 대했고, 아주 흔쾌히 소개에 응하셨어요.
저의 거절을...그렇게 받아들이신 거지요.

그리고는 연락이 끊어졌어요.

그런데...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명쾌하지 못한 것은요...
정말 그 손가락때문이 아니었거든요. 정말인데...
그 분이 오해를 하지 않으셨길 바랄 뿐이예요.
제가 본의 아니게 상처를 드렸던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IP : 211.33.xxx.22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들꽃베로니카
    '09.2.19 8:55 PM (125.131.xxx.242)

    만약 그분이 그때 오해를 하셨더라도
    지금은 다 잊고 행복하게 사실거라고 생각하세요..

    원글님의 진심이 그러하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 2. caffreys
    '09.2.19 9:27 PM (203.237.xxx.223)

    영화관에서 가만히 손가락을 잡으시던,
    손이 유난히 하얗고 긴 그님...
    아름답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288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5,594
682287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927
682286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3,223
682285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20,713
682284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2,530
682283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2,381
682282 꼬꼬면 1 /// 2011/08/21 28,220
682281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5,551
682280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5,904
682279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5,568
682278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783
682277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4,068
682276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7,242
682275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8,320
682274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9,074
682273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7,557
682272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5,518
682271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5,223
682270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2,255
682269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5,094
682268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4,106
682267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4,325
682266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886
682265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4,325
682264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20,482
682263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2,569
682262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4,476
682261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2,574
682260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9,139
682259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2,57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