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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서 서러움으로, 그리고 다시 의문으로...
정의 아내 조회수 : 764
작성일 : 2009-01-23 17:28:23
첫 날은 분노로 숨도 죽이며 기사와 동영상들을 봤습니다.
그 참혹한 장면들도 눈 한번 깜박일까 힘을 잔뜩 주고 봤습니다.
억! 소리 한 번 안 내고요.
미친 놈들, 미친 놈들, 언젠간 일낼 줄 알았다... 중얼거린 기억만 납니다.
다음날부턴 눈물만 나왔어요.
운전 하다 울고, 자려고 누웠다 울고, 아침에 눈 뜨고 울고,
오랫만에 친구들 만나 좋은 레스토랑 가서 진수성찬 채려 먹다 울고,
헤어지는 길에 돌아오다 울고,
와서 인터넷 보고 또 울고,
눈 부은 거 보고 놀라는 남편이랑 끌어안고 또 울고...
지난 초여름부터 매일매일 커가던 분노의 응어리를 내가 더 이상 통제를 못하는가 보구나...
그동안 시내 한복판에서 완전무장한 경찰이 맨손의 시민에게 휘둘러 대던 폭력을 지켜 보기만 했던 무력감과
나만 다친 적이 없다는 미안함이 이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죄책감이,
그 시간 불과 몇 킬로미터 안 떨어진 인접지역에서
난방 중인 아파트 침대에서 솜이불에 휘감겨 씩씩 잠이나 자고 있던 데 대한 죄책감과 만나,
끝도 없는 울음으로 터져나오는구나...
그래서 화염 속에 돌아가신 분들보다
남편이, 시아버지가 불에 타고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린 여자분에게 감정이입을 이리도 심하게 하는구나.
'내가 다 봤어요... 내가 다 봤어요...'
그런데 울어도 울어도 가슴에 돌덩이가 풀어지질 않습니다.
더 뭉치는 것 같아요.
울면 울수록 그 덩어리가 머리 뒷쪽으로도 돌아가고
어깨 윗쪽으로도 올라가고
내장 아래로 더 가라앉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더니 이제는 답답한 의문들이 머리와 가슴을 짓누릅니다.
참사당일 낮에 현장에서 있었던 기자회견 컬라TV 생중계를 봤습니다.
심상정 전 의원이 나와서, 경찰들끼리 '경찰이 깔려 죽었다'고 하는 걸 들었다고 했어요.
돌아가신 경찰관님의 사인은 확실히 밝혀졌나요?
그 분 시신도 부검했나요?
그리고 법의학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화재 발화점을 확인하려면 머리부분을 절개해야 하는 거 맞습니까?
누군가 설명 좀 해주세요.
분노와 슬픔와 의문으로 머리랑 가슴이 먹먹합니다.
화병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그 인간 갈 때까지 강건하게 흔들림 없이 끝까지 가고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무너지면 안되는데요...
IP : 203.252.xxx.1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동감입니다.
'09.1.23 5:38 PM (222.233.xxx.162)저도 날마다 가슴으로 울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 인간을 부속픔으로 여기는 정권과 그 하수인들, 억울해서 미치겠다고 울먹이며 분해하는 경찰청장 등의 모습을 보며 제 정신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힘듭니다.
어떻게 타임머신을 탄 것도 아닌데, 세상을 이렇게도 돌려놓을 수 있을까요?
'백 투 더 퓨처'에서 폐허로 변한 미래로 간 주인공의 심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2. MK4ever
'09.1.23 5:50 PM (173.68.xxx.229)1989년
서울의 모 지역에선 한 아이가 용역깡패가 던진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
철거민들은 노제를 진행하려 했고,
당시 경찰책임자는 진압을 명령하였더랬지요.
하지만., 전경 모두들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어린 영혼이 가는 길을 막을 악령은 없었을 테니까.......
전 지금 다시 묻고 싶습니다.
전철연, 경찰특공대......
다들 이야기 하는데
왜 용역깡패들 이야기는 없냐구요?
대표적인 용역깡패기업 '적산'
깡패들끼리의 먹이다툼들.......3. MK4ever
'09.1.23 6:01 PM (173.68.xxx.229)아 그리고
그 깡패들에게 좋은 먹이감을 준 누구들......4. 신종.특공용역깡패
'09.1.23 6:06 PM (220.78.xxx.106)아고라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떤 음모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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