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내심 흠모하는 한인섭 선생님의 홈페이지를 오늘 둘러보다가 이태영 변호사에 관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직접 가서 보셔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링크거는 법을 몰라서요. 저는 서울대학교 법과대
학 홈페이지를 타고 교수진에서 한인섭을 클릭해서 그 분 홈페이지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 보면 "시론"이라는 꼭
지에 있는 글입니다.
이태영 변호사의 글을 본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나의 만남 나의 인생 (교유록)"과 "정의의 변
호사가 되라 하셨네" 2권의 책 정도를 본 것이 전부이지요. 어쨌든 "나의 만남 나의 인생"은 너무나 재밌게 읽었습
니다. 무척 감동적인 글이었지요. 그 분의 삶을 -전체는 물론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
었습니다. 혹시 아직 못보신 분은 꼭 읽어보세요. 시대상황이 바뀌긴 했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정말 강추입니다.
딸을 두신 분들께는 특히 강추입니다.
1920년대 남존여비 풍토가 아직도 너무도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던 그 분의 어린 시절 "남녀 구별 말고 공부시켜주
세요"란 제목으로 웅변을 하시던 일이며, 어릴 적 큰 오빠의 "너는 꼭 커서 변호사가 되어라"는 말을 가슴에 담아두
고 이화여전 가사과에서 어떻게든 법률공부를 하려고 노력하시던 일이며, 1930년대와 1940년대 부군이셨던 고
정일형 박사께서 독립운동을 열심히 하시면서 주로 감옥에 계시는 바람에 삭바느질과 누비이불 장수로 가족의 생
계를 책임지시던 일. 일제의 압제가 그토록 심하던 그 시절 누비이불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그걸 팔러 가시는 도
중에 이화여전 시절 법학을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을 지나가다 뵙고는 그 선생님께서 "그렇게 법률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지금 누비이불 장수를 하고 있단 말인가"라고 한탄섞인 말씀을 하시는 바람에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야
마시던 일. 해방 후, 서울대학교가 드디어 여자들에게도 입학을 허락해주게 되었다는 소식을 남편인 고 정일형 박
사께서 전해주시면서 그로부터 이제 역할을 바꿔서 내가 외조를 할테니 당신은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라는 말씀
을 듣고는, 아이 셋의 엄마이자 깐깐한 시어머니의 며느리로서 기어이 다시 공부에 도전해서 보란듯이 서울대학
교 법과대학에 입학하신 일이며, 가사일로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부를 계속해서 결국 사법시험에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합격하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야당 마누라를 판사 자리에 앉혀 놓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집요한 반대 끝에 판사의 길이 좌절되고 최초의 여성변호사가 되신 일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빛나는
변호사로서의 활동까지. 그 이후의 빛나는 활동이야 모두들 잘 아시는 내용이지만, 굳이 반복하자면, 가정법률상
담소를 이끌고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께서 그리도 반대하셨던 가족법 개정운동을 1950년대에 시작하여 "눈물이
아닌 핏물"을 쏟아가시면서 줄기차게 운동을 전개해오신 끝에 1990년대 드디어 근 40년만에 가족법 전면 개정을
이루어 내신 일이며,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치매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줄기차게 민주화 운동을 해오신 일.
-이렇게 상투적인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스스로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정말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이지
요.
한인섭 선생님의 표현대로 "이태영 앞에 놓인 장애물은 이태영에게 영광을 안겨주기 위한 연소재였으며, "이태영
처럼"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새겨져 있는 모토"이지요. 정말 한인섭 선생님 말씀대로 이태영 변호사의 삶을
돌이켜 보면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될 수 없다는 로마서 8장의 말씀"이 떠오를 정
도이니까요. 이제 시간이 많이 흘러 그 분을 알지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생겨나는 것이 정말 안타깝네요.
언젠가 꼭 법률가들의 삶에 관한 전기를 쓰는 작가가 되어야지 하는 결심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능력이 부족해
서 이런 결심을 내보이기엔 너무 민망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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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처럼
하늘을 날자 조회수 : 506
작성일 : 2009-01-14 13:14:44
IP : 124.194.xxx.14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음
'09.1.14 1:30 PM (121.169.xxx.31)이태영씨 정말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호주제 폐지의 씨앗을 심고 50년 걸려 없애는 데 큰 힘을 보탠 분이죠. 그 삶의 치열함 앞에서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없어요. 이 분이 말년에 알츠하이머 병에 들어 고생하신단 말을 듣고 얼마나 기도했던지.. 정말 우리 삶의 마지막 언저리에 잔인한 복병 같은 알츠하이머는 사람 안 가리는구나, 다른 분도 아니고 이 분에게...라며 얼마나 인생이 무심하고 혹독하게 느껴지던지..;;
꼭 좋은 작가 되십시오. 이태영 씨의 삶은 그 자체로 감동이고 전율이지만 님의 필력에 의해 생생하게 다시 살아 돌아오신 우리 땅이 낳은 거대한 위인, 이태영씨를 보고 싶어요 ^^2. 아드님이
'09.1.14 3:44 PM (220.79.xxx.83)국회의원 정대철 이죠,,
3. 쟈크라깡
'09.1.14 5:08 PM (119.192.xxx.240)저도 그 분 존경해요.
그 분을 생각하면 저는 참 안일하게 사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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