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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동양의 선비, 서양의 인텔리겐챠(Intelligentsia)

리치코바 조회수 : 724
작성일 : 2009-01-13 11:29:15
장준하는 한 인간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수난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항상 온화한 미소와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로 살았다. 내면에는 열정과 투지가 용솟음치고, 외모에는 봄바람같은 온기가 흘렀다. 동양적 선비와 서양적 인텔리겐챠였다.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분들의 평가다.

장선생의 얼굴에는 그 어느 구석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그가 짓곤 하던 그 미소에도 그의 넓고 깊은 흉금이 배어 있었으리라.
- 한우근(역사학자)

나는 종로 화신백화점 바로 건너편에 있는 <사상계>사에서 처음으로 장준하 선생을 보고 그 인품과 얼굴에 매료당했다. 옥과 같이 맑은 구슬이요, 순수하고 티가 없었다. 한문식으로 표현하면 영롱여옥(玲瓏如玉)이요, 순수무잡(純粹無雜)이었다.
- 안병욱 (<사상계>주간)

1947년 겨울 어느날 숭덕학사에서 있었던 철기 이범석장군 환영집회에서였다. 이때 청년 장준하를 보고 받은 인상은, 중년 이후와는 달리 체구가 호리호리 가늘고 얼굴이 약간 창백한 백면서생 그것이었다. 중국 대륙에서 목숨을 걸고 항일전선에 투신하여 싸운 혁명투사 답지 않게 그의 모습은 온유해 보였고 과묵했다.
- 양호민(<사상계> 편집위원).

그 학교(시안학교-저자)에 ‘장선생 신화’라고 할 만한 것이 남아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분명히 이런 날이면 지붕 기와 사이로 비가 새어 그야말로 교실 안에도 비가 내리다시피 될 것이 분명했다. 교장인 장로가 눈을 비비면서 언덕을 올라와 학교지붕을 쳐다보니까 벌써 누구인지 검은 그림자가 지붕에서 비를 막으려고 일하고 있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장선생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분은 그런 미담의 주인공이고 강한 윤리의식에 살았던 분이다.
- 지명관 (<사상계>주간)

내가 <사상계>사에서 직접 본 장준하 사장은 아주 잔잔한 분이었다. 고요한 물결과도 같았다 할까.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는 늘 이글거리는 분노가 있었다. 저 분은 분노주의자다. 나는 장사장을 뵐 때마다 늘 그렇게 생각했다.
- 송복(전 연세대교수)

“맨 처음 그분을 뵈온 인상은 한 마디로 그처럼 잘 생길수가 없다 싶으리 만큼으로 이목이 수려한 30대 후반의 미남 사장이었다. 그것은 비단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인 것이 아닌 것으로 그 후 그분을 처음 보게 되는 사람들로부터도 “참 잘 생긴 분이더라” 하는 말을 자주 들을 수가 있었다. 희고 깨끗한 얼굴, 그 얼굴과 눈가에는 시종 조용한 미소가 떠 있었다. 기름을 바르지 않은 머리의 한 가닥이 흰 이마에 내려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분의 그 기름을 바르지 않는 머리와 함께 역시 그것 밖에는 입지 않는 곤색 양복은 유명한 것이었다.
- 박경수(<사상계> 기자).

주석에서 젊은 우리와 온갖 담소를 나누었지만, 옷깃 한번 흐트러지지 않으셨다. 무한주량이 아니신가 싶었다. 독립군가인 '용진가'를 부르셨고 당신이 젊어서 섬마을에서 교사생활을 하셔서인지 한 해 한두 번 '섬마을선생님'을 불렀고 가끔은 하이네의 '장미'를 독일어로 부르시기도 했다.

겨울에도 내복을 안 입으셨고 냉수로 멱을 감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으셨다. 등산 때는 사모님께 부담을 안 주시겠다고 손수 장에서 우리 몫까지 인절미를 사서 갖고 오셨고, 흑감색 양복에 짙은 색 넥타이를 매셨는데 단정한 용모에는 신경을 쓰신 것 같았고, 여름에는 무늬 없는 노타이도 잘 입으셨고, 나중에는 한복도 잘 입으셨다.
- 김도현(전 강서구청장)

산정(山頂)에서는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고량주 한두 잔씩을 돌려 피로를 풀며 후배들은 앉아서 쉬게 하고서 선생님께서 직접 정상 한참 아래에 있는 옹달샘에 내려가서 쌀을 씻고 야채를 다듬어 점심 준비를 해서 후배들을 배불리 먹였을 뿐 아니라 뒷설거지까지 혼자서 다 해치우신 것을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
- 유광언(전 문광부차관).

장준하는 죽은 것도 떠나간 것도 아닙니다. 죽을 수가 없습니다. 떠날 리가 없습니다. 나는 20년 동안 사귀어 보아서 그것을 압니다. 결점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완전한 사람이라는 말도 아닙니다. 내가 장준하에게 가까이 한다고 친구들의 충고도 듣고 시비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혀 까닭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에게 잘못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어리석은 나지만 그것을 모를리만큼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또 내게 무슨 기대가 있어서 속여도 속고 이용을 당해도 당하겠는데, 사실 양심으로 말이지만 내가 그에게 기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그를 믿는 것은 부족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믿어지는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함석헌 (사상가)


출처:오마이뉴스
IP : 118.32.xx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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