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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화는 지는데"(8-6)

... 조회수 : 303
작성일 : 2009-01-08 23:37:00


제 6부

항암 주사는 자기 몸에 독극물을 주입하는 것이다. 팔뚝이나 엉덩이에 한 번 주사 바늘을 꽂아 넣는 것이 아니다. 포도당에 섞어서 세 시간 내지 다섯 시간을 맞는다. 항암 주사를 맞는 동안, 또는 맞은 후 대부분 심한 구토, 두통, 어지러움 증이 일어난다. 이런 고통을 참지 못해, 중간에 주사 바늘을 빼고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아예 그냥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대부분의 경우에는 암 부위를 도려 내고,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항암 주사를 맞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아내의 경우는 이것 저것 해보아도 안되니까 하는 수 없이, 그냥 죽어가는 사람을 내 버려 둘 수 없어 해보는 일이었다. 여름 철 장맛비로 누런 흙탕물이 무섭게 흘러내려가는데, 좀 막아 보겠다고 돌 몇 개로 막아서는 격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아내는 손수건에 물을 묻혀 입에 물고 질끈 씹었다. 그리고 자기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노란 독극물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잘될 것이라며 힘을 내라고 말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 껌뻑이며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그리고 조금씩 떨어지는 주사 액을 또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내 간이 이 독극물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고 아내가 말했다. 간에서 해독작용을 해야 하는데, 이미 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독극물을 이겨낼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는 살 수 있다는 의지가 대단히 강했기에, 이 어려움을 큰 문제 없이 이겨낼 수 있었다. 입에 물었던 젖은 손수건을 입에서 꺼내며 말했다. "나는 살 수 있어." 나는 아내의 놀라운 투지력을 칭찬하며, "당신을 죽이려는 죽음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이 들었다.





그 후 아내는 하루에 한 줌씩 머리가 빠졌다. 머리를 빗을 때마다 뭉텅뭉텅 뽑혀 나왔다. 순식간에 대머리가 되었다. 아내는 거울을 보여 달라고 했다. 거울 속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상한 사람이 거울 속에 있었다. "이게 나야?"라고 아내가 말했다. "걱정하지마. 이까짓것 껍데기는 아무 것도 아니야. 당신 병만 나으면 머리가 다시 나는 것은 순식간이야. 힘 내, 힘." 처음으로 아내가 조금 웃어 보였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얼굴에 흰 이빨이 거울 속에 나타났다. 피부도 거칠어졌고, 반점과 검은 점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끔가다 문병을 오는 사람이 있었다. 아내는 특별히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문병객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에 문병을 오면 반갑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던 아내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했을 것이다. 또한 시시각각 닥쳐 오는 죽음 앞에 선 사람에게 있어서, 문병객의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고 울고, 또 생각하고, 울고 그러다가 스스로 잠이 들고 잠을 깼다.

아내를 보살피는 것은 나 이외에 처제와 장모님 그리고 간병인이 했다. 돌아가면서 돌보기도 했고, 같이 돌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항상 내가 자기 곁에 있어 줄 것을 요구했다. 내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병원에 오면 운동을 한다고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영양제와 포도당 그리고 무슨 약 등 4-5개의 병이 주사 바늘을 통해 그녀의 몸에 연결되어 있는 옷걸이 같은 막대기를 끌고서 복도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나를 보면 반가워서 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복도 여기 저기 다니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 냈다.




아내는 갑자기 몸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듯 했다. 이것은 항암 주사를 맞은 사람이 겪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되는 것이다. 아내는 쥬스를 조금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운이 나는 듯 했다. 아내는 기분이 좋아졌다. 며칠 뒤 의사는 다시 퇴원을 허락했다.

집에 와서 아내는 불확실한 앞날에 자주 짜증을 냈다. 수업이 끝난 후 집에 와서 차에 아내를 태우고 집 근처의 개울가에 자주 갔다. 산소가 많은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도록 도와야 했고, 운동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의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막상 생각보다 어려웠다. 결국 이야기는 일상적인 이야기 특히 우리 아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이나, 혹시 죽은 후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한 번은 어떤 개울가에 갔다가, 좀더 좋은 곳으로 가려고 조금 더 가보니 하필이면 공동 묘지가 나왔다.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이런 곳으로 나를 데려왔냐고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얼른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향했다. 죽음에 직면해 있는 아내에게 공동묘지는 죽음 그 자체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보였다.



아내는 아내대로 힘들었겠지만, 사실은 나도 힘이 들었다. 낮에는 학교에서 일해야 했고, 밤에는 매일 조금씩 죽어가는 아내를 보아야만 했다. 석 달만에 5키로의 몸무게가 빠져, 70키로에서 65키로로 되었다. 아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약 4개월 내 몸무게가 5키로가 더 빠져 60키로가 되었다. 결국 나는 약 반년 동안에 10키로의 몸무게가 빠졌었다.  

집에는 계속 종교인들이 드나들었다. 기독교 신자들이 많이 드나들었고, 가끔 수녀님도 집에 왔었다. 아내는 기독교와 천주교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했다. 나는 어차피 약으로 되지 않으니, 비과학적인 방법의 도움을 얻으려면 그래도 불같은 성령의 도움으로 온몸이 뜨거워져 암이 불에 타 없어지기를 바라며 개신교에 의지할 것을 권유했다. 아내는 망설이더니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듯 했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 사람이 옳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 사람 말이 옳다고 생각된 듯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아내는 천주교 쪽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수녀님이 자신을 안아줄 때, 따뜻한 평화를 느꼈던 것으로 보였다.

오래 전에 아내는 천주교에 몇 달 간 다니면서 공부를 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면서 천주교 신사로서의 기본 소양을 쌓았다. 그러다가 세례를 받아 "안젤라"라는 세례명을 부여받았었다. 그런데 세례를 받자마자 성당에는 발길을 끊었다. 이제 절박한 상황에서 다시 천주교를 찾는 것이었다.



며칠 집에 있으니, 다시 식도가 완전히 막혀, 쥬스도 마실 수가 없었다. 옆구리에 있는 플라스틱 관을 통해서 음식물은 계속 주입되었다. 그리고 약속한 날이 되어서 다시 항암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야했다.

아내는 방을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았다. 화장실도 다시 가보고, 부엌도 다시 가보았다. 문을 열고 창밖도 다시 보고, 하늘도 다시 보았다. 그리고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한 번씩 만져보았다. 아마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 실제로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아내는 거울을 보고는 가발을 벗어 버렸다. 그리고 씩 웃었다. 아들을 한 번 포옹해 주었다. 그러더니 "가자"라고 하면서 보따리를 들고 나섰다. 두 번째 항암 주사를 맞으러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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