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목련화는 지는데" (8-2)

... 조회수 : 264
작성일 : 2009-01-08 02:05:36
"

제2부

결혼 후 2년 뒤, 아내는 아이를 임신했다. 그리고 B형 간염에 걸렸다. 그 당시만 해도 그 병이 어떤 병인지 생소하던 병이다. 아내는 병원에 입원하여서도 아이에게 간염이 전염되지 않을지 오로지 그 생각만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간염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러나 이 병이 평생 그녀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힐 줄은 아무도 몰랐고, 이것은 결국 그녀를 간접적으로 사망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우리는 결혼 후 과천의 24평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았다. 우리는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었다. 냉장고는 필수품이라고 생각이 되어, 학교에 있는 선생님의 빚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려 구입할 수 있었다. 그것도 조그만 냉장고인데 돈이 없어 다른 사람의 보증을 받아야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학교 선생님 두 분을 모시고 조흥 은행에 가서 보증 도장을 찍고 돈을 빌렸다. 그리고 고맙다는 답례로 선생님께 저녁을 대접했다.

그러나 세탁기를 산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당시 세탁기가 있는 집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한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집에서 주로 손 세탁을 했고, 가끔, 특히 토요일 오후에 과천인지 안양인지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어떤 개울가로 가져 가서 세탁을 하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시냇물에서 빨래를 한 후, 간염에 돌미나리가  좋다고 하여, 개울가에 있는 돌미나리를 뜯어서 집으로 가져와 즙을 내서 먹었다. 훗날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그 시절이 행복했다고, 우리는 눈물로 그 시절을 회고했었다. 그리고 인생에서 행복이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아니라, "지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는 시절"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간염은 나았지만, 아내는 간염 보균자로서 보통의 삶을 살아갔다. 간염은 전염성 간염과 비전염성 간염이 있다고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비전염성 간염이었다. 아내는 어쩌면 평생 그런 상태로 살아야 한다고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아내는 더 이상만 간염이 악화되지 않도록, 항상 위생에 신경을 썼다. 생선회 등 날것은 먹지 않고, 음식은 될수록 끓여 먹고, 병원은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간의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아내는 간염은 앓고 있었지만, 평소의 생활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며 살았다. 대학원에도 다니고 무슨 세미나 같은 것에도 자주 참석했다. 집에서는 항상 책을 읽었고, 밖에 나갈 때는 깔끔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새 옷을 수시로 사서 입었고, 틈만 나면 거울을 보았다. 아무 소리도 없어 아내 방문을 살짝 열고 보면, 90% 이상은 거울을 보고 있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렇게 거울을 자주 보는 여자는 지천으로 깔려있는게 아닌가 싶다.  









1996년 여름 나는 아내와 유럽 배낭 여행을 계획했다. 의사는 간 수치가 좀 올라갔으니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너무 피곤하지 않게 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전부터 계획한 것이니 일단은 가보겠다고 했다. 이것이 그녀와 나의 마지막 여행이었다.

드디어 여름 방학이 되었다. 간에 좋다는 음식, 특히 생식을 많이 준비하여 유럽에 갈 때 가져 갔다. 더운 날씨에 하루에 수백 키로를, 주로 기차로 다녀야 하는 유럽 배낭 여행은, 정말 힘들었다. 같이 배낭여행을 간 일행 중, 유일하게 우리 부부만 직장인이었고, 나머지 약 20명은 모두 대학생들이었다. 그래도 아내는 나보다는 더 생생하게 돌아다녔다. 나는 더위와 피곤함에 하루하루가 악몽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 평생 배낭 여행은 없을 것이라고 작심한 것이 그때다. 런던에서 네델란드로 배를 타고 가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체코와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가는 여행이었다. 더위와 무거운 짐과 힘겨운 일정으로 구성된 극기 훈련과 같은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내의 암은 그 시점부터 적어도 3년 이전에 발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아내는 온몸에 퍼진 암덩어리를 부등켜 안고, 유럽여행을 했던 것이다.

유럽에 다녀와서 아내는 가끔 목에 무엇이 걸린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이야기를 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아내는 아마도 정신적인 문제일지 모르니, 시골에 있는 어떤 절에 가서 며칠 수양을 하고 오겠다고 했다. 갔다 와서도 별 차이가 없이 아내는 목에 무엇이 걸린 것 같다는 이야기만 했다.

1996년 9월 경이다. 어느 날 아내는 칼국수가 너무 먹고 싶어 식당에 갔다가 넘어가지 않아서 토하고 나왔다고 심각하게 말했다. 다시 병원에 가보았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하기에 우리는 계속 어떤 정신적인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간에만 신경을 썼다. 훗날 알게 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의사가 잡아내지 못할 때는 다른 병원에 가봐야 했다. 하지만 아내의 경우는 이미 암이 진행될대로 진행되어서 그 시점에서는 백약이 무효였을 것이다.

이런 증상은 점점 자주 발생했다. 밤에 응급실에도 몇 번 갔었다. 한참을 기다려 진찰한 의사는 별 문제가 아니니 문제가 생기면 약이나 먹으라고 하면서 약을 지어줬다. 그 약은 아마도 식도를 넓혀주는 약인 듯 했다. 그러나 그 약을 먹어도 별 진도가 없이 툭하면 먹은 것을 토했다. 이 병원이 우리나라에서 일류병원이라는****. 10년 이상을 계속 믿고 다닌 병원이 결국 이렇게 되었다.





<



그러다가 세월은 흘러 1996년 12월이 되었다. 나는 아무래도 이상하니 다른 병원으로 가보자고 했다. 아내와 **병원에서 만나 진찰을 받기로 했다. 마침 입원실 방이 있어서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입원 절차를 밟고 자세한 검사에 들어갔다. 그 날 입원한 후 아내는 거의 그 병원에서 환자로 살다가 죽었다. 이렇게 될 줄은 아내나 나나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며칠 후 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다 말했다. 위암 4기라고 말했다. 웬만하면 위암은 수술로 고칠 수 있는 병이나 4기는 고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온 것을 말한다. 아내와 나는 서로 껴안고 울었다. 한 참을 울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하니 아무런 생각도 안났다. 아내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고, 나는 창밖을 바라 보았다. 한강이 유유히 흘러갔다. 저녁이라 그런지, 아내의 운명을 상징이라도 하는 듯, 강을 따라 붉은 등불이 깜빡거렸다. 갑자기 등뒤로 찬 바람이 불었다. 그러더니 머리에 수 많은 별이 떠 돌아 다녔다. 눈을 감고 한참 있다가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무엇보다도 ****에 분통이 터졌다. 10년 이상을 같은 병원에 다니면서 종합검진을 해도 위암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 분하고 원통해서다. 응급실에 몇 번이나 가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이야기해도 목을 넓혀주는 약만을 주었던 그들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치가 떨렸다. 나는 ***원 원장에게 이런 사실을 적어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답장을 기다렸다. 며칠 후, 병원장으로부터 정해진 날짜와 시각에 **원으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IP : 121.134.xxx.252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126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5,957
    682125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3,091
    682124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3,406
    682123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20,998
    682122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2,819
    682121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2,788
    682120 꼬꼬면 1 /// 2011/08/21 28,518
    682119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6,028
    682118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6,382
    682117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5,798
    682116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8,048
    682115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4,440
    682114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7,760
    682113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8,766
    682112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9,349
    682111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7,922
    682110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6,302
    682109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5,475
    682108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2,418
    682107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5,297
    682106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4,286
    682105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4,502
    682104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7,255
    682103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4,598
    682102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20,720
    682101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2,849
    682100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4,655
    682099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2,734
    682098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9,404
    682097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2,859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