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나와 남편의 가사분담 1

출산임박 조회수 : 491
작성일 : 2009-01-02 15:02:36
밑에 가사분담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이 계셔서
자칫하면 자랑이 될까봐 혹은 너도 아직 멀었다 비판받을까 걱정되지만...
그냥 이런 집도 있다고, 이렇게 사는 여자도 있다고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1. 남자를 대하는 기본 자세

남자들 집안일 잘 못하지요. 잘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릅니다.
여자들이 '조금만 생각하면 될 것을...'하는 것이 남자의 머릿속에는 아예 베이스 세팅이 안 되어있다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건 그 남자의 잘못으로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배운 게 없어서' 그런 거거든요.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남성들에게 그런 세밀하고 아름다운(?) 일을 가르치질 않았어요.
부인을 위하는 마음이 없어서도 아니고
남에게 고통을 주려고 해서도 아니고
정말 '배운 게 너무 없어' 뭘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모르고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조차 없다고 보여집니다.
이건 내 남편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의 잘못이니까
내 남편에게만 화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살림과 육아에 대한 기본적인 베이스부터 차근차근  남도 아닌 바로 내가
'자라면서 박탈당한 귀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되겠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2. 아주 천천히,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남편과 함께 '가사분담의 중요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요,
대부분은 남자들도 끄덕끄덕 하게 된다고 봐요.
특히 맞벌이인 경우에는 끄덕끄덕 안 할 수가 없지요.
그 끄덕끄덕은 80%는 진심이고, 20%는 아직 뭘 잘 몰라서 그냥 끄덕거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80%의 진심이지요.
이 진심을 잘 이해하고 믿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대부분 '나랑 가사분담하기로 해놓고 왜 안 하냐?'하며 싸우는데
앞서 얘기한대로 남자들은 아주 기초적인 집안일에 대한 최소 기준의 교양 학습도 안 되어있기에
'그 다음에 무얼해야하는지' 잘 몰라요.
학생들에게 '공부해야한다'라고 말하면 다들 끄덕끄덕하잖아요.
그거 진심이거든요.
우리 학교 다닐 때 다 공부 잘하고 싶은 진심이 있었지만, 결과는 서로 다르죠.
타고나길 공부에 대한 감각이 있거나 작은 것이라도 공부에 매진했던, 혹은 무언가를 성취했던 경험이 있으면
동기부여가 되었을 때 일취월장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야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모르죠.
남자들의 집안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가사분담의 필요성, 내 아내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대충 알겠는데
너무 모르니까 눈에 보이질 않는 거에요.
눈에 보이질 않는다는 건 인식 자체가 안된다는 건데 이런 사람한테 왜 안하냐고 하면
'내가 뭘 안 했는데?'하는 반응이 나오겠죠.
'가사분담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한 공유가 되었다면 이제 다 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인 거지요.
이제 실전 교육에 들어가야하니까요.
그런데 자라면서 알게모르게 잠재적으로 가사일에 대해 은근히 많은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걸 너무 쉽게 생각해요.
나는 특별히 배우지 않았어도 할 수 있는데
왜 당신은 안 하느냐. 이건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라고 생각해버리죠.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런 잠재적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백지 상태라는 걸 이해해주지 않고
가사분담의 중요성에 대한 합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면
남자 입장에서는 아주 답답한 걸 거에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말 너무 배운 게 없어 나라도 가르쳐준다'는 기분으로
징검다리 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저는 남성과 여성의 성차도 조금 존재한다고 봐요.
'성차별'은 용납할 수 없지만 '성차'는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이 상상력이 부족해요.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적당히 조절하는 능력, 세심하고 면밀하게 검토하는 능력...
좀 떨어지더라고요.
(혹시 우리 남편만??? ㅎㅎ)
이거 인정해줘야지 어쩌겠어요.

그대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훌륭한 성취를 보이는 다른 과목들도 많거든요.
그건 또 그 사람이 나를 인정해줘야지요. 모르는 건 가르쳐줘야하고요.

(로그인 풀릴까봐 일단 먼저 올립니다)

IP : 125.186.xxx.3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쎄요 ^^;;
    '09.1.2 3:05 PM (222.114.xxx.163)

    똑 떨어지는 성격의 소유자이실 것 같아요..
    그런데요.. 저희 남편 같은 경우는 아이 낳기 전엔 잘 도와주다가 오히려 아이 낳고 난 후 태도가 돌변하더군요.
    세상엔 이론과는 참으로 다른 경우가 많단 생각이 들어서 한마디 덫붙여봅니다...

  • 2. 동의합니다.
    '09.1.2 3:42 PM (122.101.xxx.216)

    천천히 잘 설명해주면 알아듣더라고요.
    첨부터 알아서 해주겠거니 생각하면 화만 나고요.
    집안일 척척 잘해주는 남자를 만나거나, 아니면 적어도 말이 통하는 남자 골라서
    결혼해야할 것 같아요. 시켜도 안듣는 사람이면 진짜 곤란한거죠.

  • 3. 로얄 코펜하겐
    '09.1.2 4:39 PM (59.4.xxx.207)

    우리나라 남자들은..
    오랜 자취생활로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세탁 까지 다 잘 하면서
    결혼과 동시에 가사일에서 손을 놓는다는게 문제지요.
    나도 여자가 해준 밥 먹고싶다는 심리?
    처음부터 엄마가 다 해준 남자라면 당연 기본을 모르는거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결혼은 가사도우미를 얻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질때가 많아요.

  • 4. 제남편
    '09.1.2 4:51 PM (124.53.xxx.175)

    도 자취생활이 몇년인데 정말 하는꼴을 못봤습니다.
    자취할때 도대체 뭐 해먹었냐 하면 해먹은거 없답니다. 간신히 찌개끓여서 떼우는거에 급급했다고
    사먹기도 많이 사먹고. --;;
    저야 전업이여서 마구마구 요구할 입장은 아니지만요..
    하다못해 귤도 까달라 합니다. 손에 뭐가 묻는게 너무 싫답니다.
    (본인말로는 자기가 기계쟁이라 기계에서 묻는 기름때가 드러워서 아무리 깨끗히 닦아도 본인 손은 더럽다라고 인식이 된답니다.)

    아주 가끔 아주아주 가끔.. 한 서너달에 한번은 설거지해주고 청소해주긴 하는데 정말 꼼짝 안합니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냥 포기하지만. 아기 생기면. 너 두고봐라 하고있습니다..
    (시키는건 또 잘하거든요. 근데 어떻게 일일히 시키냐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719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304
682718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122
682717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433
682716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827
682715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433
682714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110
682713 꼬꼬면 1 /// 2011/08/21 27,178
682712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323
682711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420
682710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723
682709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846
682708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024
682707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5,857
682706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183
682705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146
682704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359
682703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3,415
682702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437
682701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547
682700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184
682699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291
682698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549
682697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5,834
682696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360
682695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633
682694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662
682693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722
682692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870
682691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7,633
682690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688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