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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그 친구...지금도 힘세고 강하게 잘 사는지 궁금해지네요.

옛 생각 조회수 : 445
작성일 : 2008-12-23 17:05:29
초등학교 시절... 전학을 여러번 다녔어요.
1학년 입학하고 2개월 다닌 후 5월에 전학하고
2학년때 전학하고
5학년때 전학하고
6학년때 전학했죠.
거기서 거기인 거리의 학교도 아니고
지역을 바꿔가며 다녀서 그런지 초등학교 친구는 없어요.

그러나 기억나는 친구는 있지요. 좋은 기억이 아니어서.. -.-;;
1학년 5월부터 2학년까지 면사무소 소재지의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학년당 한반씩밖에 없는 작은 학교 였지요.
전 이 학교도 엄청 크게 느꼈었지요.
그러다 3학년 올라가기 직전, 전학을 했어요.
이젠 더 작은.. 학교도 아닌 분교였어요.
총 3개 학급에 전교생 28명의 아주 작은 학교 였어요.
하루에 버스는 1번다니고, 전화는 학교에 있는것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사용했으며,
전기가 들어온지 1년도 채 안되었다는 ... 그런 동네였지요.
여튼...
제가 다니게 될 3학년은 총 7명이었어요. 여학생 4명 남학생 3명.
제가 전학하게 되어 여학생이 5명이 된거지요.

전학 온 첫날,
한 여자아이가 저보고 학교 끝나고 남으라고 하더라구요.
순진한 맘에
저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해서 남았더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4명 중에 엄청 힘이 센 여자아이가 한명 있어서
그 학교 엄석대 노릇을 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제가 가니까 자기보다 셀까봐.. 견제하려고 했던 거였지요.

저를 빙 둘러싼 4명의 여학생
주로 이런 이야기들을 했어요.
우리가 시골애들이라고 우습게 보이냐... (솔직히 면사무소 소재지도 시골인데.. -.-;;)
너 우리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친다.. 뭐 그런류의 이야기들로
저에게 많은 겁을 주었지요.
솔직히 전 겁도 많고 힘도 약하고 잘 울고 순진했어요. 단, 공부는 조금 했지요.
시험을 보면 무조건 평균 90점은 넘어야 한다고 저에게 늘 상기시켰거든요.(이런 면에선 조숙했나?)

힘센 그 아이는 자기가 시키는 일은 뭐든 하게끔 했어요.
처음엔 자존심에... 그 아이하고 대립각을 세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그럴수 없었어요.
전 그 아이가 저를 떠밀어서 넘어뜨리는게 겁났고,
나를 때리는게 겁났고
나를 따돌리는게 겁났어요.(자기 말 안들으면 아무도 저랑 못 놀게 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이 좁은 학교에서
제 편이 한명도 없다는게 너무 너무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 아이가 너무 싫었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그 아이의 말을 들어야만 했어요.

시험때는 자기가 모르는 답을 가르쳐 줘야만 했구요. (그렇게 가르쳐 줘도 항상 2등밖에 못해서-제가 1등- 저한테 화풀이하곤했지만.. -.-;;)
학교에서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학교 끝나고 운동장에서 놀다가 우리집에 가서 먹을거 가져오게 했어요.
먹을거 없다고 못가져 가면.. 며칠 혼자 놀았죠.. -.-;;

같이 놀다가도 빈정상하면
갑자기 확 떠밀어서 넘어뜨리고,
함께 산에 나물뜯으러 갔다가도 저만 쏙 놔두고 내려오거나,
강에 고기잡으러 갔다가도 저만 깊은 물로 가도록 시키고(원래 살던 아이들은 깊은 곳과 얕은 곳을 잘 알지만, 저는 잘 몰랐지요.. )
전 정말 맨날 울다시피 했어요.
그러나 울 엄마 아빠 힘들까봐 말도 못했구요. (근데,, 나중에 보니 다 알고 계시더라구요. 집에서 맨날 반찬 퍼다가 먹이고 그랬으니 엄마는 저녁반찬 걱정 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반찬 없고.. 이런일이 반복되면서 알게 된듯.. -.-;;)
그 아이 아빠가 저희 아빠랑 술을 드시더니 저한테
우리 **하고 잘 지내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저는 샐쭉해서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도대체... 자기 딸한테나 그렇게 말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튼 그런...
지옥같은 1년이 지나고
정말.. 희망과 같은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 아이가 전학을 간다고 하더라구요.
경기도 어디로 간다고 했거든요.
전 너무너무 기뻤어요.

그 아이는 가기 전날까지도
"너 .. 내가 가니까 좋지?" 그러면서
괴롭히고 떠났지요.

그 아이가 떠나고
저는 정말.. 남은 아이들과 진정한 친구관계를 느끼면서 생활하고 싶었어요.
근데.. 알고보니..
모든 아이들이 엄석대 같은 그 아이를 싫어했더라구요.
저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그 엄석대 같은 아이 때문에 같이 친하게 못 지냈다고 좋아했어요.

그리고는 천국같은 생활을 하다가 다시 전학을 하게 되었지요.

정말 힘든 일년이었지만,
그나마 1년을 저렇게 보낼 수 있었던 건
제가 엄석대같은 그녀보다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생활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 이제 32세가 되었고,
그런 시골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나름 전문직 **사가 되어서
오늘은 휴일이라고 82도 하고 앉아 있는데,
엄석대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물론 그녀가 생각난 것은
얼마전 들었던 친정엄마의 옛 기억 때문입니다.

친정엄마 왈...

시골에서 음식재료라고 뭐 있나...
맨날 밭에서 나는거 산에서 나는거 가지고
1-2일 정도 먹을 반찬 만들어 놓았는데,
먹을려고 보면 맨날 없어..
그래서 너네 맨날 김치랑 된장찌개만 먹었잖아~~~~

그 반찬.. 제가 엄석대한테 먹여서리.. -.-;;
먹을게 없어서 맨날 반찬 가져다 먹였거든요~~ ^^;;
IP : 124.49.xxx.15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아
    '08.12.23 6:40 PM (119.192.xxx.176)

    영화랑 비슷하네요.
    현실이 더 영화같고 드라마틱하다는 생각이 살 수록 많이 들어요.
    자신의 의지로 뛰어 넘을 수 있는 일도 있고,
    또 의지로도 절대 안 되는 일도 있는
    인생은 알 수가 없습니다.
    님 글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날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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