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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싸이에서 옮겨 왔어요~

새삼~ 조회수 : 1,813
작성일 : 2008-12-05 21:25:54


祝 合格



작년 이맘때

우리 아빠는 선생님이 될 줄 알았던 나를 위해

희디 흰, 새 봉투 겉면에, 祝 合格을 정성들여 써서

새로 찾은, 새 돈을 넣어 두셨다.



그러나 시험은 날 배신했고

그 희디 흰 봉투는 주인을 잃은 채 우리집 안방 어느 서랍 속에서

묻혀졌다.



한참을 그렇게

무너진 자존심 때문에

부모님 기대에 어긋났다는 자괴감에

세상에서 버려진 것 같은 외로움에

그렇게, 그렇게, 힘들어 하며 지내던 작년 여름.



그날따라 술에 잔뜩 취하신 우리 아빠는

희디흰 봉투 속 빳빳한 새 돈을

내 손에 쥐어 주셨다.



"공부할 땐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

이걸로 몸에 좋은 거, 맛있는 거 사먹어라."



그 돈을 받아들고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리고 합격하지 못한 내가 미워서

한참을 울었었다.













그리고 2007년 1월 30일.

아빠는 또 나를 위해.

선생님이 된 나를 위해.

삼수만에 겨우 사람 구실 하게 된 나를 위해.



祝 合格이 쓰인 하얀 봉투에 새로 나온 만원짜리를

차곡.차곡. 일련번호까지. 맞춰 넣어 두셨고,

드디어 난.



이 봉투의 주인이 되었다..







아빠를 기쁘게 할 수 있어서.

우리 아빠가 친구들에게 축하주를 살 수 있도록 붙어서.,

눈물이 난다.





이 순간 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
재작년 겨울 제 딸이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싸이에 남겨 놓은 글 입니다.

오늘 아이들 싸이를  순회 하던 중 이 글을 다시 보니  오늘 임용합격자 발표날인걸 알고서

새삼스러운 마음에 올려 봅니다.

2년차인 올해 고3 담임을 맡아 수시전형에 괜찮은 결과도 내고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답니다~^^
IP : 58.230.xxx.14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러워
    '08.12.5 9:34 PM (121.134.xxx.47)

    죽겠어요~ 우리딸 오늘 불합격 했는데...

  • 2. 새삼~
    '08.12.5 9:37 PM (58.230.xxx.149)

    우리 애도 삼수만에 붙었답니다~
    윗님 따님께 용기 북돋워 주시고 한 번 더 믿어 보세요.

  • 3. 눈물 피잉
    '08.12.5 9:40 PM (218.38.xxx.183)

    아~~ 진짜 자식이 뭔지
    지들이 애 낳아 봐야 이 심정 알지...
    저요? 아직 큰애가 13살 임돠 ^^;;
    그래도 시집간 이후론 이런 글 보면 엄마로서, 그리고 딸로서 눈물 나 죽겠어요

  • 4. 부러워요
    '08.12.5 9:51 PM (59.7.xxx.69)

    남편분도 딸도...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고서야...
    낼모레 돌쟁이 딸 엄마가...

  • 5. ..
    '08.12.5 9:52 PM (218.52.xxx.15)

    저도 눈물이 피잉~.

  • 6. ...
    '08.12.5 10:02 PM (118.32.xxx.139)

    부러워요..

    올해도 낙방한 고시생...T.T

  • 7. 은빛
    '08.12.5 10:43 PM (121.186.xxx.170)

    정말 축하드려요
    따님 정말 휼륭하게 키우셨네요
    아버지도 너무 휼륭하세요
    저도 그렇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데..^^
    따님 정말 앞으로 휼륭한 교사가 될듯 싶네요!
    정말정말 축하드립니다^^

  • 8. 나도
    '08.12.5 10:45 PM (220.75.xxx.155)

    나도 딸한테 저런 합격 축하금 팍팍 주고 싶네요.
    아직 넘 먼 얘기라..
    이제 4살.. 지송 ==33

  • 9. 나도
    '08.12.6 12:18 AM (121.170.xxx.96)

    우리 딸..저렇게 예쁘게 키울랍니다.
    너무 야무지고 속도 깊고...
    부러워요^^

  • 10. ㅠㅠ
    '08.12.6 9:46 AM (219.255.xxx.138)

    눈물 핑~
    임용준비하다 포기한 동생이 있어서 부럽기도 하구요.
    감동이에요.

  • 11. ..
    '08.12.6 11:38 AM (211.187.xxx.58)

    엉엉 울었어요. 어쩜 저렇게 잘 쓸수 있는지....ㅠ_ㅠ
    (부업으로 작가하라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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