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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맘에 들어하지 않는 나, 심지어 나 자신 조차도...

아짐 조회수 : 1,061
작성일 : 2008-11-27 03:58:58
언제 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아주, 아주 어릴 때 부터였겠죠.
전 사람을 신뢰하지 못합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진실한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제게 사기를 치거나, 뒷통수를 쳐 법적인 문제가 될 정도의 손상을 입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막연한 인간에 대한 불신이겠죠.

그래서 주변에서, 간혹 몇십년 지기 친구들과 끈끈한 정을 나누는 걸 보면 그들의 관계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제 모습을
상냥하고, 성격좋고, 사교적이고, 사람들 관계 잘 맺고 뭐 이런 식의 이미지 입니다.
제 안에서 끊임없이 불안감이 자리 하고 있다면 아무도 믿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외면적으로 제가 뭐 병적인 증후를 보이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줌마라 외롭고, 손내밀어도 잡아주는 이 없어 외롭고,
아무에게도 턱 손을 내밀 수가 없습니다.
내면의 상처와 외로움을 보이고 싶지만, 언젠간 날 실망시킬 그사람으로 부터 늘 미리부터 제 맘의 선을 그어놓고
늘 그사람을 떠날, 그리고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글고 제 자신이 보기에도 이웃을 만나거나 해서 알게 되면 함께 만나는 동안엔
의견이 잘 통하는 사람과는 최선을 다해 만나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예요. 뭔가 상황이 달라져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어(이사라든가, 진학이라던가 기타 등등)지면
그걸로 관계 자체가 소원해지고, 그 사람도 날 그런 비중으로 대할 것 같아 집니다.

올해 연초 결혼 시작부터 8년 살던 동네를 떠나 먼 지방 소도시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 가야 하는데 이젠 나이도 40이고 나니 사람 만나기가 더 힘이 듭니다.
내 속내를 탁 터놓을 사람이 전혀 없읍니다.
이곳에서 매일 편하게 맘터놓고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꿍짝을 맞춰줄 한 두 엄마를 만나고 싶지만,
맘이 터 놓아지질 않고 두렵기만 합니다.

얼마전 우리 아이 제가 늦둥이 처럼 본 5살 딸아이가 유치원에서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잘 다니던 유치원을 가기 싫어 하더니 급기야 유치원에서 주는 식사를 거부하기 시작하더군요.
첨엔 속이 좋지 않나 했구요. 아이가 왜 그럴까 원인을 찾으러 상담도 하고 애쓰는 사이 근 3주가 지났습니다.
급기야 아이는 유치원 앞에만 가면 울고 불고, 들어가길 거부하더군요. 그 이유는 절대 말을 하지 않더군요.

결국 유치원을 그만두고 한달여 시간이 흘러 아이가 맘이 진정됐을 때쯤 왜 그랬는지 물었더니
매일 시키는 한글 수업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아이에게 쓰기 공책을 주곤 매일 한글 쓰기를 좁은 네모 노트에 반복해서 시켰고,
쓰기 연습이 평소 전혀 되어 있지 않고 한글도 모르는 우리 아이
점점 하기 싫고 자신이 없어 과제를 게을리 했더니 체벌을 했던 겁니다.
그러니 아이는 매일 반복되던 이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그 이후로 아이는 문화센터에 데리고 가도 제 뒤에 숨어선 엄마 선생님이 나 못한다고 혼내면 어떻게 하고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저랑은 절대로 안떨어지려고 울어서 결국 엄마가 함께 하는 수업말고는 할 수가 없네요.
4살까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울 아이  똘똘하고 야무진 아이로 칭찬 많이 받았네요.
선생님 왈 '**이 같으면 엄마들이 무슨 걱정이 있겠냐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늦둥이다 보니 뭐 공부하고 이런거 일찍 시키고 싶지 않아 좀 소홀하긴 했지만
5세 아이 글씨 제대로 안쓴다고 체벌이라뇨....

그 일이 하도 속이 터져 함께 어울리던 같은 유치원 엄마들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
참 자기 입장 따라 각색을 해서 듣더군요. 결론은 까칠한 우리 딸이 문제 라는 반응이더군요.
선생한테 그 일로, 아님 서로 싸운다고 가볍게(?) 체벌 당한 아이가 우리 아이 하나가 아닌데
우리 아이만 예민한 반응을 보인거니 우리 아이가 문제라는 거더군요.
이일로 자기 아이 적응해 잘 다니는 선생이 바뀌는 건 싫다네요.
이런 몇몇 친한 엄마의 반응에 제 맘의 빗장이 완전히 닫히더군요.
이 일로 내 억울함, 내 외로움, 내 속내를 알아줄 이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한편 제 뒷모습을 닮은 듯 예민하고, 완벽하려 하는 우리 딸아이를 보니
가슴이 짠하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는 내면이 저보단 늘 행복하고 타인을 신뢰할 줄 아는 아이, 밝은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는데
아닌 것 같아 제 못난 모습만 자꾸 미안하게 여겨지고
육아요, 엄마됨이 넘 막막하고 두렵게만 느껴지네요.

저의 내면의 이런 어려움이 저의 최초의 인간관계인 부모님으로 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자식들에게 폭언을 퍼부으시고, 젊어 한땐 외도로 엄마 속도 많이 썩이던 아버지.
술취한 날엔 어김없이 우리들을 깨워 새벽2, 3시까지 잠을 안재우고 밤새 호통에 신세 한탄에 매질까지...
담날 퉁퉁 부은 눈으로 학교가는 날은 정말 넘 제 자신이 수치스러웠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흰머리가 나실 무렵부턴가 늦철이 드셔서 자식들을 위해 생활비를 내놓으시고,
돈벌이에 애를 쓰셨지만 70이 넘으신 지금까지도 엄마에 대한 폭언은 완전히 그치진 못하시더군요.
지금도 가끔 울며 불며 분해하시는 엄마 전화를 받으면 ' 왜 아직도 저러고들 사시나..."
싶기만 합니다.

그래도 저도 나이 먹어 아버지의 인간적인 고뇌도 이해할 줄 알게 되었고, 엄마도 그런데
왜 제 내면의 저 밑바닥은 나이 40줄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부모로 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건지요.

긴글 읽다 지치신 분도 계시겠지만,
아무도 읽어주시는 분이 없어도 한밤 혼자만의 넋두리라도 적어봅니다.
IP : 116.122.xxx.24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로수
    '08.11.27 5:26 AM (222.110.xxx.209)

    늦게까지 안주무셨나요?
    많이 외로우신가 봅니다.
    생각이 많으시네요. 아마도 세상을 산다는게 고행의 연속이지 싶어요.
    지금 겪고 계시는 일들은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그런 일이지 싶어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시고 훌훌 터시고,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이나 자책은 하지 마세요.
    혹시 본인 성격이 완벽 하거나, 또 완벽한 친구를 원하시는게 아닐지...
    이사한지 얼마되지 않으셨다니 이래저래 마음 둘곳이 마땅치 않으신가 봅니다.
    거기다가 아이문제가 개입되니 더욱 민감해지시고...
    저도 남을 못믿는 사람중에 하난데 제 친구관?은 그렇습니다.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기 보단,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지지고 볶다보면
    친구로 남을 사람은 남더라구요.
    물론 맘을 터놓기 까진 세월이 ....

  • 2. 평안과 평화
    '08.11.27 8:19 AM (58.121.xxx.168)

    원글님, 저랑 똑같으세요.
    근데 전 실수도 잘하고, 누굴 만나고 나면 후회도 하고, 내 자신이 가끔 나의 이성밖으로 돌출되어 나가려는 걸 제어하기가 힘듭니다.
    내안에 늘 있는 충돌이지요,
    내가 나 자신에게도 만족하지 못하는데,
    상대방이 내맘에 들기를 바라는 거----그거 망상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그거, 그것도 엄청난 착각?? 아닐까요?

    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나도 누군가는 좋아하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내가 그렇듯이 누군가에게 나도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솔직함, 따뜻함,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배려, 함부로 말하지 않는 배려,
    완벽하게 친한 거?
    정말 친한 거?
    그런 거 꿈꾸지 마세요.
    아유, 그런 게 어디있겠어요?

    남편없는 세상은 있을 수가 없다고
    부모가 죽는다고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나서
    세상을 알았네요.
    절대적일 거 같은 남편이 결혼하면서 내게 보인 언행들은 차마 다시 생각하기도 싫으려니와
    그런 남편은 내가 얼마나 싫었으면 그런 언행을 보였을까를 생각하면 그건 더 끔찍하죠.

    나도 이사온 지 얼마안되지만,
    난 혼자서도 잘 노네요.
    애들처럼요,
    가끔씩 동창애들 만나고 다니고,.- 한 달에 한 번,
    그렇게 친한 애들도 아닌데, 참으로 맘이 편합니다.
    서로에게 크게 요구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지도 않으면서
    지내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릅니다.

    그리고 가끔씩 큰애 친구 엄마들 서넛 정도
    작은애 친구 엄마들 서넛 정도,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만들어가고 관리해 가는 거라 생각해요.

    누군가 나에게 와서 꽃이 되길 바라지 말고
    나도 누군가에게는 꽃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말고 살아요, 우리.

  • 3. 원글님
    '08.11.27 9:54 AM (125.186.xxx.114)

    그냥 편하게 마음먹으세요.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편익에 젖어
    남의 아픔에 그냥 형식적인 동정을 보이고
    자기이득에 반대되는 상황엔 거침없이 속을
    내보이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원글님이 아이로인해 스트레스받는 만큼 다른이들도 자기아이에게
    그만한 신경을 다 쓰고 삽니다. 선생님 바뀌는 것 당연 싫을 수 있지요.
    그러나 표현방법에도 문제가 있지요.
    너무 내마음같은 사람을 찿으려고하시면 인생내내 힘들어요.
    그냥 '이런사람,저런사람 여러사람이 다양한색깔의 친구로 있구나'하고
    여유를 두어서 사귀세요.

    그리고 제가 원글님보다 쬐끔 더 살아온 나이로 말하는데요...
    절대 아이들 부모들끼리 친구되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독립할 때까지 엄마들이 무한 경쟁에 돌입합니다.
    성적,성격,학교,배우자,직장,여자애들은 애들의 외모까지....

    그러니 자기 일상을 충실히 사시고, 학교때 알던 친구나 취미활동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가까이 지내심이 편할겁니다.

    자기속의 외로움이나 사람에 대한 갈증은 누구도 크게 도움이 못되는 것 같아요.
    꾸준한 자기 성찰과 생활에 대한 성실로 저는 풀려고 노력은 매일합니다.

  • 4. ,
    '08.11.27 11:11 AM (220.122.xxx.155)

    원글님 마음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갈증..
    강해지셔야 합니다. 어떤 말에도 상처받지 않고 그냥 넘길만큼 ..
    그런 유치원이 있어요. 한글 모르는 아이는 한글공부시키는 유치원 싫어하더군요. 그래서 유치원 안가겠다고 고집부리는 아이 봤어요. 님의 아이가 예민하고 비정상은 아니예요.
    내년에 다른 유치원 보내시는게 어때요? 어차피 가기 싫어하는 유치원인데...
    님의 마음 너무나 잘 이해하는 같은 류여서 몇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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