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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고비를 넘겨 보신 분들, 어떤 변화를 겪으셨나요?

길을 잃은 사람.. 조회수 : 1,137
작성일 : 2008-09-27 00:46:16
큰 병치레를 하고, 몸 속에 시한폭탄 가진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딸린 식솔 없어 홀가분한 몸이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니 일을 하는 동안 만큼, 그리고 몇년까지는 생계 걱정은 없구요, 재발한다면 약을 쓰기 힘든 병이니 큰 돈 더 들이지 않고 세상을 등지겠구요. 냉소적인 편이라 종교는 의지가 안되요. 영원히 살 것처럼 식사 걸러가며 출근하고, 피곤하게 컴퓨터 쳐다보고,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자기계발하고...

그런데 울컥울컥 서러움이 목구멍에 틀어막힌 기분입니다. 사람들이랑 굳이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다들 어떻게 버티시나요...
IP : 116.37.xxx.7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9.27 12:56 AM (119.207.xxx.148)

    저도 그랬었는데 살면서 바닥까지 허무함을 느끼고나면 어느순간에 정화가 된다고 해야하나 내성이 생긴다고 해야하나 이제껏 주변에서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스스로를 놓지 말고 꼬옥 붙잡으세요. 가끔씩 내게도 이런 순간들이...하는 그런순간들이 오더군요

  • 2. .
    '08.9.27 1:20 AM (58.227.xxx.189)

    저랑은 좀 다른 고비를 겪으셔서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는데 완치 안돼셨다고 포기하는 기분으로 사시지 마시고 예전보다는 좀 덜 바쁘게, 좀 덜 각박하게, 좀 더 여유있게 생활하셨으면 하네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니 까짓 승진이나 남들의 평가 따위는 좀 우선순위에서 아래로 내려놓으시고 좀 늦더라도 여유를 갖는 삶을 사시면 건강도 더 좋아지시리라 믿어요.
    힘내세요

  • 3. 나와 같은
    '08.9.27 3:44 AM (122.34.xxx.192)

    사람이 또 있다. 제가 긴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너무 힘들었을때 나만 힘든것이 아니라 수 많은 나와 같은 사람이 있고 또 앞으로 그런 상황을 맞닥뜨릴 사람이 있다고 지인이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 순간에는 무슨 개뼉따귀 같은 소리냐 하고 흘려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10년 흘렀는데
    나만 불행하고 나만 고통스러운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다 각각 자기몫의 기쁨과 고통이 있더군요. 저는 순간순간 울컥할대는 목놓아 대성통곡 했고요.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이 자서전으로 낸 책을 한 백권정도 읽었던것 같아요.

  • 4. 행복합니다.지금.
    '08.9.27 8:35 AM (121.131.xxx.30)

    저도...우리큰아이..네살.. 둘째아이가 첫 돌을 지났을 무렵...의사가..암인 것 같다 그러더라구요. 그 전까지는 저, 왠만하면 참고..
    특히..엄마가 폭언을 해도 그냥 넘기고 참고..또 엄마니까..잘 지내려 노력했었죠. 그런데 병이나니 다 귀찮더라구요.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진다고나 할까요. 솔직히...날 키워준 엄마보다, 내가 키워야할 내자식이 제일 먼저 걱정이 되더라구요. 신랑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니예요. 그 순간 생각나는건 내새끼밖에 없어요. 신랑이야 새장가 들면 될꺼고, 엄마야 뭐 나없이도 잘 살거고, 아빠도 있고 오빠도 언니도 있으니까요..그리고 엄마 마음이야 아프지만, 마음아프다고 남은 인생에 결정타를 입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내새끼는 내자식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이상황에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믿을 수도 없는거구요. 그러면서 화가나기 시작했어요. 내가 그동안 너무 참고 살았구나..나에게 막대했던 시댁식구며, 친정식구들 생각이 확확 지나가더군요. 화가나면 폭력과 폭언을 일삼으며 나에게 화풀이를 했던 엄마며, 혼수가 적다, 집을 해와라, 니가 참 버릇이 없으니 친정아버지 내려오시라고 해라..등으로 (결국 돈이 문제였으니까요..) 괴롭혔던 시댁이나...
    내가..부모때문에 내자식 못키우게생겼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나 너무 젊은데... 아직은 살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것 같은데..
    병원에 있을동안..항암치료 받는동안에도 엄마아빠 전화해서는...너는 병원에 편하게 누워있으니 세상 어찌 돌아가는 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니새끼 키우느라 힘들어 죽겠다며..폭언을 일삼으셨죠.
    시댁에는 신랑더러 조용히 해결해달라 했습니다. 나 아프단 소리도 하지 말고.. 병문안같은거 바라지도 않고..그냥 안보고 좀 살았으면 좋겠다구요
    그래서..항암치료 받고 집에 오면 바로.. 내아이들부터 거두었습니다.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머리는 숭숭 빠지는 와중에도 아이들 밥떠먹이고 안아주고 그랬죠. 정말...순간순간 기도하며 버텼습니다.
    다행히..제가 가졌던 병이 아주 초기였고 완치 가능한 몇 안되는 암중에 하나였기에...
    생각보다 단시간 내에..회복했지요.

    아직도 기억납니다. 수술후...너무 아파서 소리치는 제 옆에서 신랑이 미안하다며 울고있더군요.
    그리고 그 이후에...시댁이며..친정 연 끊었습니다. 아니..도무지 시댁과 친정 뒤치닥거리며 비위맞추며 살수가 없었어요. 제한몸 추스리고..신랑과 아이 챙기기에도 너무 힘들었기에 말입니다.

    지금..정말..좋습니다. 내가 가진 건강이 감사하고, 직장이 있는 남편이 좋고, 겨울이 되니 커튼을 두꺼운 걸로 바꿔야겠다. 오늘저녁은 뭘 해놓을까..애들 데리고 어디 갈까,만을 생각하는 지금이 정말 몸서리쳐지게 좋습니다. 친부모로부터 이유없는 폭언을 당할 필요도 없고, 시댁으로부터 말도안되는 꼬투리를 잡혀가며, 수시로 무릎꿇을 필요도 없는 지금이 참 좋습니다.

    전..전투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내자식과 나만 생각했지요.
    이기적이 된 지금, 참 살기 편합니다.
    좋습니다. 이렇게만 죽...살았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 5. 뚜벅뚜벅
    '08.9.27 12:23 PM (124.28.xxx.112)

    서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군요.
    무엇보다도 건강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살다보면 길을 잃을 때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영원히 살 것 처럼" 그 길을 더듬어 뚜벅뚜벅 걸어갈 밖에요.

    가족도 종교도 사람도... 그져 짐일뿐
    자신을 가볍게 놓아두고 자신과 마주하며 담담하게 길 위의 상황들을 받아들이면
    희망도 때로는 어쩔수 없는 서러움도 견디만할만큼 단단해져 있는 자신을 또 만나게 되실겁니다.

    자신을 잘 보살펴 주시고, 용기 잃지 마시고
    건강 꼭 지키시길 다시한번 기원드립니다.

  • 6. 저도
    '08.9.27 12:47 PM (119.192.xxx.185)

    못 잖은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눈물이 나네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 우선 순위가 바뀌는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해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더라구요.
    우리 열심히 살아요. 행복해지도록.

  • 7. ...
    '08.9.27 3:37 PM (211.205.xxx.158)

    부디 마음 편히 지내시길...
    바쁘게 산 자신을 원망하지 마시고, 열심히 살았다.. 칭찬하시고
    이제 좀 편히 살자... 다독이시며 사세요.

    괜찮아요...
    분명 길, 찾으실 수 있을거에요.
    용기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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